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쉬어가는 느낌의 레터를 준비했어요. 지난 레터 35화에서 각자 책상 사정의 핑계를 이야기하고 있을 때, 디자이너 가내수공업자님은 미국에 계셨어요. 안식 휴가를 다녀오셨거든요. 가내수공업자님은 쇼핑을 무척 좋아하신다고 합니다. '가내수공업자의 장바구니'를 정식 코너로 등록해달라는 오월의봄 내부의 성원이 있을 정도로요! 그럼, 오늘 살짝 미국 장바구니를 맛보기 해볼까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담겨 있어요. 참, 가끔 피드백 코너에 '출판단지'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하셨던 분이 계셨는데, 오늘은 출판단지에서 발견한 재밌는 곳을 먼저 소개해드릴게요. 36화, 시작합니다!
가내수공업자의 미국 쇼핑기
🇺🇸 가내수공업자  

4월 8일부터 23일까지 보름간 미국으로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물가가 살인적이고 (특히 뉴욕) 환율이 오른 이 시점에 왜 미국이었느냐하면, 코로나로 미뤄졌던 LA에 계신 할머니의 구순 잔치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출발하기 전날까지 인쇄 감리를 봐야만 했던 조마조마한 일정이었지만 구순 잔치 참석과 여행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 글은 돌아오는 15시간의 비행에서 뭘 할 거냐며(주는 대로 먹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휴가 가는데 글이라도 쓰라는 회사 동료들의 압박으로 작성하게 된 미국 쇼핑 기록입니다.

 

저는 사실 쇼핑을 무척 좋아합니다. 선물하는 것도 너무 좋아요. 돈 버는 건 힘들어도 돈 쓰는 건 왜 이리 쉬울까요.ㅠㅠ 여행 내내 환율을 계산해 볼 때마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미국의 물가였는데요. 음식점에서의 식사 비용은 정말 상상 초월이었어요. 뉴욕에서 제 생애 가장 비싼 삼겹살을 먹었거든요. 물론 맛은 있었습니다만, 한국에서 먹는 가격의 꼭 여섯 배였습니다. 그래도 여행할 수 있게 우리 둥이(강아지)와 우리 밤이(고양이)를 돌봐준 고마운 회사 동료들에게 줄 선물과 쇼핑은 포기할 수 없었던 저는 미국에서 코스트코와 트레이더 조 그리고 기념품숍들을 신나게 훑었습니다. 어떤 것들을 샀는지 보여드릴게요.

at 코스트코(COSTCO)
: 파스, 감기약, 멜라토닌, 눈약, 관절약, 피스타치오. (타이레놀 실종)
at 트레이더조(Trader Joe’s)
: 또띨라칩(스낵부분 1등), 버터아몬드쿠키, 캔디드피칸, 초콜렛프레첼, 체리초콜렛, 초콜렛, 훈제파프리카가루, 비누, 자몽향캔들, 껌, 초콜렛쿠키스틱, 초콜렛바통와퍼쿠키, 수분크림, 갈릭솔트, 어니언솔트,
에브리띵베이글세서미, 핸드크림, 아르간오일, 레티놀세럼, 민트사탕
스트랜드 서점(The Strand Bookstore) 굿즈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굿즈
미국 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굿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굿즈
강아지고양이를 위한 선물  

위의 것들은 다 제가 원해서 산 것이었는데요. 정말 어쩔 수 없이 구매하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래의 구두예요. 할머니의 구순 잔치를 편히 참석하려고 생각했던 저는 원피스 한 벌과 여행 내내 신을 편한 샌들이면 되겠거니, 하고 구두를 챙기지 않았어요.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구순 잔치는 생각보다 격식을 차려야 했고, 잔칫날에 부랴부랴 한인타운에서 구두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LA 한인타운의 쇼핑센터가 제 눈에는 마치 90년대 아케이드 상가 같았어요. 구두 가게는 슬프게도 동네 양품점 같았고요. 하지만 〈스티븐 매든〉이나 〈나인 웨스트〉를 찾아갈 짬이 없었고, 저는 제 생에 처음 꽃무늬 디자인의 굽이 달린 이 구두를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 마이 갓. 그렇지만 이 구두를 신고 꽃꽂이(미대 졸업자의 숙명)와 심부름을 해내고 잔치도 무사히 마쳤고··· 자꾸 보니 뭔가 귀여운 것 같기도 합니다. 과연 또 신을 수 있을까요? 그럼, 이만 가내수공업자의 미국 쇼핑기를 마칩니다.

▴ 문제의(?) 구두
파주출판단지에 와보신 적이 있나요? 오월의봄 사무실은 출판단지 내에 위치해 있어요. 5월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출판단지에는 어린싹이 막 돋아 바람이 불면 가을의 그것과는 다른 소리를 샤아악-하고 내는 아름다운 때입니다. 습지를 따라 쭉 걷다 보면 출판사들의 간판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고요. 널찍한 카페나 책을 읽을 공간들도 많답니다. 그러나 이곳에 가끔 친구들을 데려오면 꼭 하는 말이 있어요.
(1) "와, 너무 좋다! 근데 밥은 어디서 먹어...?" (2) "와, 너무 좋다! 근데 여기서 뭐 하고 놀아...?"
얼마 전 2번 질문에 답변할 말이 생겼어요. 출판단지 초입에 생긴 도자기 스튜디오(@beachbound_kr)를 발견했거든요. 꽤 넓은 작업 공간이 있어서 이곳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들을 수도 있고, 쇼룸처럼 물건이 진열되어 있기도 해 간단한 선물을 사기에도 좋답니다. 무엇보다 (예쁘고) 실용적인 컵, 접시, 향꽂이 같은 아이템들이 많아요. 클래스에서는 내가 원하는 물건을 만들 수 있어서 저는 칫솔꽂이 1개와 저희 집 강아지 간식 그릇을 만들었습니다. 물레를 이용하지 않고 핸드빌딩으로 만들었는데, 흙을 조몰락거리기도 하고 주먹으로 치며 만들었더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더라고요! 가끔 퇴근하고 흙 치러(?) 가야겠어요! 근처에 계시다면 이 계절이 끝나기 전에 천천히 걸으러 오셔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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