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연준의 의도와도, 교과서의 원리와도 다른 결과예요. 어째서일까요?

그 전에

를 설명해 드릴게요.

금리는 경제상식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에요. 지난 머니레터를 아래 순서대로 읽고 오시면 훨씬 이해가 잘 될 거예요. 특히 오늘 설명해드릴 부분은 두 번째 링크 글의 중간부터 이어집니다.

올겨울,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호흡기로 전염되는 바이러스라 각종 오프라인 소비활동이 엄청나게 줄어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돈을 쓰지 않으니 사장님은 돈을 못 벌고, 직원들은 월급을 못 받고, 월급을 못 받으니 돈을 쓸 수가 없고, 돈을 쓰지 않으니 사장님이 돈을 못 버는 악순환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장님이 손님에게 파는 물건은 공장에서 나오죠. 물건이 적게 팔리니까 공장도 조금만 돌아갑니다. 공장이 조금만 돌아가니까 원자재 수입도 적게 합니다. 공장도 돈을 적게 벌고 수출, 수입하는 무역상도 돈을 적게 벌게 됐어요. 

수요가 많아서 공장이 열심히 돌아가면 돈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해서 설비를 늘릴 텐데, 공장에 빈자리가 남아도니까 투자도 안 합니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쪼그라드는 거죠.

이걸 살려보겠다고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내린 거예요.

10년 전의 천 원과 현재의 천 원은 가치가 다릅니다.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확 적어지죠. 

그래서 돈값, 즉 '이자'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10년 전에 천 원을 빌려서 지금 고스란히 천 원만 돌려주면 이런 상황이 벌어집니다.

지프차는 10년간 20배 올랐을 수도 있고, 다이슨 청소기는 10년간 3배만 올랐을 수도 있죠. 그럼 매년 돈값이 얼마나 올라야 하는 걸까요? 그걸 누가 어떻게 정하죠?

사회에선 알아서 되는 게 별로 없습니다. 다 누군가 어디선가 이래저래 정해버리죠. 기준금리도 그렇습니다. 한국은행에서 각종 경제지표를 고려해 기준을 딱 정합니다. 

이게 바로 기준금리예요. 해가 동쪽에서 뜨고 탄수화물은 누구에게나 맛있다는 사실은 인간이 개입할 수 없는 절대적 진리지만… 물가상승률 등 경제지표 같은 건 사실 그만큼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게 아니랍니다. 

전 세계의 돈값은 미국이 결정합니다.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면, 전 세계의 중앙은행이 각국 사정과 적당히 섞어서 자기들 기준금리도 올리거나 내립니다. 한국은행도 미국이 금리를 내리자 이번에 기준금리를 내렸어요. 

금리를 내리면 경제에 활력이 돕니다. 보통 사업은 대출을 받아서 하거든요. 100% 자기 돈으로 사업하는 사람은 잘 없습니다. 워낙 큰돈이 들어가니까요.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받은 사람은 이자를 적게 내고, 이자를 적게 내니까 대출받는 데 부담이 줄어듭니다. 그러니 집도 사고 주식도 사고 기계설비도 사고 뭐가 됐든 사고파는 행위가 조금 더 활발해집니다. 

게다가 요샌 집집마다 가계대출도 많잖아요. 금리가 내려 매달 내는 대출이자가 줄어들면 내려간 만큼 여유자금이 생겨서 조금 더 쓰기도 하지요. 가계도 기업이 활발하게 돌아가니까 경기가 좋아지면서 기업 주가도 올라갑니다. 경기에 활력이 뿜뿜 돌기 시작하는 거예요.

교과서에는 분명 그렇게 적혀 있고, 이제껏 그런 식으로 경제가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돈값을 내렸는데도 사람들이 뭘 사거나, 사고팔지는 않고 팔기만 합니다. 팔아서 현금을 손에 쥐고 있고 싶어하는 거예요.

경제는 결국 사람들의 기대와 행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죠.

이건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이지만, 잘 쳐다보면 결국 사람의 심리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싸다고 생각하니까 돈을 더 쓰고, 여유자금이 생기면 왠지 쓰고 싶습니다. 현실에서 경제란 사람들의 심리와 연관이 있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미국도 코로나 19 때문에 사람들이 겁을 먹어 경기가 죽을 것 같으니까, '이자를 내려서 사람들의 마음에 행복을 갖다 주자!'라는 전통적인 결정을 한 거죠.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위로의 의미로 짜장면 한 그릇 사주면 처음에는 위로를 받습니다. 하지만 이게 반복되면 짜장면을 사줄 때마다 안 좋은 일이 생겼구나 짐작하게 됩니다.

지금 바로 그런 상황이에요. 

군중심리를 이기는 정책은, 적어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는 존재하기 힘들답니다. 

그런데 미국 증시가 급락했는데 왜 우리나라에서 난리냐고요? 미국 사람들이 경기가 안 좋다고 생각해서 소비를 줄이면 우리나라 물건도 안 사게 될 테니까요. 우리나라는 미국을 상대로 굉장히 많은 수출을 하고 있답니다. 중국이나 일본과도 마찬가지예요. 

서로가 서로에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이런 상황이 경제에는 최악입니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세계는 하나인 거죠.

'기준금리 인하'가 미치는 영향이 아니라,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현실’이 시장과 개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드릴게요.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미치는 영향이 궁금하신 분들은 위에 링크해둔 예전 머니레터를 꼭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