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27
코알라는 한국경제신문의 호화폐 투자 뉴스레터입니다. 한경 금융부 핀테크팀 기자들이 블록체인업계·학계·법조계 전문가들과 함께 코인시장의 뜨거운 이슈를 짚어드립니다. 쉽고 재밌고 믿을 수 있는 암호화폐 뉴스로 매주 월·화·수·목·금 아침 찾아뵐게요!

60개 넘게 난립하던 암호화폐거래소가 순식간에 29개로 줄었다<명단 참조>. 지난 25일부터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정부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한 거래소만 영업할 수 있게 되면서다. 특히 현금으로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네 곳만 남았다.

금융위원회는 26일 가상자산사업자 현황을 점검한 결과 신고를 포기한 36개 거래소는 모두 영
업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군소 거래소의 무더기 폐업으로 인한 혼란은 크지 않을 것으로 자신했다. 신고서를 낸 29개 거래소의 점유율이 99.9%에 달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4대 거래소’를 제외한 25개 업체는 폐업 대신 ‘코인마켓’(암호화폐로 다른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시장)으로 전환해 계속 운영한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는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안정적인 거래소로 이용자가 몰리면서 투자 리스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소수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중심으로 경쟁이 제한돼 후발 스타트업이 성장할 기회는 좁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어느 거래소 대표의 사과문 | 임현우 기자
"죽을힘 다했지만 면목없고 죄송…원화마켓 재개 총력"

은행 실명계좌 확보에 실패한 중견 암호화폐거래소들이 일제히 원화마켓을 폐쇄한 가운데, 코인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고팍스 창업자의 ‘절절한 사과문’이 화제를 모았다. 투자자들이 오히려 “안타깝다, 힘내라”며 응원 댓글을 달고 있다. 고팍스 가입자는 8월 말 기준 56만 명으로 업비트(829만 명) 빗썸(310만 명) 코인원(99만 명)에 이어 국내 4위다. 업계는 4대 거래소 못지않게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고팍스 등이 추가로 실명계좌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했으나 이변은 없었다.

고팍스 운영업체 스트리미의 이준행 대표(37·사진)는 지난 25일 회원들에게 ‘고객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전체메일을 보냈다. 그는 “이유 불문하고 면목이 없다”며 “임직원 전원이 죽을힘을 다했으나 결국 역부족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대원외국어고,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과를 나와 컨설팅사 등에서 일하다가 2015년 스트리미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송금 업체로 출발했지만 국내외 규제에 막혀 사업을 펴보지 못했다. 차선으로 택한 것이 2017년 문을 연 고팍스였다. 고팍스는 단순한 거래 중개에 머물지 않고, 블록체인 관련 기술과 특허를 다수 확보해 업계 평판이 좋은 편이었다. 탈법 의혹이나 해킹 사고에 휘말린 적도 없어 이용자들에게서 ‘선비 거래소’라는 별명을 얻었다. 미국의 유명 블록체인 투자회사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은 지난 5월 고팍스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고팍스는 한 은행과의 제휴가 타결 직전까지 갔지만, 금융당국의 접수 마감 시한인 24일 오전 돌연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실명계좌가 없다고 사업을 접어야 하는 건 아니다. 코인마켓을 운영하면서 실명계좌를 받아 당국에 다시 신고하면 원화마켓을 열 수 있다. 이 대표도 “실명계좌를 획득한 거래소만 살고 그 외에는 죽는다는 것은 오해”라며 “다시 출발선상에 선다는 마음가짐으로 실명계좌 획득에 노력하고, 기술과 보안에도 계속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 임직원에게 좌절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는 “업계에 만연한 편법 한 번 쓰지 않았고 ‘한국에서 고팍스같이 사업하면 망한다’는 말까지 수없이 들었는데 상실감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묵묵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포기하지 않을 테니 한 번만 더 저를 믿어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4' 누가 경영하나 | 임현우 기자
해커부터 금융맨까지…4대 거래소 CEO 각양각색 이력

4대 암호화폐거래소는 서비스만 놓고 보면 엇비슷하지만 경영전략과 기업문화 면에서는 차이점이 많다.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스타일과 이력도 제각각이다.

업비트 운영업체 두나무의 이석우 대표(55)는 정보기술(IT) 업계의 베테랑 경영인이다. 네이버 미국법인 대표, 카카오 대표, 중앙일보 디지털총괄 등을 거쳐 2017년 두나무 CEO로 영입됐다. 미국 변호사 출신이기도 한 그는 연륜과 경험에서 다른 거래소 CEO를 압도한다. 이 대표는 옛 다음카카오의 감청 논란 등 IT 기업이 겪을 수 있는 민감한 이슈를 많이 경험해봤다. 업비트가 급성장하고 제도권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각종 ‘규제 리스크’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4대 거래소 중 가장 늦은 2017년 문을 열었지만 올 들어 압도적 1위 자리를 굳혔다.

코인원 창업자 차명훈 대표(32)는 4대 거래소 중 유일하게 최대주주가 대표이사까지 맡고 있는 사례다. 업비트는 창업자 송치형 의장, 빗썸은 지주사 빗썸홀딩스, 코빗은 넥슨 지주사 NXC가 각각 최대주주다.

차 대표는 포스텍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화이트 해커 출신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버지가 쓰던 컴퓨터를 접하면서 프로그래밍에 푹 빠졌다고 한다. 대학생 시절 국내외 해킹 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한 그는 2014년 창업한 코인원의 강점으로도 ‘보안’을 내세우고 있다. 차 대표는 지난달 출범한 빗썸·코인원·코빗의 합작법인 코드(CODE)의 초대 대표도 맡았다. 코드는 세 회사가 따로따로 개발하던 트래블 룰 시스템을 연동해 통합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차 대표는 개발자 경험을 살려 합작법인의 기반을 닦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빗썸과 코빗은 외국계 금융사 출신 전문경영인이 이끌고 있다. 허백영 빗썸코리아 대표(45)는 씨티은행·캐피탈, ING은행·증권 등에서 준법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2017년 빗썸코리아로 옮겨 이듬해 4~12월 대표를 지냈고, 지난해 5월부터 두 번째로 대표를 맡고 있다. 빗썸과 업비트는 점유율 1위를 놓고 치열하게 다퉈온 ‘맞수’ 관계다.

오세진 코빗 대표(34)는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서울지점 등을 거쳤다. 2019년 코빗 최고전략책임자(CSO)로 합류해 지난해 CEO에 올랐다. 코빗은 2013년 설립된 ‘국내 최초 암호화폐거래소’라는 상징성이 있는 업체다. 코인을 많이 상장하지 않는 보수적 정책을 유지했는데, NXC 차원의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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