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tchEDGE Issue No. 4 | 2022.09.23
피치덱 톺아보기
자금조달 및 IPO/M&A에 성공한 해외 스타트업의 피치덱을 분석합니다.
Chainsight - YC 데모데이 시드 라운드
  
데모데이 이후 2주만에 400억 원 기업가치로 시드펀딩을 진행한 와이콤비네이터 기업의 11페이지 피치덱 
지난 주 PitchEDGE 뉴스레터에서는 와이콤비네이터(YC) 배치 기업들이 데모데이에서 어떻게 한 페이지로 피치 슬라이드를 구성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와이콤비네이터 특집을 이어가며, 실제로 YC 스타트업들이 투자자들과의 미팅에서 어떤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제시하고 투자를 이끌어내는지 한 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와이콤비네이터 기업들이 진행하는 데모데이 직후의 펀드레이징은 스피드데이팅과 유사한 형태입니다. 빠른 기업들은 1 - 2주, 늦어도 한 달 이내에는 펀딩을 완료하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은 거의 경매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30 - 40억 원의 자금을 모집하며, 99% 이상 SAFE (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조건부 지분 인수 계약) 형태로 계약이 이뤄지다보니 계약서에 서명하고 투자금을 송금하기까지 일주일 이내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3개월의 프로그램 기간 동안 펀드레이징에 대해서도 코칭도 많이 진행합니다. 기본적인 코칭 방향은 '최대한 빨리' 펀딩을 진행하라는 것입니다. 창업자의 역할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며 '펀딩'은 도구일 뿐이라는 기본적인 철학, 초기 기업은 시간을 많이 쏟는다고 펀딩이 극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현실론을 이유로 최대한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불안감)를 조성하여 펀딩을 몰아붙이는 것입니다.

사실 한국에도 2020년 도입된 SAFE 투자 또한 YC가 배치 기업들의 빠른 투자 유치를 돕기 위해 고안한 도구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 펀딩 라운드를 진행할 때 리드투자자를 찾고, 동일한 계약서를 모든 투자자가 확인한 단계에서 서명하다보면 최소 2 -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니, 초기 단계에서 리드나 상세계약서 없이 '나중에 라운드 할 때 지분을 받는' 각서 형태의 계약을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Chainsight는 이 번 YC 여름배치에 참여한 Web3/크립토 분야 스타트업입니다. Web3에 최적화된 백그라운드체크를 기치로 내걸어 기업이 API를 통해 손쉽게 토큰, NFT의 사기 여부를 판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합니다. 카네기멜론 석사를 졸업하고 MIT에서 AI 연구원으로 일했던 Eanie Ho가 2020년 설립한 UnBlock Analysis가 회사의 모태였으며 API 기반 SaaS 형태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YC에 참여하고 회사명도 Chainsight로 변경하였습니다. 

Chainsight의 피치덱은 YC에 참여한 시드 단계 기업이 프리젠테이션에 담아야하는 핵심 내용만으로 총 11페이지를 구성하였습니다. 아직 업력이 짧을 수 밖에 없는 시드 기업의 특성 상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회사가 제시하는 해결책, 짧은 기간이자만 확보한 고객, 시장 규모, 팀 구성을 최대한 간결하게 어필하는 것이죠. 해당 피치덱의 본문은 아래와 같은 순서로 구성됩니다.

  1. 표지 - 키워드는 "API for Web3 Background Checks"
  2. 실적 - 고객 및 매출
  3. 문제 - 크립토 관련 '스캠'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마땅히 해결책이 없음
  4. 해결책 - 코드 입력만으로 Crypto/NFT 스캠 여부를 실시간 판별하는 서비스 
  5. 제품 - 간편한 사용법 👉 가상화폐 지갑이나 스마트계약 주소 입력 
  6. 사업모델 - 정액 플랜 + 추가 과금 모델
  7. 시장규모 - 바텀업 방식 시장규모 추정
  8. 차별점 (1) - 다양한 체인, 토큰, NFT, DeFi 프로토콜에 적용 가능
  9. 차별점 (2) - 타 솔루션 대비 빠른 온보딩 시간
  10. 차별점 (3) - 다양한 온/오프체인에서 확보한 250억 건 계약 데이터 활용
  11. 마무리 - 다섯 개의 포인트로 핵심 요약

아직 검증된 실적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제품이 무엇이 다른지',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제품을 출시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스타트업 입장이지만 Chainsight는 해결하려는 문제가 제시하는 해결 방안이 직관적인 점, 그리고 제품의 차별점을 효과적으로 잘 나열하여 투자자들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금 번 YC 배치 기업들은 달라진 벤처투자 환경을 고려하여 보통 Post-money $20Mn cap 이하에서 펀드레이징을 진행하고 있지만 Chainsight는 $30Mn cap으로 라운들를 진행하면서도 투자자들이 속속 라운드에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Chainsight의 피치덱을 한 장 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페이지: 표지
    표지는 단순히 넘어가는 장표가 아닌, 회사의 키워드를 한 줄로 각인시키는 자리 👉 "광고카피"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접근: '직관성' + '참신성' + '혁신성'
    • 단순히 회사 내용을 설명한 것 같지만 사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단어들을 주의깊게 조합한 구성 - API는 SaaS 기업의 핵심이며 Web3는 여전히 바이럴 키워드
    • 실리콘밸리에서는 '백그라운드 체크'라고 하면 플랫폼 노동자의 백그라운드체크 서비스로 기업가치 7조 원의 유니콘이 된 Checkr가 유명하며, 따라서 'Checkr for Web3'는 투자자들에게 직관적으로 시장성과 잠재력을 각인시킬 수 있는 문구 
    2페이지: 실적
    실적과 고객을 두번째에 배치한 이유는 타 YC 기업 대비 돋보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
    • YC 기업들 대부분은 2 - 3개월 실적에 몇 천만 원 대 매출인 경우가 다반사
    • 연환산 매출이 1억이 넘고, 이미 돈을 내고 있는 고객이 있고, 그 고객이 신용도 있는 상장사인 경우 충분히 강점이 될 수 있는 영역
    • Chainsight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를 초기 고객으로 확보한 점도 흥미로움
    3페이지: 배경 - 원격 근무가 대세
    가상화폐 & NFT 분야에서 사기 거래가 빈번하다는 건 시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이슈
    • 규모를 보더라도 심각한 문제일 뿐 아니라 광범위한 해결책이 필요한 영역임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음
    • "스타트업이 해결하는 문제" 👉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VC의 선호도도 높음 
    4페이지: 해결책
    안전하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Web3 백그라운드체크 서비스
    • Detect Scam
    • Secure Crypto
    • Increase User Safety
    5페이지: 제품
    제품이 무엇인지 한 마디로 설명하는 장표
    • 누군가 와츠앱이나 텔레그램으로 코인 투자를 권유한다면 스마트투자 주소를 입력하여 사기 여부를 쉽게 조회해볼 수 있는 서비스
    6페이지: 사업모델
    Chainsight는 이미 과금을 진행 중인 고객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간결하게 사업모델 정의
    • 아직 제품을 론칭하기 전 단계의 스타트업은 어떻게 돈을 벌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막연한 경우가 많음
    • 과금 체계 또한 안정적인 정기 결제를 유지하면서 규모에 따라 추가 매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는 평가
    7페이지: 시장규모
    초기 기업의 시장규모 분석은 피상적인 내용을 피상적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 핵심
    • 단순히 큰 숫자를 제시하기 보다는 '관련있는' 숫자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함
    • Chainsight는 잠재 매출 규모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시장 규모를 대체함
    8페이지: 차별점 (1)
    초기 기업이 많이 받는 질문인 무엇이 다르고 어떤 점이 혁신적인가에 대한 대답
    • 첫 번째는 범용성 - 적용가능한 영역이 특정 어플리케이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프로토콜에 적용 가능
    9페이지: 차별점 (2)
    초기 기업이 많이 받는 질문인 무엇이 다르고 어떤 점이 혁신적인가에 대한 대답
    • 두 번째는 속도 - 새로운 프로토콜을 적용하는데 2 - 4주면 가능하며, 이는 타 솔루션 대비 12배 빠른 속도임
    • 회사가 내세우는 이러한 차별점이 고객인터뷰 및 리서치를 통해 알아내야하는 실사 영역
    10페이지: 차별점 (3)
    초기 기업이 많이 받는 질문인 무엇이 다르고 어떤 점이 혁신적인가에 대한 대답
    • 마지막으로 차별화된 경쟁력 - 다양한 소스를 통해 수집하는 수 억 건의 데이터가 Chainsight의 경쟁력임을 내세움
    • 이런 차별적 경쟁력을 경쟁사가 획득할 수 있는 난이도 또한 핵심 실사 사항 중 하나
    11페이지: 마무리
    핵심을 강조하며 프리젠테이션 마무리
    • 키워드
    • 고객 및 실적
    • 차별화된 경쟁력
    • 시장 규모
    • 사업의 특징
    이상으로 금 번 와이콤비네이터 졸업 기업 중 일주일만에 30억 원 펀드레이징에 성공한 Chainsight의 피치덱을 살펴보았습니다.
     
    와이콤비네이터 데모데이 이후 2 - 3개월의 실적 정도를 보유한 기업이 단기간에 20 - 30억 원의 시드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와이콤비네이터란 공신력있는 액셀러레이터에 선정되어 프로그램을 마칠 수 있었다는 배경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짧은' 기간에 '적지않은' 자금을 '높은' 기업가치로 조달하기 원하는 스타트업들이 끊임없이 와이콤비네이터의 문을 두드리는 것입니다.

    스타트업 경영과 성장 또한 인맥 네트워크가 크게 작용한다는 측면에서, 이미 와이콤비네이터의 멘토들과 선배 기업들, 그들을 통해 연결될 수 있는 실리콘밸리 투자자들과 접점을 만들었다는 건 소위 '와이콤비네이터 프리미엄'을 가능하게 하는 또다른 요인입니다.

    결국 판이 깔아졌다면 스타트업의 역할은 이를 잘 활용하여 단기간에 2년 이상 살아남을 수 있는 자금을 조달하는 것입니다. Chainsight는 이를 달성할 수 있는 '팀', '실적', '제품'을 가지고 효과적으로 시드 펀딩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Chainsight 피치덱의 하이라이트
    • '문제'와 '해결책'은 간결하게 설명하고, 돈을 지불하는 고객이 있다는 점을 어필
    • 초기 기업임에도 '무엇이 차별점인가'에 대한 답변을 다각도로 제공
    • 문제의 심각성과 이를 해결하였을 때의 효과, 시장의 잠재력을 설득력있게 제시

    회사는 Post-Money $30Mn으로 총 $2Mn 자금을 조달하였으며, 최근 블록체인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삼성넥스트'가 리드투자자로 참여하였습니다. 회사의 창업자인 Ernie Ho는 이번에 확보한 2년 이상의 런웨이를 활용하여 단기간 내에 제품고도와화 초기 엔터프라이즈 고객 확보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오늘의 피치덱 분석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다음에는 더 재미난 피치덱으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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