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이경미 대표님. 대표님의 '지구별' 여정을 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2016년에 화제였던 깔창 생리대 사건에 크게 충격을 받고 다회용 생리대 사업을 구상했어요. 2017년에 협동조합을 꾸려 조합원들과 함께 유기농 면 생리대를 만들었고, 이후 유기농 면 화장솜, 고체 샴푸 등을 만들다 2018년에 지구별가게를 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사회적 문제 중에서도 여성의 건강과 환경에 집중했고요. 최근엔 지구 환경 전체의 건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Q.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제주도에 터를 잡게 되셨나요?

전 2014년에 제주에 입도했어요.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후 핵에너지에 신경이 곤두서있었는데, 제가 살던 경주에도 최초로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던 중이었어요. 방사능 관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싸우는 게 지쳐서, 고향을 떠나고 제주에 오기로 결심했어요.

1년 동안 안식년을 가지면서 먹거리와 공동체에 관심이 생겼고, 생협에서 활동을 시작했던 게 지금 여기까지 왔네요.

Q. 제주에서 여러 단체와 함께 활동하시는 것 같았어요. 최근 인상 깊었던 협업은 무엇이었나요?

제주가 육지랑 교류가 적어서 어찌 보면 고립돼있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제주에서라도 협업을 해야죠. (웃음)

최근엔 제주도 교육청과 함께 학교로 찾아갈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준비 중에 있습니다. 여러 환경 단체 및 기업의 대표들이 교육을 할 수 있게끔 저희 협동조합이 중간다리로서 연결을 도울 예정입니다.

Q. 올해 이루시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환경 운동이 지속되면서 동시에 피로감이 쌓일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외면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여행이나 먹거리를 거리낌 없이 즐기고 싶어질 수도 있죠. 게다가 경기 침체까지 오고 있고요.

그래서 올해 목표는 그야말로 '지속 가능'이에요. 일단 존립을 지속하는 게 목표고, 그를 위해선 공적인 힘이 있는 기관이나 단체로부터 지원을 최대한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올해는 위 협업처럼 공공의 영역에서 교육적인 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요.

Q. 그렇다면 제주도 기관에선 지속가능성에 얼마나 적극적인지 궁금해요.

최근에 제주시에서는 기후 위기 대응과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지원 사업이 시작됐어요. 지난주에 진행된 제주도의 '2040 플라스틱 제로 섬 선언'도 기대했던 것보다 구체적이었고요.

도민･시민으로서, 지역의 거점 공간으로서 계속 목소리를 내고 요구하고 있는데 그 목소리를 의식하고 주시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제주도가 쓰레기 섬이라는 오명이 생겼는데, 공감하시는지 궁금해요.

실제로 쓰레기 섬이라고 생각해요. 제주에 놀러 오는 사람들은 이쁜 바다만 사진에 담고 싶어 하는데, 이러다 사진 찍을 이쁜 바다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아무리 치워도 너무 많은 쓰레기가 떠내려오고 버려져서 그야말로 켜켜이 쌓여있거든요.

겨울엔 특히 북서풍 영향으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쓰레기가 떠밀려오거든요. '바다지킴이'라고 제주도에서 해양 쓰레기 수거활동가를 200명 정도 채용하는데, 1,2월엔 바다지킴이도 활동을 안 합니다. 이럴 때 쓰레기가 정말 많이 보이는데, 사람들이 이 쓰레기들을 적나라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이런 상황에서 대책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업, 지자체로 나눠서 말해보고 싶은데요.

일단 기업에 대한 규제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로서는 기업의 영업권이 최우선이거든요. 기후 위기대응이 물건을 파는 것보다 우선시 되지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지자체도 자원순환센터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합니다. 여전히 쓰레기 처리에 있어서 육지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제주만의 순환체계가 만들어지지 못했거든요. 적어도 제주에서 먹은 우유팩들은 제주에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게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공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펄프 공장 같은 게 제주에 들어와야 순환체계 형성에 도움이 되거든요. 하지만 시민들은 '청정 제주'에 공장이 생긴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곤 합니다. 시민들이 그 필요성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너무 거대하지 않게, 너무 흉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치 제주의 쓰레기 배출장인 클린하우스와 도움센터가 이젠 시민들에게 친숙하고 편리한 공간이 된 것처럼요. 공장이지만 마치 복합공간처럼 시민들에게 혜택이 될 거라는 걸 보여주고 이해시켜야 하는 거죠.

Q. 대표님에게 제주란 어떤 의미인가요?

제주는 작은 지구라고 생각해요. 제주가 육지보다 작다 보니 뭔가 시도하기 쉬울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그럴 때면 제주가 하나의 지구처럼 느껴져요. 그렇지만... 제주마저 지키지 못하면 지구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제주에서 나온 쓰레기는 제주에서 처리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그 이유예요. 제주는 작은 지구니까요. 지구에서 나온 쓰레기를 다른 행성으로 배출시키지 않잖아요. 지구 내에서 해결하듯, 제주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