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소소한소식] 그리니엄이 '콘텐츠에디터' 뽑습니다!

Season 2 | 류중희 | 퓨쳐라 | 22 July
[그때투자] EDM 파티에서 춤을 추다 만나 사업 동료
"때로는 엉뚱한 경험이 오래가는 동지를 만들어준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는 현업 벤처캐피털 대표님이 '내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이번주는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님이 퓨처라의 투자 스토리를 전합니다.

 창피한 일이지만, 최근에 공개된 “퓨처플레이: 더 다큐멘터리”를 보신 분들이라면 내가 DJ라는 걸 아실 것이다. 제대로 불러주는 곳도 없고 돈도 벌어본 적 없는 순수한 아마추어 DJ (이런 DJ들을 침실에서만 DJing을 한다고 bedroom DJ라고 한다)지만 마음 만은 어떤 EDM 페스티발의 헤드라이너에 못지않달까.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상황 때문에, DJ들이 모이는 파티를 갈 수 없다는 아쉬움을 이야기하기에도 미안한 요즘이지만 말이다. 

 때로는 정말 알 수 없는 우연이 사람과 사람을 엮어내기도 한다. 내게는 DJing이라는 취미, EDM에 대한 열정이 그런 고리를 만들어 주었다. 2003년의 나는 막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본엔젤스의 대표인 강석흔과 “우주커넥션스”라는 스타트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강석흔 대표와의 인연도 카이스트 합창단 선후배로서의 만남에서 시작되었으니 내 스타트업 인생에서 음악이 숨은 역할을 꽤 했다) 초보 창업자들이 다 그렇듯 하루 하루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고, 가슴 속이 공허해지면 나는 열심히 이런저런 EDM을 찾아 듣고 또 “bedroom에서” DJing을 하곤 했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왼쪽)과 신우섭 퓨처라 대표
 어느 날도 그렇게 음악을 찾아 웹서핑하다가 당시에 열심히 듣던 일본 아티스트 Mondo Grosso와 Fantastic Plastic Machine(FPM)이 한국에서 12월 31일에 카운트다운 파티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장소는 무려 하얏트 호텔. 당시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공대 출신 아싸였던 내게 별 다섯개짜리 호텔의 그랜드볼룸에 가서 수많은 인싸들과 춤을 춘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미션이었지만, 사랑하는 아티스트가 눈앞에서 DJing하는 걸 볼 수 있다는데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예약하고 몇일을 기다려 만난 파티는 정말 신세계 그 자체였다. 공간의 구성도 훌륭했고 사운드도 환상적이었다. 물론 Mondo Grosso와 FPM의 음악은 화룡점정이었고. 아싸고 뭐고 내 몸은 나도 모르게 움직였고 저질 체력의 뒷받침으로 금방 땀에 흠뻑 젖고야 말았다. 새해를 맞는 카운트다운을 하고 에너지가 바닥이 되어 공연장 뒤편에 널부러져 목에 걸고 간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었는데 (그래, 그때는 그런 게 패션이고 뭐 그랬다) 나를 유심히 보는 눈길이 느껴졌다. 뭔가 내공이 느껴지는 외모였는데, 나이로 보나 옷차림으로 보나 파티 진행을 위해 동원된 아르바이트생 같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내게 눈인사를 건넸고, 나도 (인싸인 것을 증명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눈인사했다. 말을 걸거나 악수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왠지 그냥 이 열광의 도가니에서 한 발짝 벗어나 그 뒤편에서 만난 것 자체가 많은 이야기를 품은 것 같아서. 때로는 눈인사만으로도 충분한 때는 있으니까. (그냥, 졸려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벌써 18년이나 지난 이야기니까 제대로 기억이 날리도 없고.) 

인싸의 눈인사를 건넸다가 사업 파트너가 됐다
2004년에도 어김없이 12월 31일은 찾아왔고, 하얏트 호텔의 파티도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FPM에 더해서 FreeTempo도 찾아왔고 나는 다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카운트다운. 이미 한번 경험한 자의 여유로 다시 나는 사람이 없는 공연장 뒤편을 찾았고, 역시나 땀을 닦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눈인사 친구를 만났다. 

 이번에도 나는 인싸의 눈인사를 건네고 조용히 사라질 참이었다. 그런데 그가 나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작년에도 오셨죠?” 쾌활하지만 가볍지 않은 목소리였다. 

 알바라고 생각했던 그는 놀랍게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이 거대한 파티를 준비한 회사의 대표였다. 멋진 회사의 경영자라서가 아니라, 그냥 나를 무척이나 즐겁게 해준 행사를 만든 사람이었기에 나는 그와 친해지고 싶었다. 아직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기 전에, 예술적 감성이 묻어나던 가로수길에 그는 사무실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뭔가 힙해지고 싶을 때마다 그를 만나러 놀러갔다. 

 “형, 나도 스타트업을 하고 싶어요.” 어느 날 뜬금없이 Boys Noize의 새 싱글 이야기를 하다가 그가 꺼낸 말이다. 나는 뭘 하고 싶은지 물었고, 그는 “공연을 원하는 사람들이 미리 표를 사면 거기에 가서 공연을 여는” 정말 실현되기 어려울 것 같은 아이디어를 들려줬다. 
 그래, 그래도 이 친구는 나를 위해 해마다 파티를 열어주고 있는데, 이제 내가 도와줄 차례지. 계속 만나면서 사업을 구상하고 정교화 하는 것을 도왔다. 하지만 그때의 그 친구는 훌륭한 음악 사업가였지만 아직 기술과 스타트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면 차라리 좋은 사업 파트너를 만나면 어때?” 내 제안에 그는 고민 끝에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말했고, 마침 새로운 사업으로의 피봇을 고민하던 대학 후배를 연결해 주었다. 
 이후에 함께 열심히 꿈을 이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리 길지 않은 시간 후에 그 회사는 공연계에 큰 변화를 가져온 성공한 스타트업이 되었다. 마이뮤직테이스트.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서, 회사를 하나만 만들 수가 없어요"
마이뮤직테이스트의 성공 이후에 훌쩍 제주도로 이사 간 그는 내가 제주도에 놀러 갈 때마다 좋은 말동무가 되어주고, 제주도 맛집을 소개해 주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음악 산업에 이어 스타트업까지 경험한 이 친구가 그냥 이렇게 시간을 보내지 않을 것임을. 그래서 지나가는 말로 들릴지라도 슬쩍슬쩍, “언제든 다시 사업하면 같이 해야지?”라고 농을 치고는 했다. 

 그러던 그가 일년 쯤 전 갑자기 연락을 해 왔다. “형, 이제 다시 제대로 해보려고요.” 그의 새로운 사업은 놀랍게도 퓨처플레이와 같은 컴퍼니빌더였다.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서, 하나만 회사를 만들 수가 없었어요.” 이 컴퍼니빌더, 퓨쳐라(FUTURERA)에 퓨처플레이는 바로 투자를 했고, 또 퓨쳐라도 퓨처플레이에 투자를 해서 우리는 서로의 주주, 서로의 포트폴리오 컴퍼니가 되었다. 

 이후 퓨쳐라는 신진 디자이너의 패션을 셀러브리티에게 전달하는 “오스카퓨쳐라”, 고객의 취향에 맞춰 건강하게 키운 돼지를 온라인을 통해 유통하는 “피그업”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스타트업들을 만들었고, 지금도 몇개의 비밀스런, 그러면서도 창의적인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퓨처플레이는 지속적으로 퓨쳐라가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투자할 계획이다. 

 파티 뒤편에서 18년전에 만나 먼저 말을 걸어준 내 친구, 퓨쳐라의 신우섭 대표는 오늘도 퓨처플레이와 같은 사무실을 쓰며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때로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엉뚱한 경험이 정말로 오래가는 동지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것이, 스타트업의, 인생의 묘미라면 과장일까. 
신우섭 퓨처라 대표와의 짧은 인터뷰
"제주도 내려갔다가 커스텀 돼지 사육 플랫폼 아이디어 떠올렸죠"

신우섭 퓨처라 대표 오른손에는 회사 CI를 새긴 문신이 있다. 상대성이론 문신은 아인슈타인을 너무 존경해서 새겼다고 한다. 존경하는 이유는 '말하기 너무 복잡하고, 멋있어서'란다.
-신우섭 퓨처라 대표 
-쇼쇼타입 창업(2002년), 마이뮤직테이스트 Co-Founder(2013년) 
-2020년 퓨처라 창업 

 “대학은 경제학 1년 전공하다가, 창업이 맞는 것 같아 자퇴했어요. 26살이었던 2002년 쇼쇼타임이라는 공연기획사를 창업해서 2012년까지 운영했고요.  
 류중희 대표와의 첫 만남이요? 아직도 기억하죠. EDM 공연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분이 특색있는 춤을 추면서 땀을 닦고 있었죠. 너무 어색해서 만화 캐릭터 같았어요. 강렬한 인상에 먼저 말을 걸었죠.” 

 “저도 엉뚱한 경험과 만남이 창업 아이디어로 이어졌죠. 마이뮤직테이스트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 아버지가 양돈장을 하셨어요. 동료가 양돈장을 물려받게 됐죠. 마이뮤직테이스트를 2018년에 퇴사하고 2년 동안 제주도에서 쉬면서 제주돼지도 먹어보고 양돈장도 가봤어요. 돼지 유통의 혁신은 정육각 같은 스타트업이 하고 있지만, 생산의 혁신은 못 봤잖아요. 특색있는 돼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어라, 마침 친한 동료가 양돈 후계자네!” 

 “그래서 시작한 스타트업이 피그업예요. 커스텀돼지사육플랫폼이죠. 예컨대 일반적인 돼지는 115kg까지 키우거든요. 도축장이 115kg 돼지 도축에 최적화돼 있어서요. 그런데 저희는 돼지를 130kg까지 키워서 팔아봤죠. 키우는 농장이 동물복지양돈장이거든요. 자유롭게 자란 돼지도 키워서 팔아봤고요, 얼룩 돼지도 키워서 팔았어요. 최근에는 오메가3 사료를 먹고 키운 오메가3 돼지, 보리 사료를 먹고 자란 돼지도 키우는 중이에요. 윤리적이고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특색있는 돼지를 파는 것이죠.” 

 “오스카퓨처라는 신진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아티스트와 매칭해주는 플랫폼이에요. 최근 코로나 때문에 패션 컬렉션이 제한적이잖아요.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옷을 알릴 기회가 부족하고, 반면 아티스트들은 K팝 열풍과 함께 미디어 노출이 잦아졌어요. 신진 디자이너들의 옷을 아티스트들이 입고, 관심이 생긴 소비자들은 주문을 하는 것이죠. 그러면 사전주문을 받아 그 옷을 한정판으로 주문제작하는 BM이에요. 이미 디자이너의 아트피스들은 아티스트들이 입고 있어요. 8월 서비스 런칭 예정입니다” 
[스소소] 스타트업 소소한 소식
 4주 전에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가 [그때투자] 코너에서 소개한 스타트업 뉴빌리티가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받았습니다. 
 투자금액은 비공개지만, 전략적 투자라고 하네요. 자율 주행 배달 로봇을 만드는 뉴빌리티가 카카오와 전략적 관계를 맺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런 기분 좋은 상상이, 이 글을 읽는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깃들길 바라며. by 쫌아는기자들

@트레바리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만들고 싶은 트레바리가 <선량한 야심가들>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트레바리 독서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크루들의 이야기인데요. 
 끝내주게 재밌는 독서모임의 뒷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속닥속닥.1편부터 반응이 핫하다구요.) 트레바리 인스타그램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트레바리의 구성원 아무개 

@그리니엄
 이달을 마지막으로 초창기 멤버 수정님이 퇴사합니다. 좋은 오퍼를 받아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자 떠나는 수정님을 응원합니다.(언제든 다시 돌아오세요!) 
 수정님은 초기 멤버로 그리니엄의 오픈 전부터 지금까지 함께했는데요. 아직은 낯선 개념인 순환경제를 알리고자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단단한 책임감으로 브랜드 컨셉과 운영 메뉴얼부터 콘텐츠 기획, 글, 편집, 카피라이팅 등 전 분야를 만들어 왔죠.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정말 고생이 많았던ㅠㅠ. 

 그래서 새로운 분을 모시고 있습니다. 현재 1)콘텐츠 에디터 2)디자이너 3)컨설턴트 총 3개 직무로 채용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매월 마지막 날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는 치팅데이부터 정기적으로 함께 골라 채우는 취향 맞춤 간식, 그리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인턴 섭섭님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리니엄을 만드는 저희 그린펄스는 순환경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든 환영합니다❣ 채용공고>https://url.kr/be76pv/그리니엄 책임연구원 태군님

 스소소 코너를 읽다가 '우리 회사에도 소소하고 재밌는 일, 자랑하고 싶은 일 있는데'라고 떠오르지 않았나요. 창업자, PR, 마케팅, 아니면, 흠, 처음 회사 사무실이란 곳을 들어가본 인턴 분도 좋습니다. 
 우리 회사의 소소한 이야기를 즉흥적인 마음으로 전해주세요. 보내주신 소식은 '필터링없이  모두', 매주 목요일에 보냅니다. 네이버, 구글, 다음 등 동네방네에 글을 올려서 소문도 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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