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etter from London

A Letter from London
Letter#7
2020.5.25

뒷마당에 항상 똥을 싸고 가는 이웃 고양이
다시 반말이다. 
존댓말로 편지를 쓸 때는 얼굴이 없는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내 앞에 있다. 글로 그 사람에게 말을 한다. 나 말하고 있으니 지금 내 말 잘 들어주세요, 라는 마음으로 쓴다. 사실 쓸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다. 반말로 쓴 편지는 혼잣말인데, 누가 듣지 않아도 할 건데, 그래도 누가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태도로 써진 것 같다. 말끝에 확신이 없는 이유는 나의 불완전하고 모난 자아가 탄로 날 내 혼잣말을 가끔은 아무도 듣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이중적인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무슨 일을 해도 걱정, 불안, 스트레스, 피로, 과로에 힘들다. 세상에 이렇게 생겨먹은 나에게 고난을 주지 않는 일은 단 하나도 없으니 나는 내가 건강하고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는지 구분하는 나만의 리트머스지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최근에 발견한 구별법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긴 피곤함은 성취감으로 상쾌하게 회복되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 힘듦이 찌든 것으로 변질하여 육체와 정신을 오염시키고 가끔은 회복할 수 없는 영구적인 상처를 남긴다는 것이다. 아직 매번 찌든 것으로 가기 전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멈추지 못한 일투성이다. 요즘 일터의 일이 조금씩 나를 찌들게 하는 것 같지만 내가 존경하던 기관에서 정말 좋은 사람들과 흥미로운 일을 하는데 그럴 리 없다며 나의 작업을 위한 주말을 몽땅 피로 회복에 쓴다. 제대로 쉬지 못한 탓에 피로를 가늠하는 리트머스지가 오염된 것일 뿐. 잠을 더 자고 밥을 더 많이 먹어보자. 그렇게 나는 또 내 모든 시간을 일에 쏟아붓고 있다.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일하기 위해 컨디션 회복을 하는 일에서 일로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같은 생활 패턴이 생겨버렸다. 런던에만 나처럼 버둥거리며 휴일 없이 일터와 작업실(혹은 방구석)을 드나드는 작가가 수백 명일 것이다. 그러니 나도 버텨보자고 찌들어가는 마음을 대충 문질러 닦는 시늉만 하고 만다. 

글을 다시 읽어보니 찌그러진 눈과 삐뚤어진 입을 가진 내가 보인다. 그러니 세상이 (사실은 내 얼굴이) 못나 보이고 베베 꼬인 말이 나온다. 

 반말로 글을 쓰게 되는 때가 있고 오늘이 그렇다.  
톰의 작업은 대학원을 다닐 우리 과에 다프네 오람 워크샵을 리드했기 때문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영국의 작곡가인 다프네 오람 (Daphne Oram) 만든 거의 최초의 그러나 잊혀진지고 있는 전자 악기 Oramics 대해 연구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제작이 되지 않는 Oramics 직접 다시 만들었고 다른 악기와 조합해 디제잉을 하고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합니다. 요즘 나의 BGM 연주입니다

지인의 통해 알게 아트선재에서 최근에 런칭한 플랫폼 홈워크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컨텐츠가 유기적으로 역인 구성입니다. 앞으로 보고 읽게 것이 기대되는 프로젝트입니다. 민영순 작가가 공개한 박이소와의 대화가 인상 깊었는데 나도 저런 대화를 나누는 작가 친구가 있어서 공감되었나 봅니다. 작가로써 부딪히는 고민과 비판이 여과 없이 솔직하게 담겨있습니다.

6월 7일까지 계속되는 upstream gallery의 온라인 전시입니다. 인터넷상에 존재하거나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넷 아트나 디지털 아트를 전시합니다.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으로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Miron Galic의 비디오는 45분이나 되길래 뒷부분으로 스킵해보았고 아이콘으로 가득 찬 배경화면으로부터 엄청난 피로감을 경험했습니다. 얼굴 인식 기능을 이용한 Jan Robert LeegteDrop Shadow가 흥미로웠는데 단순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데이터화된 얼굴이 일괄적으로 네모난 조각으로 번역되고 움직임만 보이는 대상화되는 것에서 많은 질문을 던지는 작업입니다. 클릭하면 야호를 외치는 Yael KanarekHelloJonathan Puckey의 커서 위치에 손가락이 맞아떨어지게 사진을 배치하는 Pointer Pointer도 계속 클릭하는 맛이 있는 작품입니다. 

지난 4 지구의 날에 공개된 Olafur Eliasson Earth Perspective 주황과 분홍색의 지구를 영상이 지속할 동안 뚫어지게 쳐다보라고 합니다. 영상 끝에 지구가 사라지고 보이는 잔상에 진짜 지구가 보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이미 잃어버렸을지 모르는 푸른 지구가 유령처럼 눈에 아른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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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etter from London Archive 에서 지난 편지를 볼 수 있습니다. 

박선주
sunpark.spac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