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숙박시설에는 당연히 있지만 론리비치 방갈로에는 없는 것들이 있다. 500ml 플라스틱병에 담긴 물, 일회용 칫솔 등의 소모품, 뜨거운 물 샤워, 콘센트, 와이파이. 섬이라 물이 귀하고 전기는 태양광발전 패널로 만들기 때문에 아껴 써달라고 한다. 심지어 근처에 식당이나 구멍가게도 없다. 대신 자체 운영하는 라운지 겸 카페 겸 식당에서 밥도 먹고, 음료도 마시고, 식수도 사고, 전자기기 충전도 할 수 있다. 라운지 벽에 붙은 메뉴를 보고 이름이 적힌 주문서에 적는다. 전 주문 아래로 다음 주문을 적은 다음 벨을 울리면 주방에서 확인하고 음식을 가져다준다.
3박을 예약하며 ‘그래, 인적도 드물고 훼손도 적은 곳을 즐기려면 희생도 필요하겠지.’ 생각했다. 어차피 캄보디아에서 맛있는 걸 먹는 건 거의 포기상태였다. 식당이 있다면 밥과 채소는 있을 테니 오레오, 견과류, 콩튀김과 김가루를 챙겼다. 방갈로에 짐을 놓고 식당으로 돌아가 메뉴판을 봤다. 놀랍게도 무려 제대로 된 비건 메뉴가 있다. 그것도 여러 개가! 캄캄한 저녁, 군데군데 은은한 조명이 떨어지는 자리에서 프랑스 셰프의 예쁘고 신선한 음식을 받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기분 좋은 배부름을 만끽하며 여기에서 며칠 더 묵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