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통한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화
Zoe     "넷플릭스...신작 빨리빨리 발표해주세요...현기증 나요..."
안녕하세요. 에디터 Zoe입니다.

지난주, 넷플릭스에서 발표한 2024년 한국 콘텐츠 라인업 다들 보셨나요? 기대되는 작품이 워낙 많아 설레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던 건 물론이고, 1~4분기를 꽉꽉 채워 다양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개봉될 거라는 소식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요. 오늘은 넷플릭스가 왜 한국 콘텐츠 제작에 이렇게 열을 올리고 있는지, 그리고 국내 콘텐츠 제작 환경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K-콘텐츠에 ‘집착’하는 넷플릭스
2.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3. ‘한국'의 제작 환경, 믿어볼게

💙 K-콘텐츠에 ‘집착’하는 넷플릭스

지난 2월 6일, 넷플릭스가 2024 ‘Next On Netflix(넥스트 온 넷플릭스)’라는 이름으로 한국 콘텐츠 1~4분기 주요 라인업을 발표했습니다. 총 35편으로 이루어진 이번 라인업 리스트에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게임> 시즌2, <경성크리처> 시즌2, <솔로지옥> 시즌4, <피지컬: 100> 시즌2 등 이미 성공을 거뒀던 시리즈의 후속편부터 <닭강정>, <살인자ㅇ난감>, <슈퍼리치 이방인>, <로기완> 등 앞으로가 기대되는 새로운 콘텐츠들이 줄지어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이번 라인업에는 드라마 시리즈뿐 아니라 예능, 영화 등 다양한 포맷이 포함되면서 장르 구분 없이 많은 콘텐츠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 Unsplash

사실 넷플릭스의 ‘한국 사랑'은 2024년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6월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서렌도스는 한국을 방문해 진행한 한국 콘텐츠 간담회를 통해 향후 4년간 기존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인 25억 달러(약 3조 2,0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제작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쇼박스, 스튜디오 드래곤 등 주요 제작사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여주는 등 경제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넷플릭스의 투자는 지난 2021년 공개되어 전 세계적인 열풍을 가져왔던 <오징어게임>의 성공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먹힌다'는 걸 여러 차례 검증한 거죠. 

2022년 해외 OTT 이용행태조사 ©방송통신위원회·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실제로 다양한 통계를 통해서 한국 콘텐츠의 저력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서렌도스에 따르면 전 세계 60% 이상의 넷플릭스 회원이 한국 콘텐츠를 시청했고, 지난 4년간 전 세계 회원들의 한국 콘텐츠 시청이 6배 증가했음은 물론 주요 콘텐츠들이 90개국 이상에서 TOP10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2022년 기준 넷플릭스의 인기 상위 100개 콘텐츠에서 한국 콘텐츠는 16개로 미국에 이어 2위 국가에 오르기도 했죠.


넷플릭스 자체적인 조사뿐 아니라 국내에서 진행한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계속해서 보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발표한 ‘2022년 해외 OTT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미국 OTT 이용자가 자국 콘텐츠 다음으로 가장 즐겨보는 것은 한국 영상 콘텐츠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 1년간 한국 콘텐츠를 시청했다고 응답한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한국 드라마 및 영화 장르는 액션(24.2%), 로맨스·멜로(23.8%), 공포·스릴러·좀비극(23.2%) 순이었습니다. 또 주로 시청하는 한국 예능으로는 게임 장르(14.7%)를 가장 많이 꼽았고, 연애 리얼리티(12.9%)와 오디션/서바이벌(11.5%)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가장 재밌게 시청한 드라마는 <오징어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이었고, 이들이 가장 재밌게 시청했다고 밝힌 한국 영화로는 <기생충>이 1위, <부산행>이 2위를 기록했습니다. 그야말로 한국 콘텐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통계들입니다. 

⭐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VP 돈 강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한국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도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밝히기도 했죠. 한국에서 성공하는 쇼라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먹힐 수 있다'고 넷플릭스가 판단하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겁니다. 돈 강은 한국 콘텐츠의 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국은 고유한 문화를 전달하는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으면서도 전 세계 시청자의 보편적인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VP 돈 강 ©CNBC

이처럼 대부분의 해외 언론은 이런 K-콘텐츠의 성공 요인에 대해 신선한 플롯과 컨셉, 다양한 소재, 진부하지 않은 스토리라인을 꼽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일부 공식처럼 느껴지는 진부한 소재더라도 그들은 신선하게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한류' 열풍을 강조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계속해서 여러 언론을 통해 짚어졌던 부분이기도 하죠.


필리핀의 Sunstar지는 ‘왜 밀레니얼 세대들이 한국 드라마를 사랑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와의 인터뷰를 직접 실으면서, 자국 콘텐츠가 갖고 있지 않은 한국 콘텐츠만의 ‘신선한' 매력에 대해 집중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인터뷰에 참여한 응답자들이 가장 먼저 꼽는 K-콘텐츠의 매력은 배우의 외모가 아니라, 콘텐츠 그 자체에 대한 설득력과 스토리텔링이라는 겁니다. 일부 배우들의 영향력으로 한류 열풍이 이어지던 시대를 넘어, 콘텐츠 자체에 대한 피드백과 고민이 이어져야 하는 시대에 다다랐다는 느낌이 드는 대목이죠. 

넷플릭스 흥행작 순위. 1위는 역시 <오징어게임> © NEWS18

넷플릭스는 한국 말고도 다양한 국가에서 로컬 콘텐츠 제작을 하는 걸 주요 전략으로 삼고, 여러 나라에서 이를 계속 시도하고 있는데요. 이 전략이 모두 통한 건 아닙니다. 미디어 연구소 다이렉트미디어렙의 '글로벌 미디어 리포트'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의 세계적인 성공 이후 이에 필적하는 로컬 기반 글로벌 히트작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도 될 정도입니다. 비영어권 콘텐츠 중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한 콘텐츠는 <종이의 집>이 있지만, 이 역시 <오징어게임>과 비교하면 시청 시간이 절반 이하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이렉트미디어렙은 데일리 굿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징어게임> 이후 인터내셔널 콘텐츠에 대한 주목도와 희망이 증가했지만, 미국 밖에서 세계적인 진정한 글로벌 TV 블록버스터는 여전히 희귀하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역적인 정서와 색깔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콘텐츠 자체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볼 수 있는 통계가 아닐까 싶은 부분입니다. 

🎥 ‘한국'의 제작 환경, 믿어볼게

한편, 넷플릭스가 해외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물론 콘텐츠 자체의 힘도 있을 수 있지만, 최근 미국에서 발생했던 미국 작가 조합 파업으로 인한 콘텐츠 생산 중단과 같은 이슈 발생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발표한 2023년 4분기 리포트에 따르면 작가 조합 파업과 같은 이슈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2023년 한 해 동안 세계 시장에서 2,953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추가로 가입시키며 2억 6천28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매출은 12%가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율도 21%(’22년 18%)를 기록하는 등 성공을 거둔 건데요. 148일 동안 지속된 대규모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이런 성공을 거둔 기저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같은 각 로컬 생산 기지를 이미 구축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다수 보입니다. 미국에서는 파업으로 새로운 콘텐츠 생산이 중단되어 스트리밍 서비스의 콘텐츠가 약화됐을 때 넷플릭스는 한국과 같은 글로벌 각 거점(로컬)에서 좋은 콘텐츠를 지속해서 생산하는 게 가능했다는 거죠.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은 비즈니스 투데이(Business Today)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콘텐츠와 넷플릭스의 관계는 상생(win-win)”이라며 “넷플릭스는 비용 효율적인 한국 콘텐츠의 도움으로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콘텐츠는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위상도 높아졌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021년 9월 진행한 넷플릭스 파트너데이 자료 © 넷플릭스

이에 맞춰 한국 콘텐츠 제작 환경도 변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방송을 편성하는 방송사 플랫폼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실제 제작 능력을 갖춘 스튜디오로의 탈바꿈이 불가피해진 거죠.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 CJ스튜디오스, 에그이즈커밍 등 다양한 제작사를 갖추고 있고 중앙일보의 SLL은 15개의 감독 레이블로 확대되었습니다. SBS도 스튜디오 S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데다가, KT 역시 스튜디오 지니를 설립 운영하는 등 스튜디오 형태의 제작사 운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국내 OTT 기업들의 OTT 관련 투자 현황 © 방송영상트렌드&인사이트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투자 확대가 결국 한국 콘텐츠 시장을 교란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내놓고 있는데요. 넷플릭스의 투자 규모가 워낙 압도적인 만큼, 넷플릭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 제작이 지속되면 한국 콘텐츠 시장의 생태계 자체가 교란되어 다양성을 잃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죠. 지상파 3사, JTBC, tvN 등 기존 방송사들부터 티빙, 웨이브 등 OT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한 제작 환경이 구축되어야 하는데, 넷플릭스가 올려놓은 제작비용을 따라잡기 어려워 아예 제작 자체가 어렵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넷플릭스의 힘이 세질수록, 다른 OTT나 매체들은 따라잡기 어려운 독과점 형태가 지속될 거라는 거죠.  


다만 콘텐츠 자체의 다양성은 오히려 넷플릭스 덕에 지켜지고 있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한국 방송사는 이 예산을 감당할 만큼 시청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틈새 콘텐츠(niche content)는 만들기 쉽지 않다”며 “넷플릭스에는 전 세계 시청자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장르를 시도할 수 있고 비주류 콘텐츠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 <오징어게임>을 연출했던 황동혁 감독은 2021년 각종 인터뷰를 통해 이 시리즈가 넷플릭스에 선정되기 전까지 여러 차례 거절을 당했었다고 밝히기도 했죠. ‘미드'에서나 볼 수 있던 다양한 비주류 콘텐츠들이 넷플릭스를 위시한 OTT에서는 시도되고 있고, 이는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 투자 활성화를 약속하는 공동 CEO 테드 서렌도스 © Nikkei Asia

제기되는 여러 이슈에도 불구하고, 해외 자본의 국내 콘텐츠 시장 투자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어버렸습니다. 넷플릭스 이외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한국 콘텐츠 시장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축구선수 제시 린가드가 수많은 해외 구단이 러브콜을 보냈음에도 FC서울에 합류한 이유에 대해 사업적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들이 많았는데요. 그가 패션 브랜드, 레스토랑, e스포츠팀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가이기도 하고,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만큼 국내 시장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을 갖고 합류했을 것이라는 전망이었죠. 지난 8일 본인이 인터뷰를 통해 축구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만, 이런 전망이 등장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더더욱 지금은 오히려 이 위기를 어떻게 하면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죠. 다이렉트미디어렙은 "올해 1분기 넷플릭스 미국 사용자는 글로벌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보는 데 전체 시청 시간의 40%를 투입했다"면서 "40%를 잘 활용하면 한국 스튜디오들도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이제 해외 시장에도 어필할 수 있는 환경이 잘 만들어진 만큼, 이 환경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무한 경쟁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살인자ㅇ난감 | 공식 예고편 | 넷플릭스

에디터 <Zoe>의 코멘트

1분기 공개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중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기다리고 있는 건 역시 <살인자ㅇ난감>입니다. (개인적으로 웹툰을 3회 이상 정주행했거든요...!!) 아마 레터가 발행될 시점에는 이미 콘텐츠가 공개되어 정주행을 마치지 않았을까 기대합니다. 넷플릭스가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 중, 이런 웹툰/웹소설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부분도 저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특히 너무 선정적이거나 너무 잔인해서 국내 방송사들을 통해서는 보기 어려울 만한 장면도 넷플릭스라면 왠지 표현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고요. 이런 좋은 작품들이 넷플릭스와 같은 OTT를 통해 빛을 보고, 세상에 더 널리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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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후니 • 찬비 •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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