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은 사용 여부도 중요하지만 아니라 사용되는 방향(목적)도 중요하다.


악마의 재능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매력적인 창작물인데 그 창작물이 거의 100%의 확신으로 타인을 다치게 할 수 있을 때 종종 들리는 단어다. 재능 있고 특출한 과학자들의 발견이 때로는 전쟁에 사용되는 핵무기가 되듯이 미래에 그 방향이 틀어지는 것까지 경계하면 좋겠지만, 애초에 작업의 방향을 잘 설정하면 오랫동안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리하게 갈린 칼로 음식을 썰 때 손을 조심해야 하는 것처럼 예리하게 단련된 재능은 사용할 때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특출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 누군가를 상처 줄 생각으로 만든 창작물이 그 자체로 존재해도 되는지 늘 염두 해야 한다. 


낭중지추라는 말이 주머니 속의 날카로운 송곳을 뜻하듯이 송곳이 주머니 속에서 방향을 잘못 잡으면 누구든 다치게 되어있다. 그게 재능을 가지고 당사자가 될 수도 있고 남이 될 수도 있다.


나도 어릴 적에 애매한 재능으로 남을 상처 준 적이 있고, 그 경험을 잊지 않고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재능 있는 사람의 작업물은 타인이 보기에 내포된 의미를 떠나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세상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그 긴 시간 동안 사라지지 않고 타인을 괴롭게 하는 창작물은 굴러다니는 지뢰나 다름없다.


비하가 들어간 작업물, 특정 집단의 선입견을 강화하는 작업은 지양해야 한다. 특히 이미지 작업자라면 관습적으로 과거의 이미지를 답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늘 공부하고 배워서 칼이 쓰이는 방향을 잘 맞춰야 한다.


그 공부라고 한다면 세상에 대한 관심과 공부다.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세상이 돌아가는 일에 면밀한 관찰을 한다. 이 관찰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당장 나가 길을 걸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큰 이슈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지만 내 주변의 이웃의 삶에 귀를 기울여도 따뜻하고 다양한 작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100% 무해한 작업은 없다. 무언가를 표현하다 보면 소외되는 집단이 나오기 마련이고 강조를 하다 보면 선입견을 만들 수도 있다. 너무 평이한 작업물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점이 신경 쓰여서 자꾸 자극적인 주제와 스타일을 찾다 보면 작업자로서의 수명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어쩌다 한번,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줄 수는 있어도 작정하고 누군가를 상처 주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이용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한다.


이번 글은 누군가가 아닌 나에게 하는 조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