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매지 않고 돌아가는 법

원래의 상태

님, 무탈히 하루를 시작하셨나요? 며칠 전, 엄지손톱 옆을 작게 베였어요. 아마도 종이 더미를 부주의하게 만진 탓이겠지요. 사소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상처의 감각은 유달리 도드라지게 느껴졌어요. 따가울 때마다 들여다보다가 얼른 아물기만을 바랐습니다. 몸과 마음의 불편함은 우리의 시선과 집중을 빼앗곤 합니다. 그 흔적의 크기가 아주 작더라도 말이에요. 때문에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회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벗겨진 마음의 살갗과 몸의 통증을 전부 헤아릴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본인이기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것도, 가장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 것도 결국 나의 몫이 크겠지요. 님은 어떤 부분이 곧잘 유약하고, 또 어떻게 회복하나요? 회복이 필요한 때라면 주저 없이 스스로를 먼저 보듬어 주세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회복을 도모하는 어라운드 식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봤어요.

11.02. What We Like취향을 나누는 마음

  헤매지 않고 돌아가는 법


11.16. Another Story Here책 너머 이야기
책에 실리지 못한, 숨겨진 어라운드만의 이야기를 전해요.


11.30. A Piece Of AROUND그때, 우리 주변 이야기

오늘 다시 보아도 좋을, 그때의 이야기를 소개해요.

  헤매지 않고 돌아가는 법

일을 하다 보면 곧잘 ‘컨트롤+Z’ 키를 누르곤 합니다. 작업 수행 상황을 한 단계 이전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주는 키인데요.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제멋대로 춤을 추며 나아가던 글자도, 엉망진창 정렬된 이미지도, 자잘한 오타와 누락도, 신통방통한 뒤로 가기 버튼 하나면 원상복구가 됩니다. 우리 마음속에도 이런 키 하나쯤 두면 어떨까요? 어떠한 실수나 어두운 마음도 헤매지 않고 되돌릴 수 있도록요. 어라운드 식구들에게 각자만의 ‘뒤로 가기’ 버튼에 대해 물었습니다.

포크에 남은 달콤함까지


이명주—에디터

주저앉은 기분을 일으키고 싶은데 시간이 많지 않다면, 단번에 디저트를 떠올립니다. 달콤한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바삭하고 따끈한 빵과 구움과자… 한입 먹는 순간 예상한 만큼, 어쩌면 그 이상의 행복을 선사해 주니까요. 얼마 전 연희동 카페 ‘MAA’에서 살구잼을 곁들인 자허토르테를 먹었습니다. 뾰족한 모서리부터 한입 먹으니 초콜릿케이크의 달콤함이 부드럽고 묵직하게 퍼졌어요. 누군가는 디저트가 몸에 좋지 않다며 고개를 저을지 모릅니다만, 제 마음에는 언제나 특효약이랍니다. 포크에 남은 달콤함까지 잊지 않을래요.

성곽길과 나란한 밤 산책


윤혜원—마케터

바쁘고 다사다난했던 하루의 끝자락엔 들떠 있지 않은 상태가 되고 싶어요. 소진된 체력과 정신을 회복하고 싶을 때마다 운동화를 신고 성곽길을 따라 밤 산책을 해요.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힘차고 넓은 보폭과 느릿느릿 좁은 보폭을 번갈아 가며 걸어요. 유독 괴로운 일이 떠오를 때면 수많은 생각과 마음을 맞대고 겨루어 보죠.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쯤 꼭 맞서 싸워야 하는 적(敵)은 없는 내가 되어 있어요.

차를 따라 내리는 시간


정도원—브랜드 프로젝트 매니저

몸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지면 보이숙차를 내려 마셔요. 사실 차를 마시는 과정에서 필요한 도구와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지만, 첫 잔을 입에 대는 순간 ‘아 내려 마시길 잘했다!’라고 생각해요. 뜨거운 물을 끓여 자사호와 찻잔을 데우고, 찻잎을 우려내고, 마지막에 찻자리를 정리하는 시간까지 온전히 나를 위해 쓰였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위로가 있어요. 뜨거운 차가 담긴 잔 위로 코를 가까이하고 깊게 숨을 내쉬면 온천에 온 느낌을 받는 작은 즐거움도 있지요.

가벼운 손으로 나아가며

이맘때의 서촌은 걸음을 재촉하게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온통 노랗고 불그스름한 단풍이 푸른 하늘과 보기 좋게 어우러져 훌륭한 산책길이 되어주죠. 서촌에는 사랑스러운 갤러리와 편집숍도 여럿 있는데요. 가뿐하게 이곳저곳 문을 열어 누군가의 글과 그림, 오브제를 둘러보곤 합니다. 다른 이의 흔적을 살피다 보면 내가 나에게 극심히 몰두하던 시선이 환기되거든요. 더 넓어진 시야로 일상에 여유를 채우길 바라며, 그날의 발자취 하나를 꺼내봅니다.


글·사진 이명주

전시 ‘WHAT IS LOVE’


한적한 골목 한편, 편집숍 ‘므스크 샵’으로도 불리는 ‘엔티엘 갤러리’에서는 사랑을 그리고 쓰는 일러스트레이터 키미의 전시가 열리고 있어요. 《AROUND》 89호에서 그림에 대한 올곧은 마음과 다정한 일상을 나눠주기도 했죠. 키미는 버거운 준비물 없이도 오롯이 감정을 표현하는 무용수들로부터 사랑의 의미를 포착했습니다. 서로에게 눈 맞추고, 일상을 보내고, 교감하는 모습이 부드러운 선과 선명한 색채로 캔버스에 새겨졌어요. 단단한 돌벽에 그린 듯한 그림의 질감은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오래된 고민을 휘청이지 않도록 안정감 있게 붙잡아줍니다. 어떤 질문은 굳이 해답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고민을 거듭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은 천천히 나아갈 테니까요.


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2 30. MSK Shop

꾸준히, 새롭게 만나는 AROUND

어라운드는 오랜 시간 수천 가지의 이야기를 윤기 나게 닦아 모아왔어요. 시간이 흘러도, 언제 다시 들여다봐도 반짝이는 이야기이기에 뉴스레터를 포함하여 여러분께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AROUND》 정기구독온라인 구독을 통해, 어라운드를 꾸준히 그리고 새롭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들려드릴게요.

Editor's Curation

매주 수요일, 하나의 주제로 어라운드가 지난 기사를 톺아봅니다. 이번주는 ‘회복을 수놓는 방법’이라는 이름표 아래, 네 개의 기사를 골라 일상을 마주하는 우리의 회복을 응원해요. 어라운드가 정성스레 엮은 삶의 단편들을 통해 스치듯 지나치던 일상에서 의미를 발견해 보세요.

AROUND Card

Vol.91 ‘잠의 시간(The Rest)’부터 격월, 1년 정기구독자에게 매호 한 장의 장면을 선물합니다. 책 사이 살며시 끼워진 엽서로 《AROUND》가 발견한 장면을 수집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보세요. 여러분께 가 닿은 엽서가 어떤 표정으로, 어디에 놓여 일상을 북돋을지 기대할게요.

새로운 달의 문틈으로 슬며시 손을 뻗어본 목요일입니다. 올해 ‘목요일’이 채 열 번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하루의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이맘때, 소원하던 것을 헤아려 보고 빈칸을 채우기 시작하는 것도 해를 매듭 지어가는 좋은 방법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성급한 마무리는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니까요. 다다음주 뉴스레터는 ‘잠의 시간(The Rest)’ 지면 너머 또 다른 이야기와 함께 찾아올게요. 그때 뉴스레터에서 다정히 인사 나누어요!

‘잠의 시간(The Rest)’을 주제로 한 《AROUND》 91가 궁금한가요? 책 뒤에 숨겨진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지난 뉴스레터 내용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실 수 있답니다. 어라운드 뉴스레터는 격주로 목요일 오전 8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평범한 아침 시간을 어라운드가 건네는 시선으로 채워 주세요.

《LOTTE LIFESTYLE LAB》 Remember WINTER


어라운드와 롯데백화점 문화센터가 함께 발행하는 《LOTTE LIFESTYLE LAB》은 동시대 다양한 사람의 삶을 연구하며 다채로운 취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거진입니다. 간직하고 싶은 순간에 대해 다루는 겨울호를 통해, 나의 몸과 마음을 살피고 한 해의 기억을 돌아보며 다시금 의미를 찾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LOTTE LIFESTYLE LAB》은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및 《AVENUEL》 11월호와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어라운드를 보다 더 가까운 일상에서 만나고픈 독자분들을 위해 ‘AROUND Club’ 혜택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시간 어라운드가 꾸준히 쌓아온 2,800여 개 이상의 기사를 온라인 구독 서비스 ‘AROUND Club’ 통해 만나보세요. 주변을 살펴 모아둔 다정한 이야기를 여러분의 손에 내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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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 뉴스레터에서는 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펼쳐 보입니다.

또 다른 콘텐츠로 교감하며 이야기를 넓혀볼게요.

당신의 주변 이야기는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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