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변화, 독서의 변화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오늘의 에디터 구현모입니다.


여러분은 한 달에, 아니 1년에 몇 권의 책을 읽으시나요? 책은 분명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1년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성인의 비율이 50%가 넘었고, 출판업계의 적자 규모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독서의 가치는 여전합니다. 책만큼 확실한 지식습득수단은 없습니다. 아무리 탐닉해도 무해하고, 오히려 많이 읽을수록 유익한 훌륭한 콘텐츠입니다. 매체가 활자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영상으로, 영상에서 MR로 확장되는 와중에도 독서의 가치는 여전합니다.


오늘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독서의 변화 그리고 지금 시대의 독서가 가진 특징에 대해 논하고자 합니다.

👋 오늘의 에디터 : 구현모
요즘 자주 뵙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1. 과거 시대의 독서: 아날로그이자 매체가 곧 콘텐츠
2. 지금 시대의 독서: 디지털, 공감각, 해석 소비 
3. 앞으로의 독서: 책이라는 메타버스

🧒 과거 시대의 독서: 아날로그이자 매체가 곧 콘텐츠

(출처: Unsplash)

저는 90년대생입니다. 교보문고와 알라딘 그리고 YES24보다 ‘동네에 규모 있는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게 익숙한 세대죠.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좋아하고, 독후감을 검사받던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이 시기 독서의 특징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아날로그, 하나는 단일한 매체입니다. 


입력과 출력이 모두 아날로그였습니다. 종이책을 읽고, 독후감을 손으로 썼습니다. 메모할 게 있으면 책에 쓰거나, 포스트잇을 붙이곤 했죠. 글쓰기에 관심이 있거나, 책을 너무나 사랑하는 경우 노트에 문장을 베껴내는 필사를 했습니다. 언론사 시험을 준비한 8090년대생들은 김훈 작가 필사를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겁니다. 독서 시 대부분의 감각은 시각에, 아주 일부는 촉각에 할당됐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단일한 매체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책'은 매체의 한 형태입니다. 책이라는 매체 안에 작가가 쓴 스토리가 담겨 있는 셈이죠. 그렇기에 이 책이라는 매체는 PDF, 전자책, 오디오북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에서야 다양한 형태의 책을 상상하지만, 과거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책이라는 형태가 곧 콘텐츠였죠. 그렇기에 저자가 구현하고자 하는 모든 그림은 활자와 일부 삽화로만 표현될 수 있었습니다. 매체와 콘텐츠를 분리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책이라는 그릇에 맞춰 모든 콘텐츠가 주조되던 시대입니다.

🔥 지금 시대의 독서: 디지털, 공감각, 해석 소비 

출처: Unsplash

지금 시대의 독서가 가진 특징은 크게 3가지입니다. 


하나는 디지털입니다. 아날로그에 대치되는 이 디지털이라는 개념은 이제 너무나 당연해져 공기처럼 느껴집니다. 이 공기질의 변화로 인해 독서의 행태도 변했습니다. 종이에서 전자기기로 저장 매체가 달라지며 독자와의 접점도 달라졌습니다. 우리는 종이책 이외에 각 전자책 서비스 혹은 PDF 혹은 오디오북으로도 책을 읽습니다. 


두번째는 공감각입니다. 종이책이라는 매체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책은 살아있는 생물이 되었습니다. 어떤 책은 오디오북으로, 어떤 책은 웹툰으로, 어떤 책은 영상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시각이 주지만, 촉각을 넘어서 청각으로 책을 소비할 수도 있습니다.


공감각을 참으로 잘 쓴 콘텐츠가 밀리의 서재의 ‘오브제북'입니다. 저는 작년부터 모든 독서를 밀리의 서재 혹은 리디북스로 대체했습니다. 좁은 자취방에 책을 마냥 쌓아둘 수 없었고, 읽은 책의 특정 구절에 대한 검색과 접속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죠. 그래서 밀리의 서재의 하드코어 유저가 됐는데요, 최근 ‘오브제북'이라는 서비스가 꽤 인상 깊었습니다.

출처: 밀리의 서재 보도자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서비스는 공감각을 효과적으로 활용합니다. 이 서비스는 특정 책을 소재로 삽화를 다시 그려내고, 3가지 사운드 트랙(현장음, 배경음, 나레이션)을 넣었습니다. 일반 오디오북 내지는 팟캐스트보다 청각에 더 힘 쓴 모양새입니다. 더군다나, 각 트랙별 음량까지 직접 조절할 수 있는 디테일한 설계까지 해두어서 인상깊었습니다. 공지사항을 보니 공간을 아름답게 채워주는 영상형 책이라는 설명이 있는데, 책이라는 매체를 넘어서 사용자 몰입도를 극대화해보고자 하는 시도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용자로서 특이했던 점은, 이 서비스가 빔프로젝트와 스마트 모니터 등 대형 스크린에 최적화되었다는 겁니다. 지금은 유명 에세이 위주로 콘텐츠가 꾸려졌는데, 아동 만화나 혹은 특정 영화와 협업해서 신규 콘텐츠가 나온다면 좀 더 즐길 만한 구석이 많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당장의 완성도보다는 앞으로 시대의 독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밀리만의 대답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출처 : 유튜브 썸네일 캡쳐

시각과 촉각을 넘어서 청각까지 더해 몰입력을 높이고자 하는 콘텐츠 내적 변화를 넘어선, 큰 소비 행태 변화도 있습니다. 바로 ‘해석 소비'입니다. 과거의 우리는 독서를 할 때 누가 책을 추천했는지, 어떤 매체에서 꼽은 책인지 신경썼습니다. 서울대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려간 책, 조선일보가 추천하는 책, 빌게이츠가 추천하는 책 등이 대표적이죠.


바쁘디바쁜 현대 사회에서는 책 추천보다 해석을 선호합니다. 삼프로티비가 운영하는 언더스탠딩, SK브로드밴드가 운영하는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수많은 유튜브의 지식인플루언서가 책의 논지를 짚어주고 해석해줍니다. 우리는 책을 읽지 않고, 발췌독을 하지 않고, 유튜브로 책을 읽고 ‘다 읽은 것처럼' 행동합니다. 


내가 직접 하는 것이 독서의 본질인데, 유튜브 등 콘텐츠 소비 행태의 변화로 인해 이 본질 자체가 바뀌고 있는 셈이죠.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유명 인플루언서에게 책의 해석을 의탁하고, 그의 권위를 빌려 책을 다 읽은 것마냥 말하고 쓰곤 합니다. 독서의 외주화인 거죠. 


독서가 겪어온 변화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디지털입니다. 모든 인풋과 아웃풋이 디지털화됐습니다. 문장을 찾기 위해 종이책을 뒤적거리던 과거와 달리 이젠 전자책 검색을 통해 문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책에 하이라이트를 치고, 메모를 저장하고, 그 메모를 다시 내 구글 독스에 저장하여 새로운 지식 DB를 만들 수 있습니다. 독서를 기반으로 한 나만의 클라우드를 만들기 용이해졌습니다.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암기가 아닌 각 책의 시사점을 엮어내는 해석력과 그 정보에 대한 접속 권한입니다.


두번째는 Z축입니다. Z축은 주로 영화영상학과에서 배우는 개념인데요, 쉽게 말해면 가로와 세로가 아닌 화면 바깥으로의 깊이를 의미합니다. 과거 독서가 시각과 촉각에 주로 의지했다면, 밀리의 서재 오브제북 등 주요 독서 서비스는 여기에 청각과 몰입이라는 새로운 Z축을 더하고자 합니다. 독서라는 형태가 우리의 24시간에서 멀어지고 있는 만큼 새롭게 다가가고자 하는 자구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은 해석의 외주화입니다. 인터넷 포털 시대에 우리는 카페와 블로그에 올라온 독후감으로 책을 대리소비했습니다. 페이스북 시대엔 카드뉴스로 책을 대리소비했죠. 지금 유튜브 시대엔 유튜브에 출연하는 지식인플루언서에게 책에 대한 해석을 의탁하고, 그들에게 조회수와 시청시간을 대가로 해석을 사오고 있습니다. 명백한 해석의 외주화입니다.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는 통계 뒤에는 이렇게 유튜브로 책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가려져 있습니다.

💌 앞으로의 독서: 책이라는 메타버스

앞으로의 독서는 어떨까요?


독서는 작가가 만들어둔 메타버스를 체험하는, 오래된 미래입니다. 작가가 만들어둔 세계를 탐험하고, 그 탐험의 일지가 독후감이며 독자의 깨달음인 거죠.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지겨움을 넘어서 기억 저 멀리로 사라진 지금, 책과 메타버스가 합쳐져 새로운 교육적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페이커가 광고해서 알게 된 이프랜드라는 메타버스 서비스가 있습니다. 지난 달에 이 서비스가 이프홈이라는, 마치 싸이월드와 같은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이프랜드의 자신의 집을 만들고 꾸미고 노래까지 부를 수 있는 기능이라고 합니다. 방을 꾸민다는 점에서 버디버디 미니홈피와 짧게 유행을 끌었던 본디가 생각납니다.

출처 : library hub

독서와 메타버스가 만난다면 어떨까요? 300페이지의 책이 10장의 카드뉴스로 압축되듯, 한 평의 메타버스 속 공간으로 압축되고 꾸며진다면 사용자는 좀 더 확실하게 내용을 숙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백문은 불여일견이고, 100개의 문장보다 1장의 사진이 강렬하듯 구구절절 긴 설명보다 1분의 서비스가 독자(사용자)에게 더 강렬한 기억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1년 동안 책에 쓰는 비용은 40만 원 내외입니다. 밀리의 서재를 1년 구독하고, 리디북스로 책을 종종 사고, 전자책이 없는 경우 알라딘에서 사곤 합니다. 10년 전의 저는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고, 절판되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곤 했습니다. 불과 몇 년만에 독서 형태가 상전벽해했습니다. 앞으로의 독서는 어떻게 변할까요? 책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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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구현모>의 코멘트
아직 이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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