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쉬려고 하는데 분갈이라뇨...
OCT 18, 2022
아피스토의 풀-레터 vol.2

🍂 식물을 사랑하는 당신께
식물집사에게 축복이던 여름이 끝났습니다. 뒤돌아서면 식물이 쑥쑥 자라니 신나면서도 그 속도가 무섭기도 했죠. 풀-레터의 편지함에 도착한 답장에서도 가을과 겨울을 앞둔 식물집사님의 걱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여름에 신나게 자라길래 같이 흥내며 크게 키웠더니 겨울이 큰 걱정입니다 ㅋㅋㅋ
-익명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우고 있는데 요즘 많이 쌀쌀해졌자나여 거실로 옮겨야 할까여 식물등 바람 가습기는 꼭 필요한가여?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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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는 <정원가의 열두 달>이라는 책에서 10월을 이렇게 말합니다.

10월은 봄이 시작되는 첫 달, 땅속 깊은 곳에서 싹이 트고 생장하는 달, 남몰래 싹눈이 여무는 달이다.

겨울은 오지도 않았는데, 봄이 시작되는 첫 달이라니요? 그는 10월을 두고 "식물을 새로 심거나 옮겨 심기 가장 좋은 달"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정원의 식물들을 이곳저곳 옮기며 빈자리를 찾아다니죠. 베란다 정원(?)이 있는 저는, 식물을 거실로 들이는 중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하는 일이 더 있습니다. 카렐이 식물을 여기저기 옮겨 심는 것처럼 저는 분갈이를 합니다. 

노지의 식물과 베란다 식물이 맞이하는 10월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름 한철 마음껏 성장한 식물들은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면 누구보다 먼저 날씨를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더디 성장하죠. 저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그간 자란 식물들의 화분을 들여다봅니다. 꽉 찬 뿌리가 겉흙 위로 올라와 있지는 않은지, 화분 물구멍 밖으로 삐져나온 뿌리는 없는지 말이죠. 그리고 식물에게 물을 줄 때 물이 잘 빠지지 않으면, 그것 역시 분갈이의 시그널입니다.

카렐이 10월을 "봄이 시작하는 첫 달"이라고 한 데는 폭풍성장하던 식물들이 잠시 숨을 돌리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무성하게 자란 식물을 빈 자리로 옮겨 심거나 분갈이를 한다면 식물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거든요. 식물집사가 땀도 덜 흘릴 거고요.

저희 집에는 여름철 열대관엽식물만큼이나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가 있어요. 12살 첫째딸인데요. 심지어 요즘엔 밥 먹는 양이 저를 넘어섭니다. 자고 일어나면 커져 있죠. 그 아이에게 당장 새 옷을 사 입히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와서야, 칠부 바지가 돼버린 옷을 동생에게 물려주고 새 가을옷을 사줍니다. 식물도 한창 크는 여름에 분갈이를 한다면 성장하는 아이에게 매일매일 새옷을 사입히는 것과 같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까지 기다린다면 그사이 충분히 커 있을 겁니다. 

어느 날, 지인이 물었어요.
"어차피 크는 식물인데, 분갈이할 때 아예 큰 화분에 심으면 안 되나요?"
제가 대답했죠.
"아이한테 '너 어차피 크면 짜장면 곱빼기 먹어야 되니까 지금부터 짜장면 곱빼기 먹어라' 하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화분이 커지면 그만큼 흙도 많이 들어가고 물도 많이 들어갑니다. 뿌리가 먹을 양보다 지나치게 많은 물과 영양을 준다면, 소화하지 못하고 탈이 나겠죠. 과습의 원인이 됩니다. (물론 아홉 살 때 "난 이미 짜장면 곱빼기를 먹었다"는 분도 있지만요...) 보통 한 치수나 1.5배 큰 화분으로 옮겨주는 게 좋습니다. 

분갈이는 뿌리의 성장통을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한정 없이 화분을 키워줄 순 없죠. 특히 열대관엽식물은 화분이 커지면 잎도 따라 커집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키운다면 고민은 더 깊을 수밖에요. 저는 올여름 식물에게 점령 당해 식민지 생활을 하고 있지만, 몬스테라나 필로덴드론 같은 식물은 줄기를 잘라 쉽게 번식할 수 있으니 분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니면 분갈이를 할 때 뿌리와 잎을 정리하고 새 흙만 갈아주면, 일정한 크기로 오랫동안 키울 수 있어요. 

분갈이를 마쳤다면, 이제 겨울 동안 최소한의 생장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는 일이 남습니다. 여름만큼은 아니지만, 식물은 겨울에도 집 안에서 조금씩 성장합니다. 겨울엔 건조한 계절이니 가습기를 틀어주면 좋고요. 실내 온도는 우리가 내복을 입고 춥지 않다고 느낀다면 식물도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기는 신경 쓸 필요가 있어요. 꽁꽁 창문을 닫고 지내다보니 공기가 잘 흐르지 않죠. 차가운 바깥 공기를 한번에 들이기보다 집 안의 공기가 흐를 수 있도록 서큘레이터를 사용하면 좋습니다. 갑자기 찬 바깥 공기가 훅- 들어오면 저도 싫거든요.  

식물집사는 그야말로 숨 돌릴 틈이 없습니다. 여름엔 물시중 드느라 바빴지요. 이젠 바짓단 짧아진 아이에게 새옷 사입히듯, 훌쩍 큰 식물에게 새 화분을 준비해줘야 하니까요.

아! 물론 당신은 그 일조차 즐기고 있다는 것, 제가 다 알고 있습니다. 😚

-아피스토 드림. 
사진_ 뿌리의 성장통을 겪고 있던 엔젤스킨. 가을만을 기다렸다!
"오늘만을 기다려왔다. 집사야. 새 옷을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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