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은 도서관의 날,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입니다. 그래서 생일을 축하하려고 주인공들을 불러 앉혔습니다.🎂
조촐하지만 성심껏 준비한 잔치이니 마음껏 즐겨주세요.
책이 귀했던 시절의 이야기: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 팔랑

책 한 권으로 모든 욕망이 채워지던 시절에 대한 책을 오랜만에 꺼내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라고 책을 만드는 일이 수월한 것은 아니었네요.🥲

❝ 필경사 한 명이 하루 평균 세 쪽을 필사한다면, 200장, 즉 400쪽짜리 책 한 권을 필사하는 데에는 약 두 달 반이 걸렸다. 채식사와 제본사도 제작비를 높이게 되니, 대형판 성서를 제작하는 데는 (중세 말기에) 약 20리브르가 들었다. 보통 크기의 장원의 연간 수입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

책을 보호하려는 최초의 노력은 쇠사슬이었어요. 꽤나 직설적이죠?
▲ 쇠사슬로 보관했던 책(위), 훼손된 책(아래)  
책이 무척이나 귀했던 나머지 책을 험하게 다루는 사람들에게 험한 말을 쏟아낸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요.

❝ 대체로 학생 족속이란 아주 버릇이 없으며, 만일 상급자들의 규율로 엄히 다스리지 않는다면 이내 무지를 뻐기며 돌아다닐 것이다. 그들의 행동거리는 뻔뻔하고 오만하며 도무지 경험이라고는 없으면서도 태연자약하게도 모든 것을 판단하려 든다.
아마 당신도 보았을 것이다. 지각없는 젊은이가 흐느적대며 거닐다가 겨울 추위에 곱아든 나머지 콧물이 흐를 때면 얼른 손수건을 꺼내 닦지 않아 결국 그 수치스런 콧물을 책장에 떨어뜨리는 것을. 그 자리에 아까운 수서본 대신 구두수선공의 앞치마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손톱은 시커멓고 향수는 쉬어터진 구린내를 풍기는 손으로 맘에 드는 대목에는 자국까지 내기 일쑤이다! 게다가 자기 기억이 붙들 수 없는 것을 표시한답시고, 여기저기 수북이 지푸라기를 꽂아놓는다. 이 지푸라기들을 아무도 다시 뽑아버리는 이가 없으니, 그렇게 잔뜩 꽂힌 지푸라기가 책의 아귀를 어긋나게 하고 결국에는 썩히기 시작하는 것이다.
책을 펴놓고 과일이며 치즈를 먹거나 포도주 잔을 이리저리 옮기다가 손에 주머니가 없어서인지 음식 부스러기를 책 사이에 남겨두는 것쯤은 예사이다. 동무들과 와글와글 떠들어대는 일도 서슴지 않으니, 아무런 철학적 의미도 없는 공론을 잔뜩 늘어놓으면서 무릎에 펼쳐놓은 책 위에 침 세례를 퍼붓기 일쑤이다. 어디 그뿐이랴! 책 위에 팔꿈치를 고이고 잠시 글을 읽는가 싶으면, 다음 순간 깊은 잠에 빠져버린다. 게다가 그렇게 해서 구겨진 페이지를 펴느라 가장자리를 말아대기까지 하니 책에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 리처드 드 베리, 『미장본에 관하여』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에서 재인용)


책을, 특히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도서관 책은 깨끗하게 읽읍시다!

도서관의 사람, 사건, 사연: 『도서관은 살아 있다』

🌱 죽순


소문난 도서관 덕후 도서관여행자 님께 집필 제안을 드렸던 것은 3년도 전이에요. 유럽 도서관 곳곳을 소개하는 트윗을 부지런히 쓰시던 때에 살금살금(?) 접근했죠. “도서관 여행 책을 써보실래요?”

얼마 지나(‘지나지 않아’는 아니었음) 도서관여행자 님은 ‘동물과 공생하는 도서관: 포르투갈 코임브라 도서관 & 마프라 도서관’과 ‘이민자 사서와 여성 건축가: 영국 국립도서관’ 글을 보내주어요.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습니다. 전 세계 도서관이 무기한 휴관에 들어가며 이용자 출입이 불가능해졌고, 해외여행도 못 하게 되었죠.✈️❌


책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도서관의 사람, 사연, 사건을 쓰기로요. 나중에 도서관여행자 님은 바꾼 방향으로 쓰는 것이 훨씬 재미있었고 수월했다고 말씀하셨어요. 『도서관은 살아 있다』에는 수서, 장서 폐기, 사회복지사가 되어가는 사서들, 코로나와 디지털화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올해부터 매년 4월 12일은 도서관의 날입니다. 많은 도서관이 예산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요즘, 도서관의 날을 시작으로 일주일간 계속되는 ‘도서관 주간’이 활력소가 되어주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도서관의 날에는 도서관 책을 읽어야 인지상정! 『도서관은 살아 있다』를 동네 도서관에 희망 도서로 신청해주시는 것 잊지 마세요! 

▲ 포루투갈 코임브라 대학 도서관 

책에 관한 필수 지식: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

🌱 죽순


이 책의 원제는 THE BOOK입니다. MIT 출판사의 필수 지식 시리즈 중 한 권이에요. 과학, 역사, 기술, 문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전문적으로, 하지만 간결하게 다루는 시리즈입니다. THE BOOK이 출간된 2018년의 주제로는 탈진실, 공감각, 데이터 과학, 극단주의 등이 있어요. 출판사가 미국의 정치, 사회, 기술 변동에 따라 어떤 ‘필수 지식’을 채택했는지 목록을 보면서 대강 읽을 수 있죠. 하나씩 클릭하다가 보면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버리니 조심해야 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계 번역, 가상 현실 같은 주제 사이에서 ‘책’이란 주제는 ‘고물’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펼쳐 보면 압니다.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은 석판에서 디지털 책으로까지 나아가며 앱으로만 다운로드할 수 있는 책, 단순한 터치가 아니라 햅틱으로 작동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재생 버튼을 누르면 저절로 흘러가는 이런 유의 책은 분량을 ‘쪽수’가 아니라 ‘재생 시간’으로 표기하더라고요. (흐음, 느리게 읽을 방법이 없다는 것은 맹점.)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은 종이책의 향수와 낭만에 관심이 없습니다. 종이책은 책이 진화해온 하나의 단계일 뿐이며, 종이를 만들 수 있었던 자원과 기술, 인력의 결과물임을 담담하게 말합니다. 오히려 책이라는 형태는 독자의 손과 눈과 귀와 마음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인터페이스라고, 그래서 책은 언제나 미래형이라고 주장하죠.

저는 책을 만들면서 제가 구식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종이책, 전자책, 아티스트북, 디지털북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지금 편집자로 일하는 것이 어쩌면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재밌잖아요.😎

▲ 초창기 전자책 단말기(위), 제스처를 이용해 읽는 디지털 북 『엿보기』(2016)(아래)
도서관 덕후 모두 모여라!
『도서관은 살아 있다』의 저자 도서관여행자 님이 온라인 독서모임 플랫폼 그믐에서 첫 도서관의 날 기념 독서모임을 진행합니다. 지금 모집 중이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신청은 여기

📍모집 인원 무제한 (최소 10명)
📍신청 기간 2023.4.11까지
📍모임 기간 2023.4.12~2023.04.18 (7일간)
이번 주 마티의 각주 어떠셨나요?
좋았어요🙂               아쉬워요🤔
책 좋아하는 친구에게
도서출판 마티
matibook@naver.com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01, 2층 (04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