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를 내고 나서 제일 유심히 보는 것은 다른 자영업자의 일하는 태도이다. 


 개인 쇼핑몰을 만들고 내 그림으로 상품을 만들면서 여러 업체에 발주를 넣는 일이 많아졌다. 원단을 뽑거나 원단 마감을 하고, 대량 인쇄 혹은 전시를 위해서 액자를 만들기 위해 업체를 찾아보고 사장님이 일을 잘하는 곳을 골라 일을 맡긴다. 내 경우, 꾸준히 한 업체만을 이용하는 편이다. 왜냐면 사장님들이 다들 일처리를 잘 하기 때문이다. 정말 웃기게도 일을 잘한다는 인상을 주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지키기 어렵다. 그들의 공통 된 특징을 나열해보자면,


  1.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 

  2. 두번 일하지 않는다. 

  3. 문제가 생기면 즉각 연락한다.

  4. 정산 및 세금처리가 깔끔하다. 

  5. 불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다.

  6. 사적인 주제로 말을 걸지 않는다. 

  7. 일은 일에서 끝낸다.



나는 인간에 대한 기준치가 높아서 친구를 쉽게 만들지 않는편이고 지인의 범주에도 사람을 쉽게 넣지 않는다. 대신에 한번 믿음이 생기면 끝까지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의리를 지키는 편이다. 업체와의 관계도 비슷하다. 사장님이 쓸데 없는 말을 안하고 일처리가 깔끔하면 나는 그곳의 단골이 되어 망하지 않는 이상 그곳만 이용한다. 단골이 된 업체의 사장님들 공통 된 특징은 일단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는 점이다. 나도 프리랜서 겸 자영업자로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인데, 특히 합의 한 모든 약속은 칼같이 지키려는 편이다. 생각보다 이 부분이 가장 기본적이어서 지키기 수월할 것 같지만, 극히 일부만 이 부분을 지킨다.



상업작가의 경우 클라이언트와 정한 마감을 지키는 것이 가장 첫번째일 것 이다. 실제로 나는 11년 프리랜서 생활 중에 단 한번도 마감을 놓친적이 없다.  애초에 시간 약속에 엄격한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것도 이유겠지만 프리랜서의 생명은 시간 약속이라는 생각을 하고 나서는 강박적으로 지키고 있다. 그것이 신뢰의 고리를 만드는 첫번째 단추이기 때문이다. 업체와 일을 하기로 계약을 하면 그 주에 요청에 맞춰 시안을 만들어 마감 날 오전에 메일 예약을 걸어 놓는다. 빨리하면 빨리하는 대로 전달할 수 있지만, 예전에 빨리 시안을 보내니 담당자가 지정 날짜만 생각해서 빨리 온 메일을 확인하지 못해 혼선이 생긴 적이 있어 약속한 날짜에 보낸다. 물론 늦는 것은  최악이지만 약속 된 날짜보다 빨리 보내는 것도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두번째로는 그 누구든 두번 일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 일을 잘하는 담당자는 첫 메일에 필요한 사항과 파일을 정리해서 전달한다. 물론 사람이라면 조금씩 빼먹는 실수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 적인 것은 꼭 잊지 않고 지켜서 같은 일을 두번 이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외주가 주 수입인 상업작가는 시간이 돈이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두번 하다보면 그만큼 다른 일도 밀리게 되어있어서 업체나 작가나 모두 손해를 볼 수 있기에 신경 써야한다.


세번째로는 문제가 생기면 즉각 연락한다는 점이 단골 업체 사장님들과 아닌 곳의 차이이다. 나는 발주 할 때 무조건 일정을 넉넉하게 잡고서 발주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진행 중간에 문제가 생길때도 있다. 이때 사장님들의 공통 된 특징이 바로 연락해서 문제를 말하고 언제까지 해결할지 약속한다는 점이 달랐다.


가장 신뢰하는 업체가 한 곳 있다. 고품질 인쇄도 하고 액자도 하는  충무로 빌딩 사이 2층에 숨어있는 곳이다. 그곳 사장님의 일처리가 정말 예술인데, 최근에는 전시때문에 액자를 대량으로 맡겨야 해서 세금계산서 처리를 부탁했다. 물론 나도 입금요청을 전달받은지 1분 이내로 하긴 했지만 사장님은 세금계산서를 똑같이 1분 이내로 발급해주셨다. 개인사업자간의 거래라 조금 늦어도 괜찮다 생각했는데 이 부분은 생각하지 못해서 정말 놀라웠고 나도 본받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전에도 개인의뢰로 소량 인쇄와 액자를 맡겨도 사장님은 소량, 대량 상관없이 똑같이 중요하게 일처리를 하신다. 정말 본받을 점은 일 때문에 업장에 방문해도 사적인 질문따위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그림 인쇄를 맡기는지,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그리는지 어떤 전시를 하는지 전혀 묻지 않는다. 가끔 급하게 액자 수리를 하러 갈때면 몇시에는 있으니 방문하라고 하시는데  말한 시간에는 항상 있어서 그 사장님의 말은 유난히 신뢰가 간다. 


기본을 충실히 지키기만해도 차별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단골 업체 사장님들을 통해 배웠다. 언제나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가끔 의사들이 하는 말을 보면 건강 지키는 것 어렵지 않다고 하면서, 잠은 9시에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꾸준히 운동하고, 아침은 꼭 챙겨 먹으며, 탄단지무비물을 맞춰 먹으라고한다. 이건 정말 초등학생들도 아는 기본이지만, 어른들은 안다. 이게 제일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프리랜서는 출퇴근이 없고 모든게 자율에 맡겨져있어 이 기본을 지키는 것이 제일 어렵다. 그러나 하나씩 지켜가다보면 건강과 신뢰 모두를 얻게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어서 손해보지는 않았다. 

정말이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