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한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습도 90%의 날씨에 보송보송한 공기를 찾으시는 분들은 박물관으로 가세요. 항온항습기와 공기청정기의 세례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 발걸음을 안내해줄 책, 김서울 님의 『박물관 소풍: 아무 때나 가볍게』가 7월 중순 출간될 예정이에요. 표지를 각주*에 제일 먼저 공개합니다. 
국립익산박물관이 자리한 미륵사지의 한 귀퉁이. 이것이 귀퉁이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사진은 2022년 9월의 모습.

취미는 박물관

🌱 죽순


사는 게 지루해서 친구들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일 안 하는 날에 뭐 해?”

누구는 11월에도 차가운 바다 위에서 서핑을 했고, 누구는 사시사철 뜨개질을 하더라고요. 다른 누구는 말캉한 신엽을 쓰다듬는 촉감에 빠져 식물과 놀았고, 또 다른 누구는 유기견 보호 센터에 자원활동을 간다고 했습니다. 취미였던 책을 일로 삼은 후 주욱 취미랄 것이 없었던 저는 취미 개발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유튜브가 궁금할 때 유튜브를 볼 생각을 안 하고 유튜브 관련 책을 읽는 멍텅구리인지라, 새로운 취미도 결국 책에서 찾게 됐어요. 바로, 박물관입니다.


작년 늦여름쯤, 김서울 님의 『박물관 소풍』 원고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때나 가볍게” 갈 수 있는 소풍지로 박물관을 영업해보자는 기획 의도에 걸맞게, 첫 원고 ‘언제나 웃는 나한의 집, 춘천박물관’을 읽고 엉덩이가 들썩였습니다. 의자에 붙은 줄 알았던 엉덩이가 자꾸 떨어지더란 말입니다. 그렇게 들어오는 원고에 맞춰 박물관으로 떠났습니다. 익산-중앙-경주-진주-서역박-광주-대구-민속까지. 제주박물관은 아직 못 가봤네요.


대부분 은퇴하신 부모님과 동행했어요. 부모님은 춘천박물관의 ‘두건 쓴 나한상’ 앞에서 한참 머무시더니 도록을 사셨어요. 나한의 옅은 미소가 어른거린다면서 집에 도록이라도 두고 보시겠다고요. 익산박물관은 미륵사지에 있는데요(위 사진 참고), 숨이 탁 트이는 벌판에 바람이 싸-아악 부는데! 부모님과 손을 잡고 미륵사지를 산책하며 “좋다, 정말 좋다”를 연신 내뱉었습니다. 광주박물관 입구부터 도열한 배롱나무는 시골집의 것과 닮아서 그저 반가웠고… 여하튼 출력한 원고를 손에 들고 전국을 쏘다니다 보니 박물관이 저와 궁합이 좀 맞더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며칠 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시 「한양 여성, 문 밖을 나서다」전에 다녀왔어요. 50보쯤 걸으니 목덜미가 끈끈해지는 덥고 습한 날이었지만, 사계절의 박물관을 경험해본 저는 두렵지 않았습니다. 유물을 위해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박물관에 들어가면 곧 보송보송해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그 다음 날엔 국립중앙박물관에 놀러 갔어요. 높이 10미터의 괘불(초파일 등 큰 규모의 야외 법회가 열리는 날 내거는 초대형 불화) 실물을 보려고요. 작년에 갔을 때는 대형 스크린에 투사되는 디지털 아트 괘불이 걸려 있었는데, 이번에 청양 장곡사 괘불 실물이 왔다는 거예요! (흥분🤩) 장곡사에서 빌려 6개월간 전시하는 이 괘불은 인공조명 아래에서도 색이 바래기 때문에 2개월간 복원작업을 거쳐 반납하게 될 거라는 해설을 들었습니다. 『박물관 소풍』 원고에 언급된 괘불 복원 현장 모습이 떠올랐어요. 해설사 님이 하나를 말할 때, 두 개를 떠올릴 수 있는 1인이 된 뿌듯함을 덤으로 안고, 7월까지 전시하는 김홍도 풍속화첩을 한참 들여다보고 돌아왔습니다.


지도 앱에 박물관 별표를 찍을 정도로 저의 취미는 박물관 소풍이 돼버렸어요. 박물관 굿즈는 모르겠고, 전시 도록을 욕심내는 그런편집자 취미를 붙든 채요. 

온 시리즈 4권이 온다!

『박물관 소풍: 아무 때나 가볍게』 

🌱 죽순


누가: 『유물즈』, 『아주 사적인 궁궐산책』을 쓴 김서울 작가가

✦ 언제: 7월 10일께에

✦ 어디서: 도서출판 마티에서

✦ 무엇을: 온 시리즈 4권 『박물관 소풍: 아무 때나 가볍게』를

✦ 왜: 사계절 내내 놀러 가기에 박물관만큼 쾌적한 곳이 없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 어떻게: 출간합니다


차례:

들어가며

다도해를 유람하는 기분으로, 국립경주박물관

청자의 속삭임이 들린다, 국립광주박물관

산책과 소풍의 성지, 국립대구박물관

사람의 손길에 윤이 난 물건을 모으다, 국립민속박물관

— 유물 뒤에 있는 사람들

석탑에서 태어난 막내, 국립익산박물관

제주다운 서사로 가득한, 국립제주박물관

나만의 쉴 자리가 있는 곳, 국립중앙박물관

— 뮤지엄? 박물관? 미술관?

화력 조선의 스펙터클, 국립진주박물관

언제나 웃는 나한의 집, 국립춘천박물관

도시를 닮다, 도시를 담다, 서울역사박물관

— 김서울의 동선


✦ 표지, 본문 디자인: 이기준 디자이너

✦ 표지 사진

- 난지도 소풍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 본문 214쪽

- 저고리,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 본문 84-85쪽

🌱죽순
🖤 연희동, 다크에디션커피

마티의 연희동 친구이자 ‘랑랑 순회전’ 1회를 함께했던 라우터가 이름을 바꿨어요.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맛에 맹한 저마저 이 집 커피 맛이 훌륭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단골이 된 지 어언 2년이랍니다.

저의 추천은 단연코 드립 커피. 다크와 라이트 중에 고를 수 있어요. 저는 다크 디카페인을 주로 마시는데요, 갈 때마다 다른 원두를 내려주세요. ‘핫’을 주문하면 커피잔까지 뜨겁게 데워 주시고, ‘아이스’를 주문하면 서버에 얼음 몇 알을 채운 후 내리시는 것 같았어요.(훔쳐봄🌝) 내린 커피를 직접 컵에 따라 주시며 그날 원두의 원산지, 내추럴/워시드 여부, 향미를 알려주세요. 새단장해 문을 열며 오미자차와 구좌당근주스도 메뉴에 추가됐으니 참고하세요.

참, 6월까지는 원두 수급이 불안정해서 평일에 문을 닫더라고요. 주말에는 정상 영업. 찾아가시기 전에  다크에디션커피 인스타그램 프로필 공지를 확인하세요!

덧: 다크에디션커피의 로고도 이기준 디자이너의 작업!


🔈모베
📐삼각지, 엔지니어링 클럽
최근 의외의 이유로 붐비게 된 삼각지에 위치한 독특한 카페입니다. 2021년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지붕에 거대한 핀볼 머신을 설치해 주목을 받았던 건축 설계사무소인 히치(Studio HEECH)가 직접 운영하는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카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치와 가구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높이 조절이 가능한 스탠드, 유리판을 고층 빌딩에 붙일 때 사용하는 중장비를 활용한 가구,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벽걸이 오디오 등등.   
그렇다고 외관에만 멋을 부린 곳은 결코 아닙니다. 이름 들으면 다 아는 유명한 카페 출신의 바리스타가 직접 로스팅하고 내려주는 커피도 단연 수준급입니다. 비슷비슷한 인테리어에 물린 분이라면 기계와 금속의 정교함과 날카로움, 건축가가 직접 만든 귀여운 물건과 장난감이 있는 이곳을 마음에 들어하실 거에요. 

🦈 조스바

⚪ 공덕역, 그로토(grottocoffee)

독특한 오브제로 자주 생각나는 카페입니다. 카페의 입구에 달린 구 모양 조명부터 심상치 않아요. 이곳은 모든 게 동글동글한 세계 같아요. 거울, 등, 유리잔, 도자기 잔, 밀크티와 콜드브루를 담아주는 병도 구체입니다. 내부에는 비정형의 돌로 쌓인 오브제가 자리 잡고 있어요. 갤러리에서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 듭니다. 넓진 않지만 이 다양한 요소들이 카페에 알맞게 자리 잡고 있어 답답한 느낌은 전혀 없더라고요. 테이블이 작아 노트북을 두고 작업을 할 만한 공간은 아니고요, 주말에 커피 한 잔 놓고 쉬다 가기 좋은 곳이에요.


☕ 서촌, 커피 한 잔

간판부터 레트로의 끝판을 보여주는 카페입니다. 펄 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에서 카페 이름을 정하셨나봐요. 입구 작은 간판에 가사가 적힌 것을 보면요. 저는 이곳만 가면 그렇게 편안하더라고요. 세월이 느껴지는 가구와 빈티지한 커피잔이 귀여워요. 알록달록한 가구들 때문인지 심심한 구석이 없더군요. 어딜 가도 붐비는 서울 중심에서 이곳은 나른하고 여유롭습니다. 넓은 공간에서 오는 여유일까요? 여름 낮, 주말이 떠오르는 곳이예요. 흘러나오는 음악은 사장님이 LP로 틀어주시는 것.ᐟ


이번 주 마티의 각주 어떠셨나요?
좋았어요🙂               아쉬워요🤔
책 좋아하는 친구에게
도서출판 마티
matibook@naver.com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01, 2층 (04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