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 받을 길이 열릴까
소중한 내 표를 구해줘
경향신문 뉴스레터
2023.03.16. 목요일
독자님, 안녕하세요. 이번 주의 큐레이터 최미랑 기자입니다. 익숙한 것을 다시 보게 하는 기사를 열심히 골라 전하고 있어요.

한동안 선거 얘기가 뜸하지요? 내년 이맘때면 22대 국회의원 선거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 거예요. 선거일이 4월 10일이거든요. 

이 선거의 규칙을 정하는 논의가 국회에서 막 시작되었습니다. 선거제도는 총선이 열리기 1년 전까지 정하게 되어있어요. 다만 국회가 실제로 이 기한을 지킨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하네요.

소중한 나의 한 표가 힘을 못 써 마음 아팠던 기억이 독자님께도 있나요? 그렇다면 바로 지금 관심을 가져보는 게 좋겠습니다.

선거제도 개혁이 왜 필요한지, 앞으로 진행될 논의에서 어떤 점을 눈여겨 봐야하는지를 정치부에서 시리즈 기사로 준비했어요. 오늘 그 첫 번째 기사를 전해드릴게요. 

지난 총선 때 굉장히 불쾌한 일('위성정당' 사태🤬)이 있었는데 '뭐였지'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한 독자님께도 추천합니다. 약 3분 분량입니다. 
☑️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달 말까지 선거제도 개편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유권자의 실제 지지율보다 훨씬 높은 비율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 독과점 문제를 개선하는 게 선거제 개편의 주요 목표다.

☑️ 서울과 수도권 인구가 늘어나는 반면 지역 인구는 계속 줄면서 지역 거주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를 만드는 일도 시급해졌다.

☑️ 셈법이 각각 다른 여러 정당과, 의석수를 늘리는 데 부정적인 국민 여론을 잘 모아 합의점을 도출하는 어려운 과제가 국회 앞에 놓여 있다. 
'한 표의 가치'를 동등하게 만드는 법
2023. 03. 13. 조미덥·문광호·김윤나영 기자
제20대 대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해 3월 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사전투표 모의시험에 나선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도장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혁이 다시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1박2일 워크숍 등 논의를 거듭해 2개 최종안을 추릴 예정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달 말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열어 4월까지 선거제도 개편안을 결정하겠다고 벼른다.

개혁의 핵심은 비례성 확대와 양당제 폐해 극복이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로 인한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의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어렵게 채택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출범으로 빛이 바랜 상황에서 21대 국회가 비례대표 확대, 지역주의 완화 등 개혁과제를 담아낼 선거제 개편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이 정당 지지율보다 훨씬 높은 의석 비율을 독과점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한국의 뿌리 깊은 지역주의와 승자독식 제도로 인한 정치 양극화 문제를 개선할 필요도 제기된다.

여기에 지역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 대표성 확보도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당장 2020년 총선에서 거대 양당의 ‘꼼수’로 지적받은 비례대표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선거제도 개편은 필수적이다. 이대로 두면 내년 총선에서 위성정당 문제가 그대로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례성 확대의 긍정적인 사례는 많다. 2004년 정당명부 투표 도입으로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어 기존 정치판을 흔들고 무상급식 등 진보 의제를 이끌었다. 뉴질랜드는 1993년 소선거구제에서 연동형 비례제로 바꾼 후 마오리족 등 소수인종 대표성이 증가했다. 1993년 21%였던 여성 의원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60명) 처음으로 남성 의원(59명) 수를 넘었다.

네덜란드나 스웨덴, 독일처럼 선거제도의 비례성이 높은 나라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정치로 흡수해 복지국가로 성장하기에 유리했다는 정치학자들의 분석도 많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3일 국회 선거제도 토론회 발제에서 “트위터에서 상대 정당을 리트윗하는 비율로 국가별 정치 양극화 정도를 조사하니, 한국과 같은 소선거구제·양당제 국가에서 양극화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는 “극우 정당인 영국독립당 의석 비율이 소선거구제인 영국 의회보다 비례제를 적용한 유럽연합(EU) 의회(영국은 현재 탈퇴)에서 크게 높았다”며 “비례제가 진보에만 유리하지 않다. (이념과 관계없이) 다당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2015년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국회에 권고한 바 있다. 한국에서 2020년 시도한 준연동형 비례제는 끝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위성정당 사태로 이어졌다.

영남대 홍은주·박영환·정준표씨가 현대정치연구 2021년 봄호에 발표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정의당은 5석이 아닌 12석, 국민의당은 3석이 아닌 8석, 열린민주당은 3석이 아닌 6석을 얻을 수 있었다. 위성정당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비례성이 확대될 기회를 놓친 것이다.

김 의장은 최근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의 조언을 받아 3가지 선거제 개편 대안을 제시했다. 소선거구 지역구를 유지하고 비례대표 50석을 늘려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가는 안, 소선거구 지역구를 유지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50석 늘려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제를 시행하는 안(위성정당 출현 방지 방안 필요), 인구밀집 지역을 중대선거구로 바꾸면서 지역구를 줄이고 줄어든 만큼 비례 의석을 늘려 권역별 개방형 명부 비례제를 도입하는 안이다.

김 의장은 지난달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선거제도와 5년 단임의 대통령제가 맞물리면서 정치가 극한대립을 되풀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승자독식인 현재의 선거제도를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여론과 의원들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딜레마다. 예를 들어 비례성을 높이려면 비례대표 확대가 필요한데 국민 다수는 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한다. 그렇다고 지역구 의원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자고 하면 현역 지역구 의원들이 반발할 게 뻔하다.

결국 비례성 확대를 위해선 여론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선관위에 따르면 한국 의원 1인당 인구수는 17만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만명보다 훨씬 많다. 의원 수가 늘어야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과 인구가 비슷한 프랑스는 상·하원을 합친 의원 수가 925명, 영국은 1450명이다. 국회에서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의원들의 총세비를 동결한 상태에서 의원 수를 늘리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비례성 확대에 원론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며 “문제는 제도마다 치명적인 약점들이 있기 때문에 국민적 동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민적 공감을 얻으려면 단순히 제도를 바꾸는 것뿐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하는 데 있어 굉장히 민주적이어야 하고 투명성도 보강돼야 한다”며 “정말로 대표성 있는 후보들이 나온다면 의원 정수 확대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의원 정수 확대는 결국 국민적 신뢰의 문제”라며 “세비 동결, 보좌진 숫자 축소, 의원 출석률에 따른 페널티 강화, 정당 보조금 삭감 등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으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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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향은 16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보수정당 후보가 1위와 2위를 모두 차지해온 지역입니다. 여타 정당의 후보는 2위조차 차지한 적 없어요. '비주류'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효능감을 느끼기 몹시 어려운 환경입니다. 

'언제까지 사표를 던져야 하나.' 이런 생각을 독자님도 해보신 적 있나요? 선거가 접전이라고 마음이 개운한 것도 아닙니다. 지지한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떨어지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지했는데 무시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지요.

제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불만족을 줄여나갈 방안이 분명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요.

정치부 여당 반장 조미덥 기자는 여러 차례 선거 보도에 참여했습니다. 선거의 '룰'과 관련해 특히 안타까웠던 게 지난 총선이었다고 해요.

"2020년 총선 때 준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됐어요. 한국에서 소수 정당이 원내에 진출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될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도리어 후퇴하는 안이 돼버렸어요." 

이번에는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김진표 국회의장이 시한으로 내세운 이달 안에 어떤 논의가 이뤄지는지 잘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조 기자는 말합니다.

"좋은 복지제도를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국가들이 대부분 다당제로 운영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대부분 정당 득표율과 실제 의석의 괴리가 작은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어요. 기후위기든, 동물권이든, 젠더든, 지방소멸이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에 대해 나의 목소리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는 무엇일지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정치부 정당팀은 앞으로 더 나은 선거제도를 위해 알아야 할 부분을 세세하게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 연동형? 준영동형? 비례대표제 뭐였더라?

위성정당 사태를 불러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꼭 읽어보세요. 주요 제도의 장점과 한계를 쉽게 설명했습니다. 우리 모두 한 표를 가졌지만, 계산법에 따라 결과는 크게 갈려요.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오는 27일부터 2주간 정치개혁에 대한 난상 토론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이런 자리는 2004년 '국군부대의 이라크 전쟁 파견 연장 동의안'에 대한 토론 이후 처음입니다. 어떤 개편안이 테이블에 올라왔는지 기사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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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최근 장미란 교수의 인터뷰 한 대목을 나누고 싶네요.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무솽솽 선수에게 주눅이 들어있던 장미란 선수는 이듬해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그를 다시 만났을 때 본인의 우승을 위해 그가 각 시도에서 실패해주기를 바랐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러다 문득 부끄러워졌다고 하더라고요.

“무솽솽 선수도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겠어요. 그런데 같은 선수로서 한 선수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실패를 기대하고 있다는 게 부끄러웠어요. 그 때 마음이 바뀌었어요. 그래 무솽솽, 너는 네가 준비하고 땀 흘린 만큼 최선을 다해라. 나는 내가 쏟은 노력만큼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니까. 그랬더니 마음이 편해지고 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장미란 선수는 그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금메달을 땄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순간 그 경기장 안에서 다른 선수의 최선을 응원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요. 우리는 항상 상대방의 실수와 실패를 바랐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으로 모든 승부를 바라보았고요. 운동 경기뿐만이 아니라 모든 삶에서 서로의 최선을 응원하고 실패를 격려해주는 분위기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 시간이었어요."

📝 구독자 헤오라 님께서 점선면 Lite <'복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읽고 이런 이야기를 보내주셨어요. 찾아보니 장미란 교수가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오신 모양이에요. 헤오라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우리 모두의 최선을 응원할게요!

📬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 기업 중 특히 중기업과 소기업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심층 취재를 하면 어떨는지요."

📝 한 구독자님께서 이런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모두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고 있을 텐데, 무척 힘든 게 아닐까 걱정하고 계신 것 같아요. 기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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