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자랑하라고 만들어진 ATM
이번 주에는 소개할만한 뉴스가 많지 않다.
대신 내가 이번 주 구매한 귀여운 개구리 열쇠고리나 봐라. 버튼 누르면 빛 쏘고 개굴개굴 소리도 난다.
이 개구리 열쇠고리는 Frog Skateboards라는 브랜드에서 구매한 건데,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나는 배송대행지로 다른 거 구매하면서 같이 시켰다.) Frog Skateboards는 숨막히게 귀여운 이 모자이 모자 덕분에 알게 된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인데, 국내에서는 한때 워스트스테이트샵에서 물건을 들여와 판매했으나 이제는 워스트스케이트샵이 영업을 종료했다.
2022년 말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바젤에 MSCHF는 "ATM 리더보드"라는 작품을 전시했다. 이 전시품은 실제로 작동하는 ATM으로, 카드를 넣으면 돈을 출금하거나 잔액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ATM과 다른 점은 이 기계에 카드를 넣으면 카드를 넣은 사람의 얼굴 사진을 찍어서 카드의 잔액과 함께 ATM 기계 위에 붙어있는 디지털 스크린에 순위가 표기된다는 것이다.
한동안 랭킹 1위는 아트바젤에 방문한 래퍼 디플로의 카드 잔고 300만 달러 기록이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날, 비싸보이는 정장과 드레스를 입은 전형적인 마이애미 커플 하나가 잔고 500만 달러로 1위를 갱신했다. 재밌는 것은 이 커플은 잠시 후 다시 ATM에 오더니 950만 달러로 기록을 더 높여 두었다는 것이다.

아트바젤은 돈 많은 사람들이 람보르기니를 타고 롤렉스를 차고 온다. 예술과 돈이 만난다는 곳이니만큼 뒤틀린 자본주의의 면모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남들 앞에서 돋보이고 싶은 욕구와 유명인과 발을 걸치고 싶은 욕구, 그리고 사실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웃음 아래에 숨기며 문명인으로서의 고고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대중들 앞에서 자신의 은행 잔고를 드러내 보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을 드러내는 것이니까. 이 작품 앞에서는 오히려 잔고가 적은 사람들, 특히 잔고가 100달러 이하거나 0인 사람들이 큰 환호를 받았다. 지구에서 가장 부유하고 고상한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자신의 소박함을 보여준다는 점, 그리고 아트바젤의 화려함과는 다르게 가장 보통의 예술인은 가난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이 돈이 많다는 걸 공개적으로 드러낼 정도로 떳떳한지, 그만큼의 명성을 갖춘 사람인지도 생각하게 되며, 하다못해 돈이 많다는 걸 자랑하는 건 위험해질 수도 있는 것도 알 것이다.

500만 달러로 이미 1위에 등극했음에도 통장에 돈을 더 넣어서 950만 달러를 증명한 커플의 머릿속은 어떤 생각일까? '내가 남들을 압도할 정도의 돈을 가졌다는 걸 보여주자'?  이러한 발상은 일반적인 사람의 머리에서는 나올 수 없다. 위에서 이야기한 자랑하길 주저하게 만드는 억제장치들이 없다. ATM 리더보드는 바로 이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작품이다. 무언가 결핍된 부자의 사고방식, 그리고 그 순간을 모두가 함께 지켜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MSCHF가 의도한 것이다.
*이 글의 일부는 MSCHF Magazine Vol. 7: XXX에 실린 내용을 발췌했다.
식품 제조업체를 망신주는 까르푸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인 까르푸는 실질 가격이 상승한 제품의 진열대에 이러한 방식으로 경구문구를 부착한다. 소위 "슈링크플레이션", 즉 가격 자체는 동일하지만 내용물의 용량이 줄어든 제품을 표기하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재 가격을 인하하지 않는 기업들에게 압박을 넣는 것.
여담으로 한국에도 예전에 까르푸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2006년 철수했다.
매초마다 디자인이 바뀌는 드레스
"프로젝트 프림로즈(Primrose)"라는 이름의 제품, 어도비가 만들었다. 드레스 표면은 비늘 형태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비늘은 은색 또는 하얀색 둘 중 하나의 색을 표현한다. 버튼을 눌러 이 비늘들의 패턴을 조정하거나, 아니면 착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해서 패턴이 바뀌도록 할 수 있다고.
어도비가 이렇게 신소재(?) 개발도 하는지 몰랐다.
인공중력 우주정거장에서의 일상을 느끼게 해주는 영상 (6:21)
직경 900m의 원형 우주정거장에서 0.5G의 약한 중력을 발생시키기 위해는 시속 170km로 움직여야 한다. 이 정도 속도로 움직이면 바깥의 풍경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뀌고, 이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만약 실제로 이러한 우주정거장을 만들 경우, 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거대한 유리창을 만들면 안 된다.
태양에서 나온 빛이 태양계를 여행하는 시간 (45:01)
태양 표면에서 출발한 빛은 43분이 지나야 겨우 목성에 닿는다. 3분 14초에 수성, 6분에 금성, 8분 19초에 지구를 지난다.
아이들이 우유를 마시도록 유도하는 패키지 디자인 (1:16)
투명한 우유병 겉면에 하얀 잉크로 그린 만화를 그려서 우유를 다 마셔야만 만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