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시사IN〉 사회팀 기자 이상원이라고 합니다. 며칠 사이 날이 갑자기 선선해졌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시사IN〉 후원자가 783명입니다. ‘공짜 뉴스’가 익숙한 시대에 값진 결정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후원은 구매와 다릅니다. 후원자는 내가 내는 돈과 받는 물건의 값어치를 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성비’를 따지지 않습니다. 북금곰이나 지구 반대편 난민을 위해 돈을 보내면서 ‘내게 어떤 도움이 될지’ 따지는 사람은 없지요. 후원의 문법은 ‘어떤 거래를 하려는가’보다 ‘어떤 사람이 되려는가’에 더 가깝습니다.

정기 구독자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후원자는 정기 구독자와는 또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매월 2만원 이상 정기 후원하는 독자는 〈시사IN〉 전자책 기사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후원자는 정기 구독자와 똑같은 곳에 더 많은 돈을 내는데, (〈시사IN〉 종이 잡지를 제외하면) 거의 같은 보상을 받습니다. 이분들이 다른 정기 구독자보다 돈을 더 내면서 ‘〈시사IN〉 전자책 기사 열람 권한 외에’ 무엇을 얻으려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가 드리고자 하는 것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시사IN〉 편집국 구성원들은 스스로와 동료들의 기사가 업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저희 기자들은 여러 기관에서 다수의 상을 받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돈 나오는 곳’과는 그리 친하지 못합니다. 태생부터 기업과 반목했습니다. 삼성 비판 기사를 둘러싼 편집권 독립 요구가 〈시사IN〉을 낳았습니다. 독자와 후원자들의 구독료와 후원금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바람직하고 감사하지만 풍족하진 않습니다. 인력이 부족하고 장비가 모자랍니다.

‘돈 걱정이 없어진다면 엄청난 보도를 한국 사회에 내놓을 수 있는가?’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하루아침에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아마 낡은 장비를 바꾸고 신입 기자 공채를 1년 앞당기고, 해외 취재를 2년에 한 번, 어쩌면 1년에 한 번 정도 더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 언론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저는 앞으로도 님이 〈시사IN〉에 계속 후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희 슬로건은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 주간지’입니다. 정통은 고됩니다. 기자 한 명의 기사를 여섯 명, 일곱 명이 수차례에 걸쳐 재검토합니다. 정통은 가난합니다. 돈과 기사를 맞바꿀 수 없고 광고성, 보도자료 홍보성 기사를 쓰지 않습니다. 정통은 외롭습니다. 다수 대중이 클릭하는 선정적 연성 기사로 이목을 끌지 못합니다. 사회가 두 패로 나뉘어 싸울 때 한쪽에 줄을 서 ‘50%’의 지지를 얻어내기도 어렵습니다. 정통을 지키려는 이는 소수입니다. 그런 언론을 알아볼 눈 밝은 후원자들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에 패배한 크로아티아 수비수가 경기 후 이런 인터뷰를 했더군요. “비록 패했지만, 언젠가 내 아이들에게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어떤 선수를 상대했는지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 역사에 남을 만한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종종 비슷한 말을 남깁니다.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는 감격이 눈앞의 승리를 놓쳤다는 아쉬움을 능가했다는 의미겠지요.

만약 수십 년이 지난 뒤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그때 한국에 남아있던 몇 안 되는 독립언론에 후원한 게 님이었다고 후손들에게 알려주세요. 최선의 경우 견고한 한국 독립언론의 주춧돌을 님이 놓았다는 사실을 저희는 잊지 않겠습니다. 정부는 ‘가짜뉴스’ 운운하며 칼을 들이대고, 사람들은 시사 문제에 관심을 접어갑니다. 그래도 〈시사IN〉은 할 수 있는 최선을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다하겠습니다. 님 덕분입니다. 늘 고맙습니다. 평안한 명절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