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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공현의 투덜리즘
-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설득한다는 건 대단한 일

“네 주장이 그렇게 옳다면, 어디 한번 네 가족부터 설득해 봐라.” 청소년인권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곧잘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부모 등 가족에게 이야기해서 설득할 수 없는 이야기라면 과연 타당한 주장이냐, 뭐 그런 말입니다. 두발자유 이야기였나, 입시경쟁폐지 이야기였나, 청소년 정치 참여 이야기였나, 성소수자 이야기였나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한두 번 들은 게 아니니까 어쩌면 전부 다일 수도 있습니다.(그러고 보니 나이를 어느 정도 먹고 난 후에는 저런 말을 덜 듣게 된 거 같은데요. 어라? 이거 혹시 나이가 적을 때 더 많이 듣게 되는 말인가요? 그러면 청소년 차별적인 인식도 관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저는 제일 먼저 이런 대꾸가 떠오르더라고요. “가족이니까 설득이 안 되는 거 아닌가?” 

‘가족부터 설득해 봐라’라는 말은 가족은 가까운 사람이고, 고로 더 설득하기 쉬울 거라는 가정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그런가요? (누구에게나 가족이 가까운 사람일지도 의문이지만)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 대해 대화나 토론, 설득이 더 어려운 경우를 많이 겪습니다.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기 위해 선명한 비판을 못 하기도 하고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가족끼리는 정치 이야기하지 말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더구나 청소년기에는 부모를 포함해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가족들에게 말이 안 먹힐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나이 어린 청소년이고, 피보호자·피양육자라고 여겨서 내려다보는 문화와 태도가 있으니까요. 또한 청소년에 대하여 친권자가 바라는 대로 살기를 요구하고 열공하여 사회적 성공을 이루길 바라곤 하는 많은 한국 가족의 상황에서는, 사회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 생각의 타당성과 별개로 그 자체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위험도 있습니다. 그럼 ‘(네 생각도 일리가 있지만) 그런 공부에 도움 안 되는 생각은 하지 마라’ 같은 대답을 듣게 될 겁니다. 이렇게 보면 가족이 더 설득하기 힘들다는 것이 경험적 진실 아닐까요? 결국 ‘가족부터 설득’ 논리는 틀린 가정에 기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청소년들이 이 사회와 가족 안에서 놓인 위치와 권력관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도 드러냅니다.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레퍼토리로, ‘평범한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 같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운동을 그만두는 사람으로부터, 대략 ‘우리 거리 캠페인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가는 행인을 봤다. 그 평범한 행인을 설득하지 못하면 운동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소구할 수 있도록 홍보 방법 등을 고민하고 개선하는 것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과제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평범한 사람을 설득해라’라는 생각에는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먼저 이런 말은 ‘평범한, 운동을 안 하는 사람’과 ‘평범하지 않은, 운동을 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구분은 과연 타당한 걸까요? 저항이나 투쟁을 백안시할 수 있는 ‘평범함’이라면 그 자체가 사회의 주류성, 기득권은 아닐까요? 사실 ‘평범한 대중’이라는 범주 안에도 다양한 속성과 삶의 조건과 생각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나요? 가령 눈살을 찌푸리고 간 그 행인이 실은 주말마다 반공 집회에 나가는 극우주의자였다면요? 이런 구분이 오히려 우리가 누구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걸 가로막지 않나 싶습니다.
근본적으로는 다른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평등하고 대등한 존재로 인식한다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설득하여 변화시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성과입니다. 저 사람이 나와 같은 삶의 무게와 사상·생각·입장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면 내가 저 사람을 설득하는 건 커다란 도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회운동을 하면서 우리는 한 사람도 아니고 수백 명, 수천 명, 때로는 수천만 명을 상대로 말을 걸어야만 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누군가를 온전히 설득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 게 더 적절한 것 같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요? 그래서 저는 운동은 저 혼자서 누구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공동으로 힘을 합쳐서 꾸준히 오랜 시간에 걸쳐 이야기함으로써 조금씩 조금씩 사회와 사람들을 설득하고 변화시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럿이 자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제도와 매체 환경이 변화하면, 긴가민가하던 사람들이나 반감을 갖던 사람들도 조금씩 다시 생각해 볼 가능성이 생기겠지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생각이 같은 사람들, 청소년인권을 함께 이야기할 사람들을 모으는 게 필요할 것입니다. 가족이나 지나가는 행인 말고, 함께 운동을 할 동료 활동가들을 조직화하는 게 운동의 첫걸음인 이유입니다.
✊ 지음에서 함께 발표한 입장들 모음 🙌
"(...) 그러나 대통령이 던진 한마디에 혼란과 스트레스를 겪어야 할 학생들의 삶은 결코 한가롭지 못하다. 한국의 교육 제도도, 학생들도 대통령의 생각과 말에 쉽사리 좌우되는 장난감이 아님을 명심하라."  
"열사를 떠나보내며, 양회동 열사가 지키고자 했던 자존심을 곱씹어 생각해봅니다. '무리하게 시키는대로'가 아니라 '천천히 정석대로'라는 원칙과 기준이 있는 일터를 만들었다는 자부심, 폐기물이 아닌 인간으로 존엄을 함께 지키는 관계를 만들었다는 든든함, 건설노조의 일원으로서 양회동 열사가 가졌던 긍지를 기억합니다."
"국가에서 아동의 출생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면, 이번에 밝혀진 수원의 영아살해 사건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사안은 다자녀 가구로서 경제적 어려움이 비극의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지자체에서 아동의 출생을 알았다면 적절한 지원을 통하여 비극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후기] "보호는 필요없다!" 버스 타고 찾아가는 외국인보호소 폐지 문화제에 다녀왔어요💥


지음은 6월 23일, '외국인보호소 폐지를 위한 물결(IW31)'에서 준비한 <버스 타고 찾아가는 외국인보호소 폐지 문화제>에 참여했습니다. (...) 지음은 왜 외국인 보호소 폐지를 위한 행동에 함께했을까요? 외국인 보호소는 그 이름은 '보호소'인데, 실상은 자유를 박탈하는 감금이고 고문도 일어나는 곳입니다. 미등록 이주민과 난민을 '불법'이라고 명명하며 결국 강제로 내쫓기 위해 운영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어린이·청소년이 겪는 폭력과 억압이 '보호'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되어 있다는 점을 떠올리며 국가는 언제 '보호'를 사용하는지, 그 '보호'가 누구에게 유리한지를 다시 질문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외면하는 존재, 폭력과 차별을 겪어야 하는 삶이 당연하다 여겨지는 존재, 시민이자 이웃의 자리에서 배제된 존재가 있다는 점을 새삼스레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 사진: IW31 상환 

[후기] "그래도 무지개는 뜬다!"

서울시 차별행정 규탄 행동과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어요!

 

지음은 7월 1일, “그래도 무지개는 뜬다!” 소수자 배제하고 광장을 막는 서울시 차별행정 규탄 기자회견과 서울퀴어문화축제 및 행진에 참여했습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 함께 모여 현수막에 메시지도 쓰고 발언도 하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흩어진 서로를 찾기도 하며(?)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거리에서 만나 반가웠습니다! 난다 상임활동가의 규탄 발언 내용도 공유합니다.


💬 " (...) 예전부터 청소년 보호, 교육 목적이라는 핑계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명분을 가지고 옵니다. 그러나 이는 청소년들을 위한 게 아닙니다. 청소년들을 일부 비청소년들의 입맛에 맞게 가르치고, 하나의 길만을 강요하려는 욕망일 뿐입니다. 마치 청소년들에게 교복을 강요하고 머리카락을 단속해서 자기들이 생각하는 ‘학생다운 모습’에 끼워맞추면서 그걸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선도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는 학교의 모습과 같습니다. (...)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차별받지 않을 수 있는 사회와 학교를 만드는 게 차별과 혐오에 지친 청소년들을 회복시키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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