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보고 싶다기보다는 아마 그리울 거야

🎈추억이 가슴 가득 밀려올 때

얼마 전 학창 시절을 보냈던 동네를 지나간 적이 있었어요. 매일 마주치던 단풍나무 길도, 버스를 기다리던 횡단보도 앞 정류장도 그 모습 그대로인 걸 보니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매점으로 분식집으로 함께 우르르 몰려다니던 친구들은 이제 자주 얼굴을 보지는 못하지만, 함께 지나온 시절은 분명 우리들 마음속에 같은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겠죠? 조금씩 변했지만 형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그 거리들처럼요.

🎀오늘의 매듭

『뒤늦은 답장』

📚정원 만화 『뒤늦은 답장』의 내용을 참고했어요.

우리는 때로 가까이 지내던 사람과 어떤 일을 계기로 영영 만나지 못하는 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무심히 일상을 흘려보내다가도 문득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며 다시 마음 아파하기도 하고, 추억이 담긴 노래를 듣게 되면 아련하게 기억에 잠기기도 했다가,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며 뒤늦은 후회도 해보고, 안부를 궁금해 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추억을 곱씹는 시간을 거치면서 차근차근 감정을 매듭짓게 되는 것 같아요.

만화 『뒤늦은 답장』에서 주인공 남우는 아마 다신 돌아오지 않을 뜨거웠던 시간에 대해 뒤늦은 답장을 띄우면서 이야기를 시작해요. 지난날에 대한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나지막하게 서툴렀던 시간을 환기합니다.

(22~24면)

이 편지는 네가 녹음한 편지에 대한 뒤늦은 답장이자, 초대장이야.
왜 이제야 답장할 마음이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어.
난 이제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고 생각하기로 했어.
파고들수록 오히려 막연해지는 게 있다는 걸 이젠 알겠더라.

그리고 나 이제 혼자 살아.
동네가 너무 지긋지긋해서 영영 떠나려고 했는데,
이사를 하고 보니 딱 알겠더라고.

실은 동네야말로 아주 없어지지는 않는 곳이라는 걸. (22~24면)

🎞️어떤 날엔 영화 같은 일이 생기기도 하잖아

수능 공부는 뒷전이고, 영화 동화리에 한창 빠져 있는 고등학생 남우. 아빠는 어릴 적에 집을 떠났고 엄마는 분식집을 운영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어요. 남우는 자신과 가까워지려 애쓰는 엄마가 불편합니다. 손님 없는 가게에 홀로 앉아 있는 엄마의 쓸쓸한 뒷모습을 매번 외면하고, “예쁜이”라고 엄마를 부르는 ‘왕언니’와의 각별한 사이도 이해하지 못하죠.

이런 남우에게 친구 재근은 큰 의지가 되어 줍니다. 그리고 남우는 자기를 대신해 엄마에게 꽃다발을 선물해 주기도 하는, 무심한 듯 다정한 재근을 사랑하고 있어요. 둘은 영화 촬영 차 떠난 여행에서 함께 눈을 맞으며 마음을 확인하지만, 곧 서로의 차이를 느끼게 되면서 조금씩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120~121면)

💬그래서 고단장은...

남우와 재근의 이야기는 소리 없이 쌓이는 겨울날 눈 내리는 풍경처럼 잔잔하고 깊은 울림을 줍니다. 만화에서 두 사람의 마음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래서 더 이들의 감정이 가슴으로 와닿았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은 점차 옅어지고 추억도 희석되겠지만 그때 나눴던 서로의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겠죠. 서툴었지만 그 무엇보다 진심이 가득했던 그때. 남우와 재근에게서 자꾸만 지난날의 제 얼굴이 겹쳐 보였어요. 책장을 덮고 나니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이 마시고 싶어지네요. 그때의 우리, 참 달콤하고 쌉싸름했다!⛄☕

나는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거라고, 다짐해.
네가 보고 싶다기보다는 아마 그리울 거야.
그런 것도 사랑일까.
그렇다면 난 우리 동네처럼 너를 사랑해. (252~253면)

오늘 읽은 책

정원 지음 『뒤늦은 답장』

200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가족, 친구와 갈등을 겪으며 성장하는 남우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예요. 여운을 주는 그림체가 정원 작가 특유의 문학적인 표현과 어우러져 잔잔한 울림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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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보면 더 좋아요!

✅전람회 1집 『EXHIBITION』🎵

전람회의 노래들과 책의 분위기가 꼭 닮았어요. ‘명반’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1집! 함께 들으며 읽어 보시길 권해요.

✅만화 『올해의 미숙』

하나둘 곁을 떠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단단하고 어엿한 ‘나’로 홀로 서는 미숙의 이야기. 정원 작가 특유의 서정적인 정서와 여백을 살린 그림체가 돋보여요.

✅소설 『이 와중에 스무 살』

‘내 인생 어디로 가는 걸까?’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들여다보기 시작한 주인공 은호를 통해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 주는 성장소설.

✅애니메이션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가족’은 그 누구보다 가까우면서도 때론 멀게 느껴지지도 하는데요. 부모자식 간 갈등과 화해의 스토리를 독특하게 그려낸 유쾌한 애니메이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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