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번째 편지 : 엉뚱함, 낯선 맛, 이색 디저트

이되니 이런저런 나물들이 나오고 있어요. 시장에서도 마트에서도 요즘 자주 보이는 냉이는 엉뚱한 제 가족들을 떠오르게 해요. 

중학생 시절부터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지낸 저는 엄마, 아빠, 동생이 있는 본가에 가면 항상 하는 일이 있어요. 믿지 못하시겠지만 요리입니다. 엄마, 아빠는 오랜만에 집에 온 딸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주기보다는 놀랍게도 “딸이 해주는 밥이 먹고싶어!” 하면서 한끼는 꼭 요리를 해달라고 합니다. 다들 먹성이 좋아서 제가 어떤 요리를 해도 맛있게 잘 먹어 주긴 했지만 신기하게도 메인요리, 반찬을 이것저것 하면 각자 좋아하는 음식이 달랐어요

그런데 처음으로 모두가 사랑했던 음식은 냉이였습니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냉이튀김을 봤던 기억을 더듬어 냉이튀김을 했는데 동생은 물론 엄마와 아빠도 냉이를 이렇게 먹는 건 처음이네, 하면서도 마지막 남은 냉이튀김을 먹기 위해 가위바위보까지 하면서 아웅다웅하더라고요. 그 모습이 웃기면서도 사랑스러워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부터 냉이를 보면 따스했던 그 순간이 떠올라요. 제 추억들은 대부분 사소하고 하찮은 기억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 편지가 되었네요. 이번에 추천하는 노래는 제가 제 가족들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곡입니다. 순수하면서도 엉뚱하고 또 조화로운 Clark의 <Lambent Rag>를 감상하며 2021년의 봄을 시작하시길 바라요. 
🎧 Clark – Lambent Rag

저는 꼬꼬마 시절처음으로 엄마 동생과 함께 진달래 화전 부쳐 먹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해요꽃을 먹을 있다는것도 신기했지만꽃맛을 잔뜩 기대했는데 아무 맛이 안났다는것도 놀라웠거든요맛은 비록 밍숭맹숭할지언정 식감만은 기분좋게 쫀득한 진달래 화전에다가꿀을 듬뿍 찍어먹으며 햇살을 맞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코끝에서 봄냄새가 나는 것만 같아요

동네에서 작은 텃밭을 가꿨던 3년 전에는, ‘허브잘알이었던 옆자리 텃밭 주인분 덕분에 스태비아라는 식물을 처음 알게되었어요. “잎사귀 한번 뜯어서 잘근잘근 씹어보세요 라는 말에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해보라는대로 해봤는데... 이럴수가! 어떻게 식물 이파리에서 설탕맛이  수가 있죠? 눈이 똥그래져서 스태비아 모종  개를 당장 주문해 심었지 뭐에요. 햇볕에  말린 스태비아와 애플민트 잎사귀를 섞어서 우려낸 차는 마음이 포근해지는 맛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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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식재료 경험 혀끝에 주는 귀여운 충격은  삶의 낙이랍니다. 모르던 맛을 하나 하나 알게되면서, 그리워하게 되는 맛도 하나씩 늘어가는것 같아요. 

이렇게 진정한 먹짱이 되어가는거겠죠? 

세상에 완벽한 '정답'은 없다 해도 '다수가 생각하는 정답'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요즘, 전 제가 맞다고 생각한 선택지를 정답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랍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의문을 품었던 선택지를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라던가, 이상할 거라 판단했던 조합으로 정답을 이끌어낸 음식들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는데요. 이번엔 그런 이색적인 조합의 디저트들을 한 번 소개해볼까 합니다.

삼성동 젠제로(Zenzero), '금귤 홍차 타르트 젤라토'
'계절마다 한국 고유의 제철 식재료, 미식적 관점이 결합된 메뉴들을 선보이는 서울의 젤라토 전문점', 삼성동 젠제로(Zenzero)의 젤라토가 그 첫 번째 타자인데요. 개성과 조화, 기본의 힘을 갖춘 젤라토를 지향하는만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식재들을 조합하여 젤라토를 만드는 게 너무 신기하더라구요. 저는 '감태 캬라멜', '밤꿀 고르곤졸라', '금귤 홍차 타르트' 젤라토를 먹어봤는데, 정말 글자 그대로의 맛이 나는 것 있죠? 심지어 저 식재들끼리 어울릴까 싶었는데- 어울려서 두 번 놀랐답니다.

삼성동 젠제로(Zenzero), '밤꿀 고르곤졸라 젤라토'
'감태 캬라멜'은 돌돌 말려서 김/파래 가루가 뿌려진 옛날 과자 맛이었고, '밤꿀 고르곤졸라' '금귤 홍차 타르트'는 정말... 글자 그대로의 맛이라 신기하면서도 아쉬웠어요. 뭔가 저 식재 이상의 시너지를 기대했는데, 그렇지는 않고 딱 그 맛에 충실한 젤라토였어서요. 다만 이런 조합을 발견해내고 그것을 젤라토로 재현한 것만으로 충분히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기에, 궁금증이 생기셨다면 꼭 한 번 가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인사동 오설록 티하우스, '프레시 한라봉 그린티'
두 번째로 소개해드리고 싶은 메뉴는 인사동 오설록 티하우스'프레시 한라봉 그린티'예요. 녹차 슬러쉬한라봉 퓨레가 올라갔다기에 신기해서 주문해봤다가, 그 색감과 맛의 밸런스에 충격을 받았던 메뉴랍니다. 마냥 달기만 한 한라봉의 맛을 녹차 슬러쉬가 은은한 쓴 맛으로 잡아주니 정말 끝 없이 들어가는데, 진심으로 매일 눈 뜰 때마다 마시고 싶은 거 있죠?

인사동 오설록 티하우스
비록 7,800원이라는 어지간한 국밥 이상의 사악한 가격을 자랑했지만, 널찍한 자리테이블까지 서빙해주는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맛이 있으니 돈이 아깝진 않으실 거예요. 혹시 오설록 티하우스를 방문하게 되신다면 일반적인 '차(Tea)'보다 이런 시그니처 음료들을 꼭 한 번 드셔보셨으면 합니다! 녹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도 호들갑을 떨었을 정도로 맛나게 마셨으니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삼각지 바우카페, '바우 바스크 치즈케이크(토핑 추가)' / 출처: AlexTheFood 인스타그램 리뷰
그럼 지금까지 아이스크림 하나, 음료도 하나 소개해드렸으니, 마지막엔 케이크를 하나 소개해볼까 하는데요. 바로 삼각지 바우카페바우 바스크치즈케이크랍니다. 널린 게 바스크 치즈케이크라고는 하지만, 바우카페의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비주얼만 봐도 다른 게 느껴지지 않나요? 흑임자 베이스바스크 치즈케이크에, 흑임자 아이스크림, 거기에 흑임자 떡, 수수와 현미 튀김까지 들어가 달달고소한 맛과 톡톡 튀는 식감, 쫀득한 식감, 꾸덕한 식감 등 여러 맛과 식감을 자아내는 토핑들이 존재감을 뿜어내는 게 참 매력적인 케이크랍니다.

삼각지 바우카페, '바우 커피(흑임자 라떼)' / 출처: AlexTheFood 인스타그램 리뷰
이미 강릉 흑임자라떼로 유명한 툇마루 사장님의 어머님께서 툇마루 근처에서 '바우카페'를 하고 계시는데, 여기 삼각지 바우카페는 툇마루 사장님의 형님이 운영하시는 곳이더라구요. 굳이 강릉 가서 줄 설 필요 없이, 삼각지에서 흑임자 라떼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굉장히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삼각지점에서만 판매하는 메뉴라고 하니 이것도 꼭 같이 드셔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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