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아아~요"
이 노래 음율이 떠오르면 대략 40대 후반 이상이 되시겠습니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어~ 때로는 물처럼~"
이 노래는 최소 30대? 
각주 끝에 '사람을 찾습니다' 상세 내용을 적었어요.
이런 분을 알고 계시면 각주 구독과 함께 맞선 주선을 부탁드립니다.
구인 담당자의 회사 소개가 있겠습니다
🦻팔랑


마티 편집부에서 일하실 분을 찾습니다. 그런데, 구인 공고를 몇 곳에 올리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대체 어딘 줄 알아야 소중한 이력서를 보내지 않을까. 
기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낱낱한 개인 정보인데, 이력서 요구가 좀 일방적인가 싶어, 걱정 많고 수다스러운 팔랑이가 이력서 쓰시기 전에 미리 파악하시라고 우리 소개를 먼저 보냅니다.

1. 마티가 만드는 책들
마티 홈페이지에 들어와 보시면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하는 것보다 좀 더 잘 눈에 들어올 거예요. 
마티는 주로 인문, 사회과학, 예술로 분류되는 책들을 냅니다. 어떻게 기획하는지는 각주 7호, 18호, 29호를 읽어보시면 감 잡을 수 있어요.
요는, 자기 관심 분야를 각자 기획한다는 말씀. 편집자든 디자이너든 제작 담당이든 마케팅이든 간에 다른 동료들보다 더 깊고 더 넓게 알고 있는 분야를 아무 때고 '발설'(?)할 수 있고, 기획할 수 있어요. 
담당 편집은 연말에 다음해 리스트를 대강 꾸려볼 때 (물론 원고 입고 시기도 진행 상황도 매번 달라져서 매달 업뎃 필요) 각자 자신이 편집, 디자인하고 싶은 타이틀을 '찜'해둡니다. 서로의 성향을 잘 아니까 저절로 분배가 되기도 하고, 특히 일정에 따라 내부에서 진행할 디자인과 외부 디자이너에게 의뢰할 작업들을 상의해 가면서 출간 목록을 구성합니다.
작년 가을에 정지돈 작가의 <스페이스 (논)픽션>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온(on)시리즈와 『마이너 필링스』가 첫 책이었던 앳(at)시리즈가 최근 가장 인기 많은 시리즈입니다만, 올해는 흥미롭고 신선한 'K-모던' 시리즈(『둔촌주공아파트의 생애』[가제], 박해천 선생님의 신작 등등)와 실용 분야의 새 영역을 개척한(기획자의 자화자찬) 『집짓기 바이블』의 완전 개정판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2. 회의와 서류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 오전에 한 주간 서로의 스케줄이 어떤지 공유합니다. 구글폼에 회의록 올려두고 자신의 일정이나 특이점(휴가, 외출, 미팅 등)과 이와 관련해 서로의 관심이 필요한 점을 적어요. 예를 들면, "목: 디자이너에게 제목과 표지글 보낼 예정. 따라서 수요일 제목회의, 제목 확정 요망" 요런 식으로요. "화: 팔랑 창고 방문. 오전 반품 정리하고 복귀 예정" 요렇게요.
이외에 공식적인 회의 시간은 없고, 수시로 수다 떨고 아무때고 원고 얘기를 합니다. 
서류는 꼭 챙겨두어야 할 각종 계약서 이외에 가급적 만들지 않으려 합니다. 구글 드라이브를 애용하고, 새로운 기술 문명이 생기면 또는 어디서 '이게 좋다 카더라' 하는 소식을 들으면 바로바로 흡수하려 애씁니다(컴퓨터 활용 능력 떨어져 힘든 1인). 컴퓨터는 맥미니를 쓰고요, 국세청 드나드는 팔랑의 것과 택배 등록을 위한 공용 컴퓨터는 IBM + 윈도.

3. 점심과 휴가
드라마 제목 같네요. 점심식사 비용 대비 건강한 음식 찾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밥통을 샀고, 가급적 자주 해먹으려고 해요. 찬은 배달도 시키고 메인 요리만 가게에서 공수해요. 가끔 멋진 요리가 준비되면 와인을 곁들입니다.
출근은 9시로 계획을 잡긴 하나 각자 알아서(우린 어른이니까). 하지만 퇴근은 '6시를 넘기지 말자'는 마음으로 사무실 나가버리기. 격주 금요일은 쉬고요, 쉬는 금요일과 엇갈리는 주에 '각주'를 발행해요.
긴 휴가는 대체로 봄, 가을에 서로 업무 상황 고려해서 한 달 전에 미리 공유하고, 여름에는 물류 창고와 거래처 휴가 기간에 맞춰서 쉬어요. 연말에는 마지막 책 제작처에 내보내고 감리 마치고, 배본 메일 보내면 가급적 크리스마스 전후부터 연초까지 쉬려고 애써요. 

4. 사무실 분위기
서로 무슨 책을 읽는지 대강 알아요. 어색함을 무릅쓰고 묻는 건 아니고 그냥 택배 박스 열다가 알게 되고, 그러다 수다 터지고, 그러다가 '오, 이거 재밌겠다', '아, 이건 내가 안 사도 되겠네. 나 좀 빌려줘요.' 하는 식이에요.
동료가 일이 잘 안 풀리는 게 확실하다 싶으면 티 안 나게 살펴요. (가끔 티 나게 살피기도ㅎㅎ)
나라에 무슨 일 있으면(터지면) 그냥 못 넘어가고 한바탕 분풀이 좀 하고 컴퓨터를 켜는 편이고, 당연히 서로의 정치적 견해도 환하게 드러냅니다만, MBTI는 전부 "I"로 나오는 미스터리. 

5. 한 달에 한 권씩

⋯을 내자고 15년째 계획을 잡지만, 매년 10권을 못 채우고 있어요. 같은 업계에 있는 분이라면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실 거예요. 갈수록 출판사의 일 목록이 늘어요. 딱 책을 만드는 데에 할애하는 시간이 자꾸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은⋯ 기분 탓일까요? 보도자료, 카드 뉴스, 상세페이지, 출간 후 이벤트, 인스타, 트위터, 페이스북, 뉴스레터까지. 그래서 자신의 업무나 맡은 기획, 편집, 디자인에 대해 (특히 잘 안 풀릴 때) 매우 상세하게 얘기해요.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최선을 찾고, 효율을 고민합니다. 최적의 효율을 찾아내야 하니까. 

또 어쩌면, 시간이 흐르면서 책 만드는 눈높이가 달라져서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우리의 기준점이 높아졌어요. 번역서라 하더라도 편집자가 좀 더 공을 들이면 독자에게 더 도움이 되겠다 판단이 서는 지점들이 생기고, 눈에 보이면 지나치지 못하는 성미들이라 능숙해질수록 외려 편집 시간이 느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어떤 책으로 자리를 잡느냐가 글의 운명을 결정 지으니 편집부터 sns 말 한마디까지 신중하게 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책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끝까지 애를 씁니다. 그저 돈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6. 만든 책대로 살자
우리가 서로 자주 하는 말입니다. 분야 막론하고 좋은 책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자, 편집자, 디자이너, 기획자를 아우르는 범주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편집' 하면 떠오르는 어떤 인상이나 이미지가 있을 거예요. 저는 편집이 '정갈하고 깨끗하게 씻는 과정'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빗질을 곱게 하고, 흠이나 티를 걸러내는 거예요. 깨끗한 이부자리에 누울 수 있도록. 그런데 제가 이 얘기를 하니, 🌱죽순은 '잘 단장하고 여며서' 밖으로 내보내는 일 같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느낌의 차이가 신기했어요.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메일 주세요. 답장 쓰는 데 너무 오래 걸리면 전화할 수도 있어요. 저는 그 편이 좀 더 수월한 사람입니다. "누가~ 이 사아아람을~ 모르시이나아요~" 부를 수 있음. (🦻팔랑이 쓴 이 글을 살짝 다듬던 🌱죽순의 생각: 아니 근데 처음 통화하는 사람에게 "누가~ 이 사아아람을~"을 부르는 성격이 어떻게 I란 말인가⋯)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편집자가 읽은 『작가 피정』

🔮 편집자 Y


읽는 내내 낯선 곳의 풍경과 모르는 언어로 말하는 사람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졌다. 번역가인 저자는 자신이 일관성 있게 해내는 일이 “호기심을 놓지 않고 주변을 관찰하는 일, 언어의 묘미에 취하는 일, 경계에서 서성이며 내가 마주하고 경험한 모든 것을 번역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는 일은 그런 번역, 경험과 일상과 문화와 감각을 번역한 결과물을 음미하는 일이었다.


책은 저자가 40일간 혼자 취리히에 체류하게 되면서의 기록을 담고 있는데, 이 일상의 기록은 ‘나’에 머무르지 않고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때로는 당시 벌어지고 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때로는 파키스탄에 거주하면서 마주친 무슬림 사람들과 문화로, 때로는 관광명소에서 마주친 식민주의의 역사로.


저자는 외부자, 소수자, 이민자로서 살아가면서도 ‘생활인’으로서 자신이 살아가는 땅에 단단하게 발을 딛으려 노력하는 성실함에 관해 들려준다. 이 성실함이란 다름 아닌 삶에 대한 성실함이다. 호기심을 갖고, 사람을 사귀고, 말을 배우고, 현지의 관습을 알아가고, 낯선 도시에 관해 배워나가며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 말이다.


한편 이 책이 가져다준 예상 밖의 즐거움은 저자가 서술하는 음식과 맛의 감각이었다. 이 역시 이러한 성실함과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어디에 있든, 지금 이 순간의 경험에 최선을 다하는 일. 나는 책장을 넘기면서 저자의 몸을 빌려 이슬라마바드에서 대추야자 열매를 맛보고, 병아리콩 가루로 반죽한 튀김옷을 입혀 튀긴 채소를 입에 넣어본다.


『작가 피정』 편집자가 읽은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죽순

서문이 없다. 곧장 이야기로 입수하라는 뜻. 물이 깊은지 얕은지, 그 아래 피라냐가 사는지 비단잉어가 사는지 알려주지 않는 건가. 당혹스럽지만 머뭇머뭇 이야기에 발을 담그자 레슬리 제이미슨이 발목을 낚아챈다. 우왁! 정신 없이 끌려 들어가는 와중에 표지 하나 없는 타인의 말 속으로 깊이 잠수해 들어가는 저자의 모습이 보인다.

처음에는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허기가 느껴졌다. 써야 한다, 쓰고 싶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러다 곧 이 책이 자신의 허기를 해소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저자는 시시하다고 여겨지거나 서서히 잊힌, 더는 자극적이지 않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들로 하여금 비명을 지르게 하고, 불분명한 덩어리일 뿐인 비명을 한 음절 한 음절 쪼개어 적는다.

고래에 자신을 투영하는 이들에 대해, 전생을 믿는 자들에 대해, 내전이 한창인 스리랑카의 한적한 마을에서 휴양을 즐기는 것에 대해, 어떤 글쓰기도 타인을 왜곡하게 된다는 사실에 대해⋯ 내가 이 사람들에 대해 써도 될까? 하는 자신의 의심까지도 낱낱이.

책을 덮고 깨닫는다. 서문이 없어도 좋다. 그게 맞다.
제이미슨은 타인의 감정을, 생각을, 처지를 이야깃거리로 삼는 사냥꾼이 아니라, 그것에 기꺼이 휘말린 표류자다. 애초에 저자의 손에도 지도가 없었다. 그러니 책의 약도 역할을 하는 서문도 없는 것이 맞다.
나는 그렇게 제슬리 제이미슨에게 휘말렸다,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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