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번째 편지 : 몰입, 불타오르네, 맵찔이의 매운음식

여러분은 무언가에 몰입했을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나나요. 저는 몰입의 대상에 대한 꿈을 꾸곤 합니다. 근래에 꾸고 있는 꿈은 제가 양조장 창업을 시작한 뒤에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이라 기록을 해 두었어요. 이번 편지에 그 악몽들을 짧게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수많은 실험 끝에 드디어 생산을 마친 술을 확인해보니 그만 온도 조절기가 고장나 술이 모두 상해버린 꿈을 꾸었습니다. 곰팡이가 핀 술들을 보며 꿈속에서 서럽게 울었는데 실제로 잠에서 깼을때 눈물을 흘리고 있더라고요. 또 어젯밤 꿈에서는 술을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났습니다. 확인해보니 상품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한게 그 이유였죠. 꿈이 다사다난할 제 미래를 미리 경고라도 해주는 걸까요? 

오늘 소개해드리고 싶은 음악은 정크야드Varsity입니다. 이 노래는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라는 물음에 빗대어 비관과 희망을 반복하는 현세대를 표현했다고 합니다. 저는 달려가는 듯한 리듬과 꿈같은 애니메이션의 뮤직비디오가 몰입과 꼭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구독자 여러분이 요즘 푹 빠져 몰입하고 있는 건 무엇인지 답장으로 알려주세요. 
🎧 정크야드 -  Varsity Feat. 오혁

구독자님, 혹시 멀티태스킹에 능하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저는 안타깝게도 그쪽으로는 전혀 재능이 없기 때문이에요. 예컨대 전화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옆에서 말을 걸면, 엄청난 혼돈에 빠져버려서 그 어느 쪽에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못하는... 그런 친구 주변에 꼭 한 명씩 있죠? 그게 바로 저예요.

불행 중 다행인 건, 한가지 일만 눈앞에 주어졌을때는 나름대로 몰입을 할 줄 안다는 거예요(물론 그마저도 작은 모닥불처럼, 짧고도 굵은 순간에 불과하긴 하지만요). 그런데, 저는 아무래도 깊은 몰입을 위해서 물리적으로 뜨끈뜨끈한 열기가 꼭 필요한 사람인가 봅니다. 집중력을 화르륵 불살라야하는 날에는 꼭 매운음식이 당기는걸 보면 말이에요.  마라탕이나 마라샹궈, 떡볶이, 불족발, 불닭볶음면이나 청양고추 아낌없이 넣은 칼칼한 국물요리까지! 입안 온도를 높여줄 수 있는 음식이라면, 뭐든 좋아요. 

오늘도 냠냠편지를 완성하고, 벌려놓은 일 몇가지를 마무리짓느라 제 영혼을 새하얗게 불태울 예정인데요(!).
저녁 메뉴는 마라탕이랑 떡볶이 중에서 뭐가 더 좋을까요?

구독자 님은 혹시 불 타는 음식을 잘 드시나요? 저는 타고난 맵찔이(매운 맛을 못 먹는 사람)라 매운 음식을 언제나 피해다닌답니다. 사실 서른이 된 지금까지도 먹을 때 앞으로(입으로) 고생하고, 다음 날 뒤로(...) 또 고생하면서까지 매운 음식을 즐기시는 분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저 같은 맵찔이도 함께할 수 있는 '초딩입맛 버전의 매운 맛 음식들'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이태원 롸카두들 내쉬빌 핫치킨 / 출처: AlexTheFood
처음 소개드릴 곳은 바로 제가 버거 1타로 치는 이태원/압구정로데오치킨버거 집, 롸카두들 내쉬빌 핫치킨그랜파(GRANDPA)에요. 백화점에서 식품MD로 일하던 시절 팝업하려고 처음 방문한 날부터 지금까지 약 2년 동안 20번은 넘게 맛 본 곳이랍니다!

이태원 롸카두들 내쉬빌 핫치킨, '그랜파(GRANDPA)' / 출처: AlexTheFood
우리가 아는 그 고추장 매운 맛도, 마라의 매운 맛도, 핫소스의 매운 맛도 아니라, 카이엔페퍼/하바네로 등의 페퍼로 맛을 낸 롸카두들의 치킨 버거를 꼭 드셔보시길 추천드려요. 저는 1단계나 2단계로 먹는 편이니 참고하시구요!

명동 반티엔야오 카오위, '칭화지아오' / 출처: AlexTheFood
두 번째는 최근에 건대강남에도 분점을 낸 명동의 반티엔야오 카오위의 대표메뉴, 칭화지아오입니다. 민물 생선을 한 번 구운 뒤 찌개처럼 자작하게 끓여먹는 음식인데, 익힌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매운 것을 잘 못 먹음에도 너무 맛나게 먹은 음식이에요.

명동 반티엔야오 카오위, '칭화지아오' / 출처: AlexTheFood
물론 마라 맛도 따로 있지만,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제게 마라의 매운 맛을 뺀 사천 후추 화자오가 들어간 칭화지아오는 너무 취향저격이었습니다. 괜히 대표메뉴가 아니더라구요. 다양한 사리들을 넣어서도 먹고, 밥과 비벼도 먹는 팔색조 매력을 가진 친구입니다.

양재 인덕원비빔국수, '비빔국수' / 출처: AlexTheFood
마지막으로는 한식이 한 번 나와줘야겠죠? 사실 제일 먼저 떠올랐던 건 떡볶이와 라면이었는데, 이 두 음식들은 언젠가 또 하게 될 날이 있을 것 같아 아껴둘까 해요.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음식은 양재김포에도 분점이 있는 안산 인덕원 비빔국수입니다. 사실 비빔국수가 굉장히 간단해보이지만, 매운 맛과 단 맛, 그리고 참기름의 고소함 사이의 밸런스를 찾기 은근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여기의 비빔국수는 그 단순하면서도 오묘한 맛의 밸런스를 잘 잡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답십리별미, '비빔국수' / 출처: AlexTheFood
글을 줄이기 전에 요새 자주 가는 집 근처 비빔국수 집도 한 번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답십리 현대시장 초입에 위치한 답십리별미라는 곳입니다. 간 고기신김치도 들어간 데다, 양도 푸짐해서 딱 시골에서 먹을 법한 그런 비빔국수에요. 지나가던 할아버지도 들어와서 소주 한 잔 하시고, 할머니도 잠깐 들려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시는 그런 정겨운 곳입니다. 왜인지 남기면 안 될 것 같아 굉장히 열정적으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는데, 이런 곳 찾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한 번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젠 예전만큼 열정적으로 맛집을 찾아다니지도 않고, 매운 음식들을 잘 먹지도 못하지만, 나름의 기준으로 골라 본 이번 음식들이 구독자 님의 취향에 맞으셨으면 좋겠네요. 구독자 님께서 사랑하는 매운 요리들이나, 작업에 몰입할 때 꼭 드시는 음식도 답장 우체통을 통해 공유해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꾸준히 찾아뵐 수 있도록 할게요! 이번 편지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D
앞으로의 냠냠편지도 기다려진다면 구독해주시고, 친구에게도 공유해주세요 :)
냠냠편지를 쓰는 이들에게 힘이 됩니다!
냠냠편지에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 궁금한 점 또는 하고 싶은 아무말이 있다면 아래 버튼을 클릭! 
답장을 기다릴게요.
냠냠편지에 답장하신 다른 분들의 생각이 궁금하시다면, 답장 우체통을 확인해주세요.
(냠냠편지의 답장과, 답장의 답장이 공유되어 있답니다! 만약 공개를 원치 않으신다면, 본 메일주소로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