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하우스 서울로 아모레퍼시픽 사옥 탐방을 다녀왔다.
몇가지 흥미로운 것들을 기억나는 대로 공유한다.
건물 컨셉은 달항아리다. 건물이 전혀 달항아리처럼 생기지 않았는데 왜 달항아리냐... 했더니, 달항아리가 겉에서 속으로 일관되게 이어지는 것과 아모레퍼시픽 사옥 겉과 속이 기하학적으로 일관성을 가진 것이 닮았다고 했다. 뭔 소린지 싶었다.
이 건물은 기하학의 꽃이다. 기둥 간격인 8.1m를 기준으로 모든 수치를 맞췄다. 바닥 타일의 한 변 크기는 8.1m를 6등분한 1.35m, 천장의 격자는 다시 1.35m를 5등분한 27cm다. 이러한 변태같은 집착 덕분에 아모레퍼시픽 사옥 내에서는 선이 어색하게 만나지 않는다. 타일과 타일 사이의 틈선을 따라가면 정확하게 자동개폐문 입구나 엘레베이터의 끝선과 만난다.
한 변이 1.35m인 바닥 타일은 화강석으로 만들었다. 이 바닥 타일 한 판의 무게가 200kg이 넘는다. 운송이 힘들어서 일반적인 건물을 지을 때에 이렇게 크고 무거운 타일을 한 덩이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1층에는 이와 같은 중건기 기념비가 있는데 무게가 2톤이 넘는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만들 때 사용한 대리석이 채굴된 곳에서 가져왔다고 들었는데, 기억이 명확하지 않아서 다른 작품이었을 수도 있다.
로비에 들어서면 3층까지는 대중에게 공개된 공공의 공간이고, 5층에는 물이 있는 정원이 있다. 로비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5층의 물이 흐르는 공간이 보이는데, 4층에 조명을 설치해 물이 흐르는 곳이 빛나도록 만들었다. 4층 전체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건물의 유지보수를 위해 숨겨진 층의 역할을 한다.
1층부터 3층까지의 공간은 잔뜩 노출된 콘크리트 때문에 하울링이 심할 수 밖에 없는데, 이를 잡기 위해 천장 격자 속 숨겨진 공간을 활용했다. 이 격자 속에 스프링쿨러, 조명, 덕트 등이 들어가는데, 이러한 걸 넣지 않은 남은 모든 격자 공간에 흡음제를 넣었다.
아모레퍼시픽 사옥 외벽에는 약 2만 개 이상의 지느러미처럼 생긴 "루버"가 둘러싸고 있는데, 이 루버들은 크기가 동일하지 않다. 45cm, 35cm, 25cm, 20cm의 4가지 크기 루버가 서로 간의 간격도 불규칙하게 설치되어 있다. 루버를 자세히 보면 돌기처럼 얇은 선들이 튀어나와 있는데, 이 돌기가 진동과 바람에 잘 견디게 한다.
아모레퍼시픽 사옥 옆에는 한강로동주민센터가 있는데, 이 주민센터도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했다.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짓기에 앞서 테스트로 지어보는 한편, 아모레퍼시픽이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채납의 일환인 셈이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은 치퍼필드가 가장 좋아하는 건축주다. 올해 프리츠커 상을 받았을 때 시상식에 서경배 회장을 초대했다. 아모레퍼시픽 사옥은 치퍼필드가 지금까지 작업한 건축 프로젝트 중 최초 공모작과 실제 구현의 차이가 가장 적은 프로젝트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