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폰트 제작기 3탄, 폰트의 퀄리티를 판단하는 방법, 9월의 급상승 폰트 순위 등

☁️ 더 멀리, 더 오래 가기 위해
구름레터는 스티비라는 메일 발송 서비스를 통해 발송됩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스티비와 구름레터의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격주로 보내는터라 아직까지 쌓인 건 별로 없지만,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이런 저런 정리도 하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죠. 구름레터를 왜 시작했는지, 구름레터를 통해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구름레터를 통해 여러분이 어떤 것을 얻어가면 좋을지 등등을요. 매주 구름레터를 완성하기 바빴던 시간들을 잠시 뒤로 하고,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지금쯤 재정비가 한 번 필요할 것 같단 결론을 내렸어요. 인터뷰가 나가고나서 새로 유입된 구독자분들도 상당히 많지만, 그럴 때일수록 오히려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달만 기다려주세요. 여러분과 더 멀리, 더 오래 가기위해 11월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P.S. 혹시 인터뷰가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 작전명: 시선강탈! 혜은PD의 디스플레이 폰트 제작기 #3

2021. 7.1. (목) ☀️
뼈대를 설계하는 3일의 시작
시안 수정이 완료되었다면, 파생을 시작하기 전 폰트의 모듈을 설계합니다. 모듈 설계란 모든 한글 모임꼴의 뼈대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ㅁ' + 'ㅏ' = '마', 'ㅁ' + 'ㅜ' + 'ㅁ' = '뭄'과 같은 식이죠. 이걸 기준으로 추후 글자가 제대로 파생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한글 모임꼴은 모두 42개입니다. 많은 듯 적은 듯한 숫자입니다.

▲ 뚱붓의 ㅁ꼴 모음
2021. 7.2. (금) ☁️
뼈대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균일함은 잘 만들어진 폰트가 가져야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입니다. 얼핏 들었을 때에는 균일한 폰트라고 하면 글자의 공간을 균일하게 설정한 폰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게 균일한 폰트란 제작자가 정한 규칙을 모든 글자에 일률적으로 적용한 폰트예요. 모든 글자 공간을 같은 크기의 조각으로 나누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지요. 공간을 동등하게 잘 분배한 글자는 읽이에는 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폰트의 균형을 흐트리고, 자소마다 엉뚱한 규칙을 적용해볼 수도 있어요. 규칙을 정하는 것은 늘 제작자의 마음이니까요. 

▲ 획으로 나눠진 글자의 공간들
다만 일반적이지 않은 구조를 선택할 때에는 그 결과물이 아름답지 않게 보일 수 있어요. 그 부분은 제작자가 감수해야 합니다. 그렇게 경험해보고 나서야, 앞선 제작자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지요. (feat. 실패한 시안들) 물론 이상할 것만 같았던 특별한 구조를 멋지게 구현해 내는 디자이너들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폰트들을 좋아해요. 

▲ 일반적이지 않은 규칙을 가진 폰트들
가장 단순한 모듈은 '미'와 '므'고요. 가장 복잡한 모듈은 '뭼'과 '뫰'입니다. 차이가 크죠? 그렇다보니 단순한 모임꼴에서 정해놓은 규칙이 큰 문제없이 적용되는데요. 복잡한 모임꼴로 넘어가면 도저히 그 규칙들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그래요. '뮈'의 이음보에 붙은 세로획을 '뭼'에 그대로 가져가려 했더니 문제가 조금 있어 보입니다. 이렇다보니 복잡한 모듈에서는 요소별 조형이 어떻게 적용될 지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죠.

▲ 획으로 나눠진 글자의 공간들
조형만큼이나 뼈대 또한 폰트의 인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ㅁ꼴 모듈을 설계하며는 글자의 뼈대를 이리저리 실험해 볼 수도 있지요. 이번 디스플레이 폰트는 굵기감이 있는 꽉찬 네모꼴에 가까운 폰트지만, 완전하게 꽉찬 네모꼴을 이루는 것은 아닙니다. 민글자의 아래, 위가 비어있는 것에 주목해 받침자에서도 이런 공간을 비워봤어요. 전체적으로  회색도*가 고르게 보이도록 굵기를 조절해주고, 기준이 되는 굵기를 정해 비슷한 구조, 자소에서는 동일하게 적용해줍니다.

* 회색도: 폰트의 검은 부분과 지면의 흰 부분을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진함의 정도

▲ 회색도 확인하기
2021. 7.3. (토) ☔️
험난한 '뭼'꼴 설계하기

아... '뭼'꼴 글자들은 참으로 부담스럽습니다. '미'같은 글자들에 비해 구조가 복잡해서 공간을 잘게 나눠야 하고, 들어가는 획의 개수가 많아지고, 획의 굵기는 가늘어지면서 다른 글자와 동일한 회색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획끼리 너무 가까워지거나 굵기가 필요 이상으로 두꺼워지면서 뭉쳐보일 수 있는 문제들도 해결해야 하고요. 

하지만 건너편 마기찬PD님이 그린 옆나라 글자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CJK* 작업을 하시는 분들, 정말 Respect x3 😭

* CJK: Chinese, Japanese, Korean의 약자로 한중일 3국의 폰트를 함께 일컫는 말

▲ 건너편 마기찬PD(a.k.a. 마선생)가 작업한 IBM Plex JP의 한자들
다음 회에는 파생된 글자들로 만든 짧은 조판문을 보여드릴 수 있음 좋겠네요. 마침 구름레터도 재정비를 하고 온다니 그때가지 작업들에 많은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다음 번 제작기까지 건강 잘 챙겨주세요..! 
🤦🏻 폰트의 퀄리티를 판단하는 방법

과거, 폰트를 만든다는 것은 곧 기계·기반시설·판매원·운송서비스 등이 필요한 ‘산업’에 가까웠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타이포그래피 ‘비즈니스’ 대신 타이포그래피 ‘산업’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죠.

당시의 폰트는 매우 비쌌고, 선택의 폭은 좁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수만가지 폰트를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심지어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요. 거의 무제한이나 다름없고, 납활자나 목활자처럼 닳지도 않죠. 하지만, 디지털 폰트의 공급과잉이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폰트에 충분한 정보가 담겨있지 않을 수도 있고, 외부 요소에 따라서만 판단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폰트 서비스를 구독하기 전, 참 많은 고민을 하실거예요. 이 폰트가 좋은 폰트일까?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너무 유행을 타면 어떡하지? ​산돌의 파트너이자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디자인 스튜디오 '타입투게더'가 이번엔 폰트의 퀄리티를 판별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잘 기억하셨다가 나중에 한 번 점검해보세요!
✔︎ 테스트는 필수!
폰트의 질과 외형을 평가하는 유일한 방법은 작업물에 얹혀보는 것입니다. 이상적인 방법으로는, 가능한 최종 버전에 가장 가까운 환경에서 폰트를 테스트해야 합니다. 두 가지 이상의 폰트로 비교·확인하는 것도 필요하죠. 최종 디자인에 사용될 언어나 실제 텍스트를 적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무료 및 오픈소스 폰트 패밀리에 비해, 상업용 폰트는 테스트할 수 있는 옵션이 한정적일 수 있어요. 대부분의 폰트회사는 일부 텍스트를 타이핑해보거나 중요한 가변 부분들(여러 스타일의 조합, 크기 변경, 행간, 길이)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온라인 테스트 기능을 제공합니다. 산돌구름도 웹사이트에서 미리써보기가 가능하고요. 오픈타입 기능을 적용해 테스트 인쇄가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 산돌구름 웹사이트에 들어오면 필요한 문장을 직접 써볼 수 있습니다
✔︎ 글자폭과 중심선을 체크하세요
글자의 너비를 글자폭이라고 합니다. 이 글자폭에는 특정한 기준들이 있어요. 모든 폰트와 글자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요. 예를 들어 ‘n’과 ‘o’의 속공간은 시각적으로 비슷한 크기여야 합니다. ‘e’는 ‘o’보다, ‘u’는 ‘n’보다 좁아야 하고, 나란히 있는 ‘v’ 두 개의 너비 합은 ‘w’보다 넓어야 하는 것 등이죠.

중심선은 글자폭보다도 좀 더 엄격히 지켜지는 편입니다. 라틴 폰트는 '베이스라인', '엑스하이트', '어센더', '디센더'와 같은 중심선의 영향을 받고요. 한글 폰트 같은 경우는 공통적으로 정리된 용어는 없지만 보통 '시각 중심선'이라고 불리는 기준선의 영향을 받습니다.

잘 지켜진 글자폭과 중심선은 문장이나 문단의 리듬을 만들며, 글을 수월히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반대로 이런 요소들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폰트의 퀄리티가 여러분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증거입니다.

▲ 글자폭의 차이

▲ 라틴 폰트의 중심선
✔︎ 간격과 커닝도 확인해야겠죠?
폰트의 간격과 커닝을 확인하면 제작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속공간과 사이공간을 조정하는 것은 흰 종이 위 검은 글자를 조화시키는 것만큼이나 중요하지요.

'간격'은 각 글자와 글자 사이의 영역으로, 보통은 기본적인 값이 정해져 있어요. 여기에서 '커닝'이란 기술이 등장하는데요. 예를들어 'VW'와 'TY'와 같이 특정 글자들이 결합된 형태에서는 글자와 글자 사이에 더 많은 공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것을 커닝이라고 해요. 물론 글자 사이의 간격은 폰트마다 다릅니다. 제목용 폰트는 본문용 또는 캡션용보다 간격이 좁을 수 있죠.

여러분이 만약 테스트를 하신다면, 첫째로는 속공간과 사이공간의 균형이 조화로운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는 소위 컨트롤 문자라고 불리는 'n', 'o', 'H', 'O'의 형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비슷한 글자라면 그 주변 공간의 모양도 비슷하게 보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nc', 'ne', 'no'의 간격은 비슷해 보여야 하죠. 그리고 대칭인 글자는 양쪽 공간이 고른 간격을 가진 것처럼 보여야 하는데요. 'HOH', 'HIH', 'HAH', 'HVH', 'olo', 'ovo', 'oio', '010', '080'처럼 앞과 뒤가 같은 세글자을 타이핑해보면 한눈에 확인할 수 있죠.

▲ 위쪽은 간격이 고른 폰트, 아래쪽은 간격이 고르지 못한 폰트
✔︎ 폰트의 개성이 일관되어 보이나요?
좋은 폰트는 어떤 문단에서든 균일한 느낌을 줍니다. 디자이너라면 개별 글자 혹은 특정 글자 조합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명암의 차이를 찾을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하죠. 잘못하면 문단 속 일관성 없이 '튀는' 부분은 한 페이지에도 수차례 나타날 수 있으며, 독자가 읽는 흐름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이를 걸러내는 한 가지 방법은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눈을 가늘게 뜨고, 글자가 형태를 잃을 때까지 어두운 부분을 뚫어지게 보는 것입니다.

또한 일관성 없는 획의 너비나 대비, 변조는 폰트 디자인의 질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죠. 모든 획과 문자, 숫자, 구두점, 부호들은 같은 각도로, 같은 도구를 사용해 만들어진 것처럼 보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소위 말하는 '퀄리티 높은' 폰트들은 수많은 수정을 거칩니다. 특히 획끼리 이어진 부분 또는 좁은 각도에서 꺾이는 부분은 시각적 수정이 반드시 필요해요. 폰트 디자인은 많은 요소들의 결합이기 때문에 균형잡힌 곡선, 잘 만들어진 모양, 요소간의 일관성, 알맞은 비율의 사용 등이 퀄리티를 결정하죠.

▲ 연결 부분이 더 가늘게, 글자와 단어 사이의 간격은 일정하게, 흑백의 균일한 리듬이 드러나게 하는 것이 폰트 디자인의 중요한 규칙!
마치며
폰트에 익숙치 않거나, 자신의 미적 감각에 자신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걱정마세요. 이것 하나만 알아두면 되니까요. 앞서 언급된 테스트들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잘못' 만들어졌거나 '모방품'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요! 
📈 누가누가 많이 쓰였나? 이달의 급상승 폰트

신규폰트는 일단 써보자
9월에는 새로 나온 폰트들이 모두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어요. 역시 새로 나온 폰트가 있으면 일단 키고 보는 우리들...😙 3위 카싼디막의 'Auyart'는 태국어와 배트남어를 기본으로 하는 폰트인데요. 많이들 사용해주셨더라고요. 재미있는 건 8위에 랭크된 'ABC Favorit Hangul' 인데요. 스위스와 독일에서 활동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디나모'가 만든 한글 폰트예요. 한국의 디자이너와 협업해 제작하긴 했지만, 해외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제작한 한글 폰트인데도 나름대로 완성도가 높아보여요. 채희준의 ''은 출시된지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도 여전히 상승률이 높네요.
🙋 따끈따끈, 새로 나왔어요
신규폰트 - TSC쿠키베어
타입세트컴퍼니에서 귀여운 손글씨가 하나 더 출시됐어요! 전체적으로 둥근 네모 형태의 구조를 가졌고요. 손글씨 폰트답게 살짝 기울어진 모습을 하고 있는 게 너무 귀엽네요. 자막 같은 곳에 써도 좋을 것 같고, 모바일에서 카톡 폰트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신규폰트 - 타이포_촐라체
촐라체란 에베레스트 서남쪽에 있는 산봉우리의 이름이래요. 근데 끝이 '체'로 끝나니 뭔가 폰트 이름같기도 하고, 높은 산이 가지고 있는 진중함과 우아함을 폰트로 담고 싶은 마음도 있어 이 이름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가만 들여다보면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폰트네요.
신규 업데이트 - 호요요
산돌의 인기 폰트 '호요요'가 11,172자로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이제 호요요의 개구진 인상을 활용한 다양한 글자들을 타이핑할 수 있어요! 모바일에서 사용하셨던 분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것 같네요~
브이로그 - 산돌 인사팀의 하루
마케터, 디자이너의 브이로그에 이어 인사팀의 브이로그까지 올라왔습니다! 산돌 인사팀은 어떤 일을 할까요? 여느 회사와 다를 것 없겠지만 그 속에 숨겨진 특별함을 찾아보세요! 
☁️ 9월의 산돌구름 소식
9월 2일 목요일
산돌에서 신규폰트 <Sandoll 호요요> 확장 출시
9월 7일 화요일
타이포디자인연구소에서 신규폰트 <타이포_촐라체> 출시
9월 10일 금요일
타입세트컴퍼니에서 신규폰트 <TSC쿠키베어> 출시
산돌구름 셀렉# <기묘한 할로윈 전야> 출시
9월 14일 화요일
좋은글씨에서 신규폰트 <GF소풍가는날> 출시
9월 23일 목요일
산돌구름 셀렉# <티포텍 히스토리> 출시
9월 27일 월요일
산돌구름 신규 브랜드 <솔폰트> 입점
잠깐! 알려드릴 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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