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같이 느리고 여린 이야기 다섯 편이 담겼다. 천천히 달팽이걸음으로, 삐거덕거리는 걸음으로 우리 주변 눈여겨볼 곳들을 잘 살피라고 이르는 듯하다. 매일 저마다의 방식과 속도로 기죽지 않고 씩씩하게 지내는 어린이들 일상이 생생하다. 달팽이와 복어 같은 작은 생명체들부터 장애, 빈곤, 가정폭력을 겪는 아이들까지, 약한 존재들의 작지만 큰 목소리를 담은 이야기들이다. 작가는 보드랍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달팽이 등에 태워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듯하다.
〈달팽이도 달린다〉 편에서는 달팽이를 반려동물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어린이가 사랑스럽다. 그저 느릿느릿 움직이는 듯 보이는 달팽이 몸짓을 “파도가 일렁이듯” 걷는다고 표현하는 관심과 관찰력도 놀랍다. 〈땡땡 님을 초대합니다〉에서는 한 엉뚱한 친구가 유명 작가를 용돈 3만원으로 학교 ‘작가와의 만남’ 시간에 초대한다. 친구의 자존심을 지켜주며 작가에게까지 예의를 차리는 어린이들 모습이 대견하다. 이어지는 〈잠바를 입고〉, 〈복어의 집〉, 〈최고의 좀비〉 편도 살뜰한 이야기들을 자분자분 전한다. 마음을 열고 귀 기울여 살필 만한 여리고 아픈 형편들이 담겼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일상을 각자의 속도로 살아내는 이들이 많다. 인간과 동물, 장애인과 비장애인, 어린이와 노인 등 이 세상의 다양한 생명체가 함께 편안히 어울려 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를 조용히 묻는 듯한 이야기들이다. 이 책 속 존재들처럼 서로 존중한다면 이 세상은 조금 더 다정한 빛으로 가득하겠지. 우리 눈에 잘 안 보일 뿐 달팽이도 엄연히 달릴 줄 안다. 작가가 권고하는 대로 ‘각자의 방식과 각자의 속도로, 걷고 달리고 구르고 미끄러지면서 더 넓은 세상을 만나’면 참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