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에세이 <귀하는 코로나-19에 확진되셨으므로..>


049. 2022/3/15 화요


안녕하세요, 00님!


네... 그렇습니다.

제목에서 보셨다시피 저는 코로나-19 확진이 되서 

일주일간 격리를 했답니다. 😷


사실 지난 번 레터는 격리 중에 쓴 거였는데..

티 안났죠? 헤헤. 가까운 친구 몇명만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지난 월요일부터 어제까지 꼼짝없이

집에만 있었는데요.

매일 '격리 일지'를 썼습니다.

(시시콜콜.. 무척 깁니다..)

하루하루 엄청난 숫자로 늘어나는 확진자 수,

주위에도 저 뿐 아니라 확진받는 사람들이 흔해져서

이제는 그냥, 한번쯤 겪고 넘어갈 일 같기도 하다..

하는 지경에 이른 거 같아요.


구독자 분들 중에서도 격리를 하셨거나, 격리 중이거나, 

혹시 앞으로 확진을 받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조금이라도 도움과 위로와 응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격리 기간의 이야기코로나 관련 체크사항,

알아두시면 좋은 정보들을 정리했어요.


그리고 걱정말아요. 저는 괜찮습니다!

00님도 괜찮을거예요.



봉현 

귀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로 확진되셨으므로... 


코로나 확진.


결국 나도 걸렸다. 자가키트로 양성을 확인하고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았다. 그 다음 날 오전 코로나 양성 확진 문자를 받은 이후, 8일째 한발짝도 나가지 않고 집에 머물렀다.


생각보다 담담했다. 그냥 올 것이 왔고, 내 차례가 왔을 뿐. 검사 전 날 이미 확진임을 예상하고 앞으로의 일정을 정리하고 확진 후 해야할 것들을 미리 알아뒀다. 재택 진료라던가 격리 지침이라던가. 확진 문자를 받자마자 바로 근처 병원에 비대면 진료를 신청하고 약을 처방받았다. 아침마다 목이 아픈 것과 간헐적인 기침을 제외하고는 발열도 심한 몸살도 없었다. 약을 먹으면 금새 괜찮아졌다. 다만 처방약에 거의 수면제 급인 나잇퀼까지 독한 약을 계속 먹는 게 힘들어서 몸과 얼굴이 퉁퉁 부었다. 약간의 어지럼증과 두통은 가끔 있었지만, 생활에는 별 지장이 없을만큼 증상이 경미했다.


가능한 쓰레기를 적게 만들기 위해 배달음식은 최소한으로 하고 집에 있는 식량으로 해결했다. 친구들이 디저트와 약을 집 앞에 놓고 갔다. 확진이 아니더라도 며칠씩 집에 잘 있는 나로썬 격리기간 일주일은 금방이었다. 마감에 늦지 않게 일을 했고, 뉴스레터도 보내고, 집을 청소하고 매일 빨래를 돌렸다. 이 집에서 제일 오염된 건 나라고 농담할 정도로 닦고 세탁하고 소독했다. 잠도 실컷 자고 유튜브도 질리도록 봤다. 그리고 매일 ‘코로나 격리 일지’를 기록했다.



3/4 금요일


자려고 누웠는데, 문득 목에 이물감이 느껴졌다. 느낌이 쎄했다. 요즘 일교차가 심한데 옷 얇게 입고 다녀 찬바람 쐬서 감기 걸린거겠지. 아니면 옷 정리 하면서 먼지 먹은 탓이겠지.. 라고 생각했다. 별 심각함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3/5 토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확실히 목 상태가 이상했다. 생각해보니 마스크 끼고 다닌 이후로, 목감기에 걸린 적이 없다. 이전에는 잦은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오히려 코로나 기간동안 흔한 몸살 한번 없었다. 그래서 이 불편함이 엄청 낯설었지만, 감기 걸릴만한 요소가 최근 너무 많았다.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 자주 가는 단골 이비인후과여서 꼼꼼하게 진료를 받았다. 목 부은거 빼고는 발열도 두통도 설사도 없다. 이 정도 상태에서는 항원 검사를 해도 안 나올 거라고 해서, 일단 주말 지나서 상태를 보기로 했다. 3일치 약을 처방받았는데 왠지 그냥, 4일치를 달라고 했다. 인후통 약을 먹으니 목 불편한 게 금새 사라졌다.


3/6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퉁퉁 부어있다. 아무래도 영 찝찝하다. 그래, 그냥 감기면 감기인 걸로 확인할 겸, 싶어 비상용으로 사뒀던 자가키트를 꺼냈다. 눈물 콧물 잔뜩 흘리며 코를 찌르고 검사 키트에 액체를 떨어뜨렸다. 금새 붉은 한 줄. 음, 진짜 그냥 감기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약 8분 쯤, 희미하게 두번째 줄이 나타났다. 15분 후에는 명확하게 선명해졌다.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차분하게 ‘자가키트 양성’을 검색하고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지 찾아보았다. 일요일엔 보건소가 열지 않아서, 오늘은 혹시나 모를 격리 생활을 대비하기로 했다. 마스크 두개를 끼고 목도리, 모자까지 꽁꽁 싸매고 약국에 들려 소독 스프레이와 종합 감기약, 자가키트를 사왔다. 체온계는 품절이었다.



3/7 월요일


오전 9시에 여는 보건소에 9시 20분쯤 도착했다. 내가 받은 대기표는 500번이었고 사람이 어마어마했다. 길에서 추위에 떨며 451명을 기다릴 수는 없었기에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서대문구 보건소 웹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대기 순번을 확인할 수 있었다. 1분에 3명 꼴로 빠르게 진행되었고 서둘러 밥을 먹고 2시간 후에 다시 보건소로 갔다. 입구에서는 자가키트 양성, 두 줄이 꼭 확인되어야만 들여보내줬다. 오히려 신속 항원검사보다 PCR 대기자가 더 많았다. 보건소 앞은 인산인해였다. 선별 진료소 내부에 들어서자, 큐알 코드를 통해 전자 문진표를 작성하고 신분증을 확인하는 순서였다. 모두가 방역복을 철저하게 입고 있었다.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힌 검사 키트와 면봉을 받아서 검사실로 들어갔다. 마스크로 입은 가리고 코만 내보이면 된다고 했다. 깊숙히 찌른 코 안쪽이 찡하게 아팠지만 참을 만 했다. 검사 자체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뉴스로 보고 듣는 것과 달리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니 턱 끝까지 와닿는다. 의료진 분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계신지, 지금 확진자가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많은 상황인지.. 절대 남 이야기가 아니다. 결국 나도 이 혼란 한가운데로 들어와 버렸으니. 바로 집으로 돌아와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밥 먹고 약 먹고 일을 했다. 약효가 떨어지면 목이 다시 붓길래 계속 밥과 약을 챙겨먹었다. 자기 전엔 나이퀼 액상약을 먹었는데, (엄청 쎈 미국 감기약) 이것 때문인지 코로나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평소엔 두세시간 뒤척이다 자는 편인데 기절하듯 바로 잠들었다.


3/8 화요일


오전 8시 10분, 확진문자를 받았다. 예상한 결과였다. 오늘의 확진자 수는 202,721. 나 말고도 20만 2천 7백 20명이 오늘 확진연락을 받았고 저 숫자의 1명이 나라는 사실. 더 이상 이건 조심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며 결국은 한번쯤 겪고 넘어갈 일이라고 받아들여졌다. 그냥, 내 차례가 왔을 뿐이다. 그러니 격리와 회복에 집중하기로 한다. 이미 양성 확진 받고 격리까지 끝낸 친구들에게 미리 물어봤던 정보를 통해, 지금 내가 해야 할 게 뭔지를 차근차근 생각했다. 우선 토요일에 진료받았던 병원에 전화해 비대면 진료를 신청했고, 전화로 증상을 설명한 뒤 약을 처방받았다. 팩스를 통해 약국으로 바로 전달되며, 친구가 받아서 집 앞으로 가져다 주기로 했다. 그 밖에도 닥터 나우라는 앱을 통해 진료와 약 처방이 가능한데, 대기가 너무 많아 지체 시간이 길어기에 나는 자주 가는 병원에 문의를 했던 것. 확진자는 병원 진료비와 약값이 모두 국비 지원으로 무료였다.


확실히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 기침도 나기 시작했고 가래도 나오며, 약간의 두통도 있다. 다행히 열은 없다. 한시간 정도 낮잠을 자는 동안 친구가 약과 함께 달달한 디저트를 잔뜩 사서 집 앞에 놔두고 갔다. 밥은 별로 먹고싶지 않아 단 걸 잔뜩 먹고 약을 먹었다. 추가로 처방받은 약은 알약이 여섯개, 짜먹는 시럽도 있었다. 더 아프기 전에 마감을 해야할 것 같아 서둘러 책상 앞에 앉았다. 그때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안내에 따라 ‘확진자 자가기입식 조사서’를 입력했고, 통화로 그 외의 상황을 안내받았다. 나는 이미 비대면 진료, 약 배송 등등을 해결했다고 하니 놀라시면서 얼른 회복하시길 바란다며 친절히 대해주셨다. 하나하나 연락하는 보건소 분들도 정말 수고 많으시겠다고 느꼈다. 이런 세세한 부분에 착실하게 협조하는 게 고생하는 분들의 수고를 더는 일이다. 격리는 검사일로부터 7일동안. 나는 14일 월요일 00:00까지 격리해야 한다. 혼자 살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이 시기가 별 탈없이 지나가기를 바랄 뿐. 아픈 건 아픈거고 마감이 있어서 새벽 두시까지 일을 했다.



3/9 수요일


새벽에 생리가 터졌다. 격리 기간동안 코로나와 생리를 한방에.. 아주 효율적인 상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그간 제일 심하게 목이 부어있다. 기침도 심해졌고 목소리가 확 잠겼다. 오늘 확진자가 무려 34만명이라고 한다. 어제 확진된 게 빠른 차례였다니 헛웃음이 난다. 계란 두개를 굽고 햇반과 레토르트 곰탕을 데워서 대충 먹고 서둘러 약을 먹었다. 약을 먹으니 또 잠이 온다. 한시간 정도 다시 자고 일어나니 목이 많이 가라 앉았다. 집의 모든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했다. 날씨가 좋다. 오늘은 일이 없으니 청소를 하기로 한다. 마스크를 끼고 청소기를 돌리고 먼지를 털고 바닥을 닦았다. 이불도 세탁해서 널어 놓았다. 깨끗하고 하얀 집이 무척 쾌적해서인지, 기분도 컨디션도 꽤 좋아졌다. 선반, 서랍과 캐비넷까지 다 꺼내서 종일 청소와 정리를 했다. 보건소와 구청에서 여러번 문자 안내가 왔다. 상태는 어떤지, 특별한 증상은 없는지 응급 전화 안내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6시 이후에 투표를 하러 잠시 외출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사전투표를 이미 끝내서 나갈 필요가 없었다.


청소를 끝내고 샤워를 했다. 혹시나 감기기운이 더 오를까봐 4일 만에 머리를 감았는데, 뜨거운 물에 길게 씻었더니..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정말 너무너무 개운했다. 그때부터 이상하게 에너지가 넘쳐서, 친구들과 개표방송을 보면서 실컷 웃고 떠들며 영상 통화를 했는데, 코로나 환자치곤 너무 지나치게 멀쩡한거 아니냐고 의아해 했다. 나도 이래도 되나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토요일에 병원을 다녀온 이후로 계속 약을 먹었으니까, 사실상 이미 5일째 치료중 인것이다. 하지만 오늘 내일 중에 한번쯤은 발열이나 몸살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계속 든다.


3/10 목요일


선거 개표방송을 보느라 늦게 잤더니 오전 열시가 넘어서 눈이 떠졌다. 또 목이 퉁퉁 부어있고 엄청난 가래가 나왔다. 서둘러 일어나서 급히 약을 먹었다. 빈속에 먹으면 안좋겠지만 먹을 것도 마땅히 없고.. 별로 먹고 싶지가 않았다. 약을 먹고 다시 세시간을 잤다. 약효가 떨어지면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지만, 약을 먹으면 금새 괜찮아진다. 독한 약을 계속 먹어서 그런지 얼굴과 몸이 퉁퉁 부었다. 어제보다 컨디션이 저조하다. 쓰레기를 최대한 만들지 않으려고 대충 끼니를 떼웠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배달을 시켜 먹어야겠다. 팟타이와 쌀국수를 주문해서 반쯤 먹고, 커피를 연하게 내려 마시고, 먹다 남은 도넛을 먹으며 유튜브를 봤다. 수건을 모아 빨래를 돌리고, 집을 천천히 둘러봤다. 집이 깨끗하다. 더이상 청소할 것이 없다. 근데 뭔가 정리, 청소를 하고 싶은 기분이 자꾸만 든다.. 크게 아프지 않으니 집에서 할 일을 찾게 된다. 환기를 자주 해주는 게 좋다고 한다. 밖에 나갈 수 없으니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고 바깥 바람을 자주 쐰다. 기분 탓인지 내려다 보이는 동네가 유난히 한산하다. 보일러를 틀어 집의 온도를 적당히 유지하고 잠옷을 자주 갈아입는다. 지난 며칠 덮었던 침구도 싹 갈았다. 따뜻한 물을 계속 마시면서 책상에 앉아 다이어리에 일정을 기록하고 밀린 메일에 답신을 했다. 엄마가 하루 한번 전화를 해서 상태를 물어본다. 가족과 가까운 친구 몇몇만 내 상황을 알고 있다. 어느덧 격리 4일차. 아직은 전혀 지겹지 않고 여유롭고 평화롭다.



3/11 금요일


아침에 목 붓는 건 여전하지만 증세가 심해지진 않는다. 기침을 한번 크게 하자 엄청난 가래가 나와서 으웩… 싶었다. 가끔 미묘한 두통이 있다. 쌀국수를 뜨근하게 데워서 먹고 약을 먹으니 인후통 증세가 잦아들었다. 대신에 약간 어지럽고 조금 졸리다.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했다. 메일함에 쌓인 뉴스레터를 읽고 이것저것 자잘한 업무를 해결했다. 새벽 배송받은 마켓컬리의 샌드위치와 우유, 오렌지, 휴지 등등을 정리했다. 책상 앞에 앉아 어제 밤에 메모장에 써둔 짧은 글을 이어 썼다. 채널 예스 3월호에 기고한 원고에 이은 글을 써서 뉴스레터를 보냈다. 오후부터 밤까지 글을 썼다. 일을 하면 시간이 금방 간다. 나는 일을 할 때 느끼는 그 성취감이 정말 너무 좋다. 더 잘하고 싶다.


3/12 토요일


진행중인 일의 피드백이 늦어져서 할일이 없다. 더이상 청소도 할 게 없고 오늘 하루는 뭘 해야하지 싶다. 쓰레기를 늘리고 싶지 않아서 배달음식 말고 집에 있는 걸로 먹었다. 빵과 계란 베이컨을 굽고 오렌지를 잘라 조식처럼 차려먹었다. 친구가 집 앞에 직접 만든 시나몬 사과잼을 놔두고 가서, 그걸로 프렌치 토스트도 해먹었다. 지난 번 부산에서 찍은 가족 사진을 정리했다. 간단하게 일기를 쓰고 하루종일 유튜브를 보며 뒹굴거렸다. 격리가 하루 남았다. 시간이 금방 간다. 2주도 있을 수 있을거 같다. 오늘은 확진자가 무려 38만명이라는데 어차피 안 나갔을거 같다.. 목 아픈건 그대로다. 새벽까지 잠이 안와서 늦게 잠들었다.


3/13 일요일


새벽에 잤더니 피곤하다. 일어나서 밥을 먹고 영화를 봤다. 오늘 밤 12시에 격리해제인데 딱히 감흥은 없다. 격리 마지막 날인데 오히려 컨디션이 별로다. 빈속에 약을 먹고 커피를 마셨더니 갑자기 어지러워서 또 잤다. 이날 무려 13시간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머리가 맑아졌다. 격리 해제를 몇시간 앞두고 쓰레기를 모았다. 마스크를 쓰고 소독 스프레이를 뿌리고 문 앞에 놔두었다. 생각보다 쓰레기가 적게 나왔다.


3/14 월요일


00:00시에 격리해제였지만 일찍 잠들었다. 오전 일찍 일어나서 늘 하던데로 청소를 하고, 일정을 정리하고, 밥을 먹고 티비를 봤다. 약이 떨어져서 병원에 다시 전화해 비대면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SNS에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중이었다고 올렸더니 많은 사람들이 걱정과 응원을 보내줬다. 고마운 마음들. 뜨거운 물에 오래 씻고 나오니 무척 개운했다. 밤 10시쯤 쓰레기와 재활용 박스를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집에만 있었던 터라 날씨가 어떤지 전혀 몰랐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꽤 쌀쌀했다. 공원을 조금 산책하려고 했으니 추워서 그냥 집에 들어왔다. 나잇퀼을 먹고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3/15 화요일


일어나서 침대에서 조금 뒹굴거리다 옷을 챙겨입고 모자를 쓰고 외출 준비를 했다. 동사무소에 들려 ‘코로나 격리 생활지원금’ 신청을 했다. 신청자도 많았고 문의 전화가 끊임없이 왔다. 1인 가구 기준 하루 34,910원, 8일부터 13일까지 6일치 지원금이 나온다고 했다. (신청이 밀려 2-3개월 후에나 들어온다고..)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난 뒤 약국으로 갔다. 어제 처방받은 약을 받고, 근처 빵집에 들러 단것들을 샀다. 오랜만에 나온 바깥세상은 생각보단 쌀쌀했지만, 햇빛과 바람이 너무 기분 좋았다. 문득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무사히 잘 지나갔다. 다행히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내 일상은 여전히 별일 없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2년을 넘게 불안해하며 조마조마 하게 살았는데, 결국은 나에게도 닥쳤다. 걱정과는 달리 다행히 증상이 경미했고 크게 아프지 않았다. 혹여 어떤 후유증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무탈하게 일주일을 잘 보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행복이 아니라 어떤 불행이 일어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조금은 아프고 외로운 순간이 있었지만, 책상에서, 소파에서, 침대에서 오롯히 혼자 있으면서 저 말을 문득문득 떠올렸다. 그래, 어떤 불행이 닥쳐도, 어떤 일이 일어나도 괜찮다. 결국 다 지나갈거니까. 이렇게 단단한 사람으로 잘 살고 있고,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담담하게 웃어 넘기며 그저 하루하루를 계속.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 관련 체크사항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필요한 내용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정확한 정보는 아님을 감안하시고 봐주세요!) 


1. 확진 검사

목이 붓거나 기침이 나온다면, 자가키트부터 해보게 되실 텐데요. 자가키트는 양성이어도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세요. 일반 감기라면 감기약을 받으면 되고, 코로나가 의심된다면 신속 항원을 받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자가키트는 6천원, 전문가 신속항원 진료는 5천원입니다. 자가키트는 비상용으로 사두세요.

얼마 전까지는 자가키트 2줄/ 동거인 확진 문자/ 신속항원 양성 판정이 있어야지만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넘치는 검사자와 인력 부족 때문에 몇시간씩 줄을 서도 못 받는 경우가 많았어요. -> 최근 확진자가 엄청나게 늘어서, 이제는 병원에서 ‘신속항원 양성 판정’을 받는 것으로도 ‘확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어차피 자가 격리일텐데 굳이, 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꼭 검사를 받으세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 진료비와 약값이 국가 지원으로 무료입니다. ‘닥터나우’ 앱을 통해 코로나 재택 치료로 비대면 진료와 약을 받을 수 있고, 배송비도 무료입니다. 다만 닥터나우 앱 사용자가 너무 많아 대기가 오래걸리기 때문에, 근처 병원에 코로나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지 문의하고 가까운 약국으로 바로 팩스 전달, 처방약을 받는 것을 추천드려요. (가족이나 지인이 약을 대신 받아 와야하는 점이 좀 번거롭습니다.)

직장인은 회사를 통해 유급 휴가비를 받을 수 있고,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면 생활 지원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격리 기간을 끝내고 ‘격리 통지서’와 신분증, 통장 사본을 지참하시고 가까운 동사무소에 가시면 됩니다. 가구원 수에 다르게 책정됩니다. 다만 최근 예산 부족으로 16일 이후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에는 가구당 10만원, 2인 이상 격리시에는 15만원을 정액 지원한다고 합니다.


2. 격리 통보와 안내

PCR 검사를 받은 다음 날에 ‘귀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로 확진 되셨으므로 감염병 예방법 제 41조 및 43조 등에 따른 격리 대상임을 통지합니다’ 라는 문자가 옵니다. 격리 기간은 ‘검사일’ 로부터 7일차 자정 24시, 8일차 0시입니다. 격리 기간 후에도 10일까지는 가급적 대면이나 외출을 자제하기를 권합니다.

이후 관할 구에서 문자로 ‘격리 통지서’가 발급됩니다. 기간이 명시되어 있고, 별도의 해지 통지서는 발급되지 않습니다.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격리 해제입니다.

동거인이 있으시다면 별도로 안내받은 ‘확진자 및 동거인 안내문’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3일 이내 검사를 받으셔야 하고, 음성이 나오더라도 6-7일 차에 신속항원 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합니다.

저는 다행히도 인후통, 간헐적 기침 정도였지만 발열, 몸살, 심한 기침과 가래, 설사.. 거기에 미각과 후각이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그래도 1-3일 정도 심하고, 증상은 천천히 호전됩니다. 노약자나 기저 질환이 있으신 분들은 확진 이후 받는 안내 문자를 통해 추가 진료와 상담을 받으실 수 있어요. 24시간 응급콜, 지역별 상담센터 전화번호도 안내 문자가 옵니다.  (외래 진료센터, 비대면 의료기관 안내)

심리 지원 상담센터도 있습니다. 확진, 격리를 통해 힘든 분들을 위해 정신 건강 전문가 상담또한 진행하며, 24시간 운영됩니다. 이 또한 거주 지역 복지센터 연락처가 문자로 안내됩니다. (국가 트라우마 센터 02-2204-1438)

기타 문의는 각 지역 보건소 콜센터/ 질병관리청 1339 번으로! 


3. 격리 기간 내

많이 자고, 밥 먹고, 약을 잘 챙겨 드세요. 저는 추가로 처방받은 짜먹는 타입의 액상 기침약이 잘 들었어요. 약을 계속 먹으니 나중에 역하기도 했지만.. 얼른 나으려고 꼬박꼬박 잘 챙겨 먹었습니다.

집안을 계속 환기하세요. 하루에 두번은 모든 창문을 열어 전체 환기를 하고, 나가지 않더라도 바깥 공기를 쐬세요.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세요. 저는 하루 1리터 이상 카페인이 없는 티를 연하게 우려 주전자에 넣어두고 수시로 마셨습니다.

이상하게 텍스트가 잘 안읽히더라구요. 그래서 책은 못읽고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 보며 소파에 하릴없이 누워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상황에 스트레스 받거나, 뭐라도 하며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겠다던가 그런 압박감은 가지지 마시고, 그냥 뒹굴거려요. 아프면 얼른 낫고, 안 아프면 실컷 쉬세요. 이 참에 맘껏 게으르세요. 괜찮습니다.

외롭고 힘든데 아무도 만날 수 없잖아요. 그러면 카톡이나 문자말고 전화 통화를 해보세요. 영상 통화도 좋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줌으로 4명이 모여 별 이야기도 안하고 그냥 틀어놓고 각자 할일을 했는데, 꽤 즐거웠어요. 꽤 환기가 되고 힘이 났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생활의 소리를 의식하는 게 도움이 되요. SNS는 가능한 줄이는 걸 추천드려요.

생각보다 일주일 금방 갑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그냥 잠깐이고, 앞으로의 긴 날들도 잠시 잊어버리고 하루하루를 보내요. 저처럼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도 좋겠죠. 내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며 평화롭게 지내세요. 별 일 없을 거예요.


4. 격리 해제 후

격리가 끝나면 그동안 쌓인 쓰레기를 잘 정리하고 소독 스프레이를 뿌려 내놓습니다. 가능한 2-3일은 더 사람을 만나지 말고, 실외를 산책하는 정도로 조심하며 지냅니다.

생활 지원금을 신청하시고, 먹고 싶었던 것도 포장해 와서 먹고, 일주일의 일상을 천천히 곱씹으세요. 그냥저냥 지나간 일주일이라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격리가 끝나고 밖으로 나가니 묘하게 낯설었어요. 천천히 일상을 회복하고, 앞으로의 시간을 조금씩 생각합시다.

수고 많았어요. 우리 건강하게 잘 살자고요
 
팟캐스트 <밀림의 왕>

진송님의 <미루는 사람들을 위한 팟캐스트: 밀림의 왕> 에
이번 회차로 '코로나 확진 후기' 가 올라왔는데요.
정말.. 정말 너무 웃기고.. 대공감 되서...ㅠㅠㅠㅋㅋㅋ
저의 엄금진한 긴 격리 일지...(흠흠..) 와 달리
웃픈 격리 후기도 들어보십사. 추천해봅니다!

저는 혼자 살아서 아쉽게도 야생동물 먹이(?) 진풍경을
보지 못했네요..ㅋㅋ 여튼 저랑 증상도 비슷했고 
 너무 즐겁게 잘 들었답니다!
00님도 들어보시면 피식피식 웃게 되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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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겨울 방학 이야기
나의 작은 집에서 경험하는 크고 안전한 기쁨에 대하여
펜으로 일상을 붙드는 봉현의 일기그림
사랑과 연애,그리고 나에 대해
일러스트로 만나는 2년간의 세계여행 에세이
내 삶의 여백을 채워준 고양이 여백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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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현
janeannne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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