유난히 긴 연휴였던 올 추석. 두둥실 떠오른 건 보름달만이 아니었어요.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나만의 가치는
Pausing by POPOPO MAGAZINE

긴 연휴의 끝 그리고 일상으로의 복귀

유난히 길었던 이번 연휴 어떻게 보내셨나요? 샌프란시스코에서 추석 페스티벌을 마치고 뉴욕으로 와 전하는 이번 레터는 시차 계산 착오로 오후에 전합니다. 낮에는 현지의 일상에서 밤에는 밀린 일에 묻혀 정반대의 일상을 보내는 중인데요. 꾸벅꾸벅 졸면서 이번 레터를 완성하는 동안 레터를 발행하는 이유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격주가 다가온다는 신호. 필진들의 글이 하나둘 도착하면서 알람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서로 다른 지역과 국경에서 발견한 일상의 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첫 독자라는 사실에 설레기만 한데요. 이렇게 좋은 글이 더 널리 더 멀리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보낸 레터가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함께 하는 누군가의 마음과 응원에 기대어 계속 해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구나. 지치지 않고 기꺼이 시간과 정성을 쏟아 내 준 필진들이 그러하듯 기다려주신 포텐님들께도 감사의 하트를💜 전합니다. 

💜공명과 공백 사이

 부제   살면서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나만의 가치 

 ▶️SIDE A : 나누고 싶은 이야기
    - Let it flow
    - 살면서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나만의 가치 _ 하현숙

 ▶️SIDE B :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
   [방구석 프랑스 통신] '사랑밖에 난 몰라'
   [캥거루의 뛰다가 생각했어] '울음을 멈출 시간'

   [김작가의 프로젝트 B] '엄마와의 여행을 위한 십계명'

   [BTS 아미어미] '내년 명절은 한국에서 보내게 될까?!'

   [News] 포텐 여러분 함께해요!
   - 박소진 시인과 함께하는 글쓰기 101
   - 파인드마이키즈 '한 달 체험 이벤트'
   - 바라다드림 '#다니와놀잇과 함께 마음을 읽는 대화법
  II   Let it flow
그동안 매일 쏟아지는 변수를 통제하는 것의 중요성만 생각하며 여백을 촘촘히 채우는 것에 골몰하며 살아왔어요. 굵직한 몇개의 계획 이외에 굵직한 공백을 두는 것. 그냥 내버려두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볼 것. 이런 생각으로 보낸 몇주간 공명을 만드는 연습을 한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일들이 통제불능의 상태가 아니라 새롭고 즐거운 환희로 바뀌는 경험들이 새로운 여정의 전화점이 될 거라는 설렘도 함께 더해졌습니다. 
포포포라는 이름으로 선보이는 매거진과 프로그램의 제작기로 여는 Side A. 이번 레터에서는 언젠가 꼭 한번 소개해야지 마음먹었던 하현숙 선생님의 글을 전합니다. 포포포 매거진의 Be our Guest 그리고 포.포포포 뉴스레터 Side B. 포포포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이 섹션에 더 많은 이야기가 전해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II   살면서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나만의 가치 _ 하현숙

살짝 덜 마른 이불 호청과 시트 귀를 잡고 탁탁탁 두드려 접는다. 흰 헝겊으로 싸 자근자근 밟거나 의자에 깔고 앉아있으면 주름이 펴져 다림질한 듯 반듯해진다. 이집트면 80수 샤틴. 고급스럽다.

예전엔 다듬이질을 했지만 아파트에선 꿈도 못 꿀 일. 풀까지 먹이면 좋겠지만 이만해도 괜찮다. 어느 공주님*은 매트리스 스무 개 밑에 있는 완두콩 몇 알 때문에 잠을 못 이루었다는 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침대를 반듯하게 하는 게 좋다. (*주*안데르센 작 완두 콩 공주님)
시트 정리를 하는데 막내가 같이 영화 보자고 연락했다. 친구들이랑 갈 법도 한데 엄마를 챙긴다.

막내가 1학년 때 큰애들이 학교를 가면 오후 반인 막내만 데리고 트럭에 올랐다. 안산 한 바퀴 돌면 학교 갈 시간이 딱 맞는다. 동네 새댁이 새로 생긴 농수산물 시장에서 장사하면 벌이가 쏠쏠하다고 하여 나가 봤다 새로 생긴 농수산물 도매센터는 꽤 컸다. 새댁 말은 도매는 새벽에 경매를 받아 소매상에 넘기고 나면 12시경, 소매에 넘기고 남은 물건을 받아 소매 장사를 하는 거였다.
점포를 얻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도매상들이 모두 가고 나면 그 앞에 비닐 돗자리를 깔고 배추며 오이 등 푸성귀를 팔았다. 당장 큰 자본 없이 시작할 수 있어 다음날부터 나도 배추를 받아 한 귀퉁이에 쌓아 놓고 장사를 시작했다. 책상물림으로만 살아오던 내게 시장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현금으로 장사하는 것도 신이 났다.

아침이면 벌떡벌떡 일어나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시장으로 뛰어갔다. 새벽에 경매하고 남은 물건이라 싱싱하고 쌌다. 주변 신도시 주민들이 몰려 장사가 잘 되었다. 큰애가 전교 회장이었는데 학부형들 사이에 "아유 그래서 그 집 딸이 공부를 잘하나 봐" 응? 그게 무슨 상관인지는 몰랐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았다. 아이들도 학교 끝나면 가끔 와서 돕기도 했다.

그런데 장사가 너무 잘 되니 도매상에서 들고 일어나 소매 장사를 못하게 셔터를 내렸다. 이미 돈맛을 알아버린 나는 중고 트럭을 할부로 하나 사버렸다. 나는 아침에 채소나 과일을 떼서 돌아다니며 팔기로 했다. 생물이라 매일매일 다 팔아야 뭐가 좀 남기를 하는데 아이들 저녁밥 차려주고 잠깐씩 얼굴 보고 어쩌다 보면 장사를 못 나가 트럭에서 생물은 썩어 나갔다.
그런 와중에 큰애가 "엄마, 학원에서 친구들 열명 데려오면 컴퓨터 준대" 하더니 열댓 명을 데려가서 등록시키고 컴퓨터를 받아왔다. 학원을 찾아가 고맙다고 인사를 드리곤 학생이 늘어나 관리가 필요할 테니 내가 관리를 하면 어떻겠냐고 구직을 했다. 원장님도 딱히 생각은 없었지만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셨는지 상담실장으로 나를 채용했다.

아이들 학교 간 오전에는 밥과 간식을 준비해 놓고 학원으로 가고 아이들도 집에 가서 밥 먹고 학원으로 오니 아이들 돌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비평준화 소도시 입시학원, 학원가에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셔틀버스가 한창 때는 한 타임에 7~8대였다. 도로변에 즐비한 셔틀버스를 보면 큰딸이랑 나는 뿌듯하니 벅찼다.

아이들 셋과 나 우리는 전우처럼 전장을 지나왔다. 큰딸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주말에 프로덕션 알바, 작은딸도 일찍부터 일을 시작해 각자 벌어온 것을 모아서 살았다. 막내는 누나들과 엄마의 버팀목이 되었다.

목표나 가치는 없었다. 오늘 하루 살아내기 그것이 다였다. 일단 오늘을 살자.

그냥 살자.
  II   [강민영의 프랑스 방구석 통신] 사랑밖에 난 몰라

엄마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는데, 남동생이 전화를 받았다. 엄마는 집에 없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 깊은 이야기를 하거나 사생활을 묻는 사이는 아니라 끊을까 하다가 그래도 그냥 끊으면 정 없는 것 같아서 흔해터진 질문을 하기로 했다. 회사는 바빠?” 아니. 요즘엔 괜찮아.”


동생은 인공지능 비스무리한 것을 연구한다. 비스무리하다는 말은 동생이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 주었는데도 잘 이해를 못 했다는 말이다. 내 뇌는 완벽한 문과뇌니까. 그래도 나는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를 전문가에게 듣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밑도 끝도 없이 물었다.

로봇이 인간을 정복하는 날이 올까?” 아니. 난 안 올 것 같은데.”

  II   [캥거루의 뛰다가 생각했어] 울음을 멈출 시간

빨간 딸기가 조르르 꽂힌 탕후루 두 꼬지를 손에 든 아이를 보며, 가능한 꾸욱 눈에 힘을 주고 울음을 삼켜야 했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새로 생긴 탕후루 집에 들러 엄마 것 하나, 자기 것 하나 이렇게 두 꼬지를 샀다고 한다. 자기가 먹을 것만 사도 괜찮은데. 아이는 엄마가 좋아하는 먹거리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 마음 씀씀이가 참 섬세하고 다정하다. 

 

등에는 책가방, 오른쪽 옆구리에는 장우산, 양손에는 탕후루. 엄마 눈에는 여전히 올망졸망한 아이의 두 손이 조금 버거워 보였다. 함께 외식을 하기 위해 아이를 만나러 걸어가는 길, 먼발치에서부터 두 눈에 가득 담겨오는 아이의 모습이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을 정도로 반가웠다. 엄마를 위해 용돈을 털어 탕후루를 산 그 마음과 작고 분주한 손에 조심히 탕후루 꼬지를 쥐고 나를 기다리는 그 모습이 영원히 머릿속에 새겨 넣고 싶을 정도로 귀했다.

  II   [김작가의 프로젝트 B안] 엄마와의 여행을 위한 십계명

엄마의 방사선 치료가 마지막이었다. 내려가실 수도 있고 좀 더 병원에 계실 수도 있었다.

성인이 되고 난 후 엄마가 이렇게 근처에 살았던 것도 오랜만이었다. 엄마 뭐해? 하면 근처 동네 공원을 돌고 있다고 해서 매번 만나러 갈 수는 없었지만 종종 만나러 가기도 했었다. 엄마가 좀 더 옆에 있었으면 좋겠고, 심심해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에 예약된 여름휴가를 같이 가자고 말을 꺼냈다. 엄마가 더 아랫지방에 계실 때는 바다를 보러 갈 겸, 엄마를 보러 갈 겸 여름휴가를 종종 같이 보냈으니, 어색하진 않겠지 싶어 차를 타고 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직장동료에게 오늘 넌지시 말해보니, 괜찮겠냐고 한다. 극성수기 휴가철인데, 강릉까지 막혀서 어떻게 가겠냐고.

  II   [BTS 아미어미] 내년 명절은 한국에서 보내게 될까?!

시어머니는 참 좋으신 분이다. 우간다에서 전화는 아들인 남편이 주로 하지만 그럴 때마다 “손자, 손녀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하다. 기도하마. 사랑한다.”며 전화를 끊으신다. 뭣 하나 더 주지 못해서 미안해하시는 좋은 시어머니임에도 신혼 초 시댁에 가면 바싹 긴장했던 것 같다. 부엌에 들어오지 말라고, 손에 물 묻히지 말라는 것은 물론이고, 과일 하나 깎는 것도 눈치 주는 법이 없는 분이셨는데, 그저 ‘시댁’이라는 단어가 나를 한없이 긴장하게 했고, 시댁에 간다고 계획을 세우기 전날부터 덜컥 겁부터 먹던 초짜 며느리였다.

 

사실 결혼을 하고 6개월 후부터는 해외로 나와 살았기 때문에 ‘시월드’가 어떻고, ‘명절의 고됨’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보질 못했다. “전날에 시댁 가서 음식 준비 같이 해야지, 그리고 친정에도 가야 하고…” 등의 친구들을 통해 종종 들었던 얘기가 전부였다. 그렇기에 명절음식 차리는 수고도 없고, 친정과 시댁 중 어디를 먼저 가야 하는지 눈치 볼 일없이 편한 명절을 보냈던 나는, 어쩌면 복이라면 복인-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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