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옷레터 005. 나는 나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005. 2023/1/20 금요일

안녕하세요. 님!

그간 안녕히 잘 지내셨나요?

2주 만에 만나니 더욱 반갑습니다.

정기 연재는 전보다 긴장도 되고

또 설레기도 하는군요.

저는 지난 시간 동안

(저 답지 않게) 바삐 낯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작년에 여러 도전을 해본 터라

'이쯤이야'

솔직히 거뜬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거뜬은커녕 제 마음은 거친 풍랑에

이리저리 휩쓸렸습니다.

여기선 상담씩이나 해드리는데...

이것 참 면목이 없습니다.

그래도 이 부끄러운 앓이가

소중한 자산이 될 거라 믿어요.

그런 소망으로 오늘 님께

저의 경험을 나누려고 합니다.

만일 저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마음의 부침을 겪으신다면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005. 나는 나

1월부터 재테크를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매주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한 번 이상은 꼭 만나야 하는 규칙이 있는 곳. 일면식 없는 사람들을 한 달에 4번씩이나 봐야 한다니. 생각만으로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나는 무려 시옷 기상원정대를 이끌었던 전력이 있는 사람. 이제 이런 모임 정도는 갈 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간 쌓아온 내공이 있는데 말이야.' 거침없이 신청서를 작성했다.

첫 번째 모임은 온라인. 먼저 5명의 구성원이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다. 간단한 인사 정도였지만 짧은 말속에 각자의 성향이 조금씩 드러났다. '저분은 자신감이 넘치는구나. 오 저분은 진중한 타입.' 조심스레 어떤 사람인지 가늠해 보았다. 드디어 나의 차례.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김시옷이고, 직업은 프리랜서입니다. 그리고..." 아뿔싸. 말을 하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리고, 말거리는 시작과 동시에 똑떨어졌다. '나의 내공이라는 것은 안녕하세요에 바닥날 만큼 한 줌이었구나.' 이후론 주로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두 번째 모임은 오프라인. '와...' 사람들을 보며 감탄했다. 분명 실제로 만난 건 처음인데 다들 1년은 알고 지낸 사이처럼 돈독해 보였다. 알고 보니 모두 연령대도 관심사도 비슷했다. 함께하는 동안 말과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나도 또래입니다만...?' 그중 나 홀로 낯을 가리고 있었다. 신나게 떠들던 사람도 나랑만 있으면 단박에 어색해졌다. 공연히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대화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누군가 MBTI를 물었다. "저는 EOOO이요" 역시 그럴 것 같았다. "저는 I에요." 의외였다. "저도 I", "오 저도" 5명 중 1명만 외향인이었다. '뻥 치시네.' 그럴 리 없다. 내향인이 이렇게 친화력이 좋다고? 마음이 95도로 삐딱해졌다. 나를 제외한 3명의 I들에게 배신감마저 들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찝찝함이 가시질 않았다.

오프라인 모임 이후 카톡 방은 더욱 활발해졌다. 서로 고민도 나누고 농담도 주고받고 친구들의 대화와 다름없었다. 이어 주에 1번이던 모임을 더욱 늘리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너도나도 참석하겠다고 즐겁게 응했다. "저도 참석할게요." 나도 손을 들었다. 사실은 가기 싫었는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순 없어 내 마음을 속였다.

모임 날이 다가올수록 심란해졌다. '공부를 하려고 모였는데 나는 줄곧 성격만 비교하고 있잖아.' 참담했다. 일을 하다가도 못난 마음이 불쑥 튀어나왔다. '저분은 참 쾌활하네. 그늘이 없어 보여. 나는 스산한 음지 같은데.' 시기도 했다가 '다들 내향적이라더니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 모함까지 했다. 무슨 대책이든 세워야 했다. 이대로는 내 생각에 내가 갉아 먹힐 것 같았다.

아침과 밤마다 필사적으로 확언했다. '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야.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속마음을 일기에 쏟아내기도 하고, 산책하며 검은 마음을 비워내려고 노력했다. 또 책을 읽으면서 선인들에게 답을 구했다.

며칠 간의 숙고 끝에 한 가지 방법에 다다랐다. 모든 사람을 관찰 대상으로 보자. 언젠가 나의 글에 등장할 캐릭터를 수집한다고 생각하자. '저분은 어쩜 저렇게 말을 재밌게 하실까. 나는 대답하는 것도 벅찬데...' 나와 비교하던 것을 '저분은 말을 참 재밌게 하는군'으로 단절시켰다. 쉽진 않았지만, 반복적으로 노력했다.

세 번째 오프라인 모임. 나의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저 사람은 타인이 했던 말을 곱씹는구나.', '저분은 외향적이면서도 혼자 다니는 걸 선호하는구나.'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람이 100명이면 성향도 100가지인 법. 내향인이어도 다 같을 순 없다. 이 당연한 사실을 간과했던 내 옹졸한 시야가 환히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내친김에 나와도 거리를 두고 나를 뜯어보았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면서도 늘 새로운 경험을 원해. 내향적이면서도 모험적이지.' 신기하게도 나의 말과 행동이 점점 가볍고 자연스러워졌다. 또 쌓이는 시간도 한몫해서 더는 모임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래. 나도 느긋이 시간만 주어지면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야.'

그래도 주에 한 번 이상 모이는 건 나에게 무리였다. 자극에 휩쓸려서 집중력이 흩어질 게 뻔했다. "저는 다음 모임엔 집에서 정리하겠습니다." 용기 내어 말했다. 즐거운 상황에 초를 친다고도, 또 섬처럼 소외당한다고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나대로. 나의 속도와 마음을 지켜줄 의무가 있었다.

얼마 전 네 번째 오프라인 모임에 다녀왔다. 나는 애정을 가지고 한 명 한 명을 지켜볼 수 있었다. 진심으로 웃으며 농담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설날에도 모일까요?" 누군가 살갑게 말했다. "좋아요. 시간 되는 사람은 만납시다." 모두 마음을 모았다. "파이팅입니다!" 물론 나는 시간이 안 되는 사람이었다.

🌳 시옷의 숲, 오늘의 고민.

대학생 스미스 님의 사연입니다.

Q. 과거의 일들이 저를 괴롭게 합니다.

과거의 제가 했던 행동이나 말들이 지금의 저를 괴롭게 만들어요. '그때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걸', '그냥 고집부리지 말고 하나 더 양보할걸' 등 과거의 일들이 전부 후회로 다가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인지 먼저 질문해 보세요.

저도 스미스님처럼 후회되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세수하다가도 불현듯 과거의 실수가 생각나, 소리를 지르기도 한답니다. 그럴 때 제가 스스로 다독이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먼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인지 판단해 봅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했던 말이 후회된다'라는 상황을 가정해 볼게요. 그 친구와 계속 왕래하고 있다면,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과하면 됩니다. 반대로 다시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인 거죠. 이때엔 되도록 비워내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주로 일기에 쏟아내거나 명상을 합니다)

다만 유념해야 할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입니다. 과거의 일들을 복기하고 그 아픔을 밑거름 삼아보세요. 오늘 이후로는 후회되는 일을 쌓지 않도록 노력해 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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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옷의 숲, 내향인의 고민을 보내 주세요!

어디에도 말하지 못한 고민이 있다면, 이곳에서 함께 속닥속닥 나눠봐요.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거예요.

고민 보내기

📓 시옷 영감

저의 일상을 채워주는 플레이리스트 3가지를 소개합니다.

동영상을 클릭하면 유튜브로 이동해 재생됩니다. 영상을 메일에서 재생하고 싶으시다면 이 링크에서 확인해 주세요🤎

🎧 MONKEY BGM

저는 집중력이 필요할 땐 노랫말이 없는 음악을 듣는데요. '조용한 음악', '공부할 때 듣는 음악' 등을 찾아 헤매다 정착한 곳이 MONKEY BGM입니다. 이 채널에서는 여러 가지 주제의 재즈 연주곡을 실시간 스트림으로 제공합니다. 작업 전 MONKEY BGM의 플레이리스트를 트는 것은 저의 루틴 중 하나랍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듣기 편안한 재즈 피아노', '적당히 포근한 방구석 재즈' 등 차분한 연주곡을 들으면 마음이 정돈됩니다. 마치 카페에 온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 적당히 포근한 방구석 재즈. (지금도 이 플리를 들으며 편지를 쓰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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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ential;

유튜브의 대표적인 음악 채널 essential;입니다. 이곳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수많은 테마의 선곡들이 쌓여있어요. 취향 따라, 그날의 기분 따라 플리를 고르는 재미가 있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섬네일도 이곳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저는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힙함(?)을 충전하고 싶을 때 essential;을 찾습니다.

✔️ [Playlist] 인트로부터 사로잡히는 그루브 팝

✔️ [Playlist] 2022 하반기 결산 특집, 놓쳐선 안될 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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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고막을책임져도될까

뭔가 어마어마한 이름이지요? 그러나 채널명과 달리 '네고막을책임져도될까'의 플레이리스트는 깊고 보드라운 감성이 넘친답니다. 저는 주로 휴식이 필요할 때, 나의 마음을 매만지고 싶을 때 이 채널을 찾아요. 눈을 감고 잠잠히 음악을 듣고 있으면 뭐든지 다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 새벽에는 감정에 푹 빠져 헤어 나오기 힘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