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여성가족부에서 <#설명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미지 하나를 업로드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법적 가족 개념 정의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실질적 지원에 방점을 두겠습니다'
두꺼운 글씨로 이렇게 적혀있었어요. 이는 여성가족부가 비혼 동거 커플이나 아동학대 등으로 인한 위탁가족도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의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 조성에 초점을 두고, 가족유형에 따른 차별 해소 및 다양한 가족 구성의 선택에 대한 권리보장'에 관한 입장을 번복하였다는 데에 받는 비판에 낸 설명문이었습니다.
'가족' 정의규정에 대한 입장을 현행 유지로 변경하는 것이 사실혼 및 동거가족을 정책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라고요. 하지만, 실질적 지원이 어려운 이유는 법적 규정 때문입니다. 호소 앞에서 법이 핑계가 될 때가 많은데, 이것이 변하지 않는다면 어떤 방식으로 실질적인 변화와 구현이 일어난다는 것일까요? 협소한 가족규정 때문에 소외당하고 누락되는 관계들이 넘쳐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소모적 논쟁'이 아닌 필요한 논의죠. 이번 신간 『가족을 구성할 권리』는 가족상황 차별을 해소하고 시민적 유대가 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이 책의 저자이신 가족구성권연구소의 대표 김순남 선생님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아요. 아래로 오세요! ↓↓↓
🔴 가족을 구성할 권리 저자 인터뷰 🔵
혈연과 결혼뿐인 사회에서 새로운 유대를 상상하는 법,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출간되었습니다. 가족구성권연구소 김순남 대표가 쓴 이 책은 그의 첫 단독저작이자, 시민권으로서의 가족구성권을 다루는 첫 책이기도 합니다. 한국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한 가족변동을 겪고 있고, 이에 따라 정상가족을 질문하는 책에서부터 생활동반자법과 같은 법적 논의를 다루는 책, 그리고 다양한 가족형태를 가시화하는 책들까지 여러 중요한 책들이 출간되었는데요. 이 책 또한 그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놓여 있으면서도, 앞서의 논의들을 모두 아우르는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클 듯합니다. 가족을 저항의 언어로 삼자는 김순남 저자의 요청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볼까요?
드디어 가족구성권을 다룬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출간 소감과 함께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드디어 가족구성권을 주제로 책을 출간하게 되어 너무나도 기쁩니다. 이 책의 출간을 먼저 제안해주시고, 또 이렇게 출간된 데는 기존의 가족이 아니라 새로운 유대를 찾고자 하는 시민들의 삶이 더 이상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나의 삶에서, 이웃과 지역사회에서 체감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저는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고, 성공회대학교 젠더연구소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오랜 시간 저는 기존의 폐쇄적인 가족이나 정형화된 관계성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고 유대할 수 있는 세계를 꿈꾸면서 새로운 친밀성 정치를 연구해왔습니다. 그 연구와 활동의 연장선에서 가족구성권연구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고, 이 책은 그러한 활동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이 시작된 게 2006년이었고, 연구소로 전환한 게 2019년이었지요. 당시 가족구성권연구소 창립 심포지엄이 정말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연구소 전환의 계기는 무엇이었고, 가족구성권연구소에 대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은 어디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희가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었고, 2006년 결성부터 느리게 함께 활동하는 단체였기에 사실 연구소로의 전환을 깊이 고민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2015년, 사회통계조사 결과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응답이 50%를 넘고, 페미니즘운동이 대중적인 흐름으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1인가구가 증가하고 등등 가족제도 안의 급격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지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매우 공고했고, 비혼이나 한부모, 성소수자 등의 관계성은 예외적인 집단의 이슈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는데, 201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과연 정상적인 가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대두되는, 사회적으로 매우 급격한 가족변동과 친밀성의 변동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변동을 목격하면서, 혈연과 결혼을 넘어서 다양하게 의지하고 유대할 수 있는 권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문제 또한 시급하다고 여겨졌고요. 예를 들면, 가족을 협소하게 규정하는 「건강가정기본법」이나 「민법」의 가족규정을 폐지하는 저항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생존의 책임을 전가하는 폐쇄적인 가족주의 자체를 바꾸기 위해 저항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가족제도를 벗어나는 시민들의 삶이 더 고립되고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을 가족구성권연구소로 추동한 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논의를 저희 워크숍에서 하고 연구소 전환을 결정했는데, 연구소 개소식에 그렇게나 많은 시민들이 모일 줄은 몰랐지요. 2019년 1월 24일에 개소식을 했는데요, 그날 정말 큰 강당을 사람들이 가득 채워서 많이 놀랐습니다. 사실 그날이 많은 페미니스트 활동단체들이 총회를 하는 날이었기에 저희는 참석자가 그다지 많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뜻밖에도 많은 시민들이 가득 강당을 채워주었고, 엄청난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뜨거운 분위기는 가족을 시민권의 언어로,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삶에 대한 열망으로, 그리고 사회적인 불평등이 교차하는 제도적인 실체로 가족을 인식하는 감각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날의 개소식 이후 정말로 ‘폭발적으로’ 쇄도한 인터뷰와 강의와 활동들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가족구성권’을 낯설게 느낄 분들이 많을 듯합니다. 그간의 활동과 책의 주장에 따르면 가족구성권이 비단 ‘원하는 가족을 구성할 권리’만을 의미하는 용어는 아닌데요. 가족구성권이 무엇이고, 연구소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간략히 설명해주신다면요?
가족구성권이라는 말이 왜 이토록 낯설까, 그리고 왜 많은 곳에서 여전히 가족구성권연구소를 가족구성’원’연구소로 소개할까, 고민입니다. 이런 상황 자체가 한국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나 생각하기도 합니다. 가족을 권리의 이름으로 사유하는 게 낯설다는 건, 우리에게 아직도 가족이 출생부터 죽음까지 똘똘 뭉쳐 그 안에서 생계를 책임지고 돌봄을 주고받아야 하는, 인생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회이다 보니, 혈연가족을 넘어 시민으로서 충분히 돌봄을 주고받고 상호의존하는 다양한 관계를 인정하고 생존을 기존 가족관계 안으로 일임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가족구성권을 시민권의 영역으로 정치화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구성권은 “다양한 가족의 차별 해소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가족ㆍ공동체를 구성하고,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로 정의될 수 있는데요. 가족구성권이라는 의제로 처음 활동을 시작한 시점은 현 가족구성권연구소의 전신인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이 결성된 2006년부터입니다. 당시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이 주도한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 대한 문제 제기는 호주제폐지운동을 통해 부계혈통중심의 절대적인 지위가 사라진 상황에서도 여전히 가족을 혈통중심으로 바라보는 인식, 그리고 ‘정상가족’과 ‘위기가족’이라는 구도 속에서 ‘이상적인 시민’과 아닌 시민을 구분하는 가족제도에 개입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은 결성 당시부터 현재까지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장애여성공감, 비혼운동단체인 언니네트워크, 퀴어/페미니즘 연구자들이 주축으로 활동해왔어요. 이는 가족제도가 정상가족, 정상신체, 정상국가 만들기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제도가 권장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정상가족’이 결국은 ‘정상시민’과 연결되어 있다는 말씀인데요. 책에서도 바로 그 때문에 가족이 결코 가족 '안'의 문제가 아닌, 철저히 가족 '밖'의 문제라고 지적하셨지요.
현재 법에서는 남녀 간의 결혼이나 혈연을 중심으로 ‘가족의 범위’를 정의합니다. 이렇게 협소하게 가족을 규정하는 사회에서는 경제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상호의지하는 다양한 관계들이 누락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는 ‘어떤 관계가 가족이냐’가 아니라 개인들이 맺고 실천하는 삶의 단위, 돌봄 단위, 유대를 만들어가는 생활공동체 단위를 중심으로 어떻게 상호의존의 관계망을 존중하고 지원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 책은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여전히 남녀 간의 결혼과 혈연으로 협소하게 가족범위가 정해진 사회, 국민의 ‘의무’로서 출산과 결혼을 규정하는 「건강가정기본법」을 제정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저항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국가가 이성애 결혼-출산-돌봄으로 생애정상성을 기획하면 할수록 여성들의 돌봄노동은 주변화되고, ‘퀴어한 존재’들은 생산적이지 않고 문란하며 따라서 중요하지 않은 삶과 관계로 배치됩니다. 정상가족 만들기가 정상시민 만들기라는 건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 이러한 지점에서, 저항의 언어로 가족을 사유하고 가족구성권을 실현한다는 것은 사회를 다시 만들기 위한 주요한 정치적 의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책에는 장애여성 1인 가구, 동성커플 2인 가구, 친구관계 3인 가구, 주거공동체 내 3인 가구 등 '나'로서 살고자 기꺼이 '불화'를 택한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데요. 이 책이 제시하는 문제의식에 기반해 실제로 나름의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해나가는 이들의 생동함이 전해져서 참 좋았습니다. 직접 그 목소리를 들은 소감은 어떠셨나요?
이 책에 나오는 연구참여자분들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저 또한 실제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실천하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엇보다, 개인의 생애에서 우연적인 만남들이 삶의 사건이 되면서 서로의 삶에 중요한 사람으로 변화되는 그 과정이 저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이야기들이었어요. 책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의 많은 부분 또한 함께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서로 협상하는 과정들, 그리고 원가족과 다르게 관계에서 생기는 ‘트러블’이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어쩌면 서로 의존한다는 건 ‘트러블’을 마주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정해진 가족규범과의 불화라는 퀴어가족정치의 핵심이 실제 시민들이 서로 섞이고 서로에게 폐를 끼치는 삶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가족제도 안에서의 불평등을 가장 먼저 체감하며 가족제도와 불화하면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모색해온 존재들로 '퀴어한' 이들에 주목한 점도 인상 깊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앞에서도 잠깐 언급하셨듯 퀴어가족정치라는 선생님만의 정치학으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퀴어가족정치가 무엇인지, 간략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이 책에서 주목하고 주장하는 퀴어가족정치는 책 전반을 관통하는 것이자 저의 세계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퀴어가족정치의 핵심은 기존의 가족규범을 변형하고 해체하는 데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가족정치가 기존의 성별이분법을 해체하는지, 시민적 유대와 돌봄을 확대하는지, 위계적인 관계의 문법을 해체하는지에 주목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 책에서도 또 다른 친밀성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난잡한 친밀성’의 정치를 주장하며 시민들이 이미 맺고 있는 다양한 유대를 가시화하고자 했고, 이상적인 시민과 아닌 시민을 구분하는 인구정책을 중심으로 논의를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의미화하고자 했던 퀴어가족정치의 핵심은 사회적으로 중요하지 않고, 쓸모없고, 생산적이지 않다고 간주되는 시민들(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가난한 시민 등)의 삶과 관계가 결코 ’뒤처진 삶과 관계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들은 자신으로 살고 자신으로 연결되고자 ‘이미 앞서서’ 비균질적인 삶과 관계성을 실천한 존재들이에요. 우리가 차이를 가진 존재로서 서로 섞이고 연결되는 ‘오염된 공동체’를 지향한다고 할 때 방향을 제시하는 이들이 바로 이들입니다. 이성애규범적인 가족중심 시민모델을 넘어 상호의존의 생태계를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바로 이 ‘뒤처진 삶과 관계’로 여겨졌던 이들의 삶과 실천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러다 책 이야기를 다 해버리면 안 되니까요. 인터뷰는 이쯤에서 마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우리에게는 자유롭게 유대할 권리가 있다!” 책의 뒤표지에 적힌 이 말이 제가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상황으로 인한 차별을 해소하는 차별금지법 제정부터 너무도 절실합니다. 현재 한국사회는 고립, 단절, 위기라는 말이 전례 없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고, 가족변동 속에서 발생하는 외로움과 빈곤 등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보는 신자유주의적인 시각 또한 공고합니다. '취약가족', '위기가족'이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사회에서 '위기'는 이상적인 가족을 갖지 못한 개인의 문제로 쉽게 축소되곤 합니다. 자유롭게 유대할 권리가 부재한 사회에서 고립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겠지요.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유대에 기반한 ‘오염된 공동체’를 상상할 수 있기를 꿈꿔봅니다. 감사합니다.

랄프 왈도 에머슨 선집 『자연』에는 자연이 주는 기쁨을 나열한 뒤 이런 말을 덧붙인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이 즐거움을 만들어 내는 힘이 자연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속에 혹은 둘의 조화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중략) 자연은 언제나 영혼의 색을 지니고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시나요? 자연에 대한 경이 혹은 경멸감, 장대함…. '모든 것은 너의 마음에 달렸노라' 그런 재미없는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제가 요즘 느끼는 건 자연은 볼 때마다 정말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이에요. 환절의 요즘이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정말 그들은 영혼의 색을 지니고 있어서일까요? 한번 거리를 걸으며, 숲으로 떠나며, 땅을 발로 치대며 상상해보세요. 오늘은 자연에 대한 책을 이야기해볼게요.
크리스탄 굴리 지음, 김지원 옮김

'우리 주변에 널린 자연의 신호와 단서들을 알아보는 법' 이 책의 부제인데, 저는 이 문장에 매료되어 책을 골랐던 기억이 나요. '널린' '신호' '단서' (!!!) 이걸 읽는다면 내가 알아챌 수 있는 신호가 세상에 널렸다! 그럼 내가 보는 세상이 더욱 근사해지는 건가? 이런 기대감으로 이 책을 시작하실 수 있어요. 땅의 흔적, 산책에서 볼 수 있는 식물뿐 아니라 밤이면 누릴 수 있는 달, 야간 산책, 우리가 모르던 동물의 소리들을 거리, 높이, 각도, 문양, 너비, 빛, 찰흔, 자취 등을 통해 섬세하게 설명합니다. 담쟁이덩굴의 뿌리는 빛의 반대편으로 자라므로 북쪽을 가리킨다는 사실, 달을 이용해 시력검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 현무암은 지의류에게 상냥하다는 사실… 모두 제가 이 책을 통해 알게된 것들이에요. 여기서 알게 된 사실들로 거리를 쭈욱 걷지 못하고 주춤하게 되는 건 아니니 걱정 마세요. 그것보단 어느 날 내가 무엇을 보게 될 때, 갑자기 떠오르는 순간들이 생기거든요. 
김진욱, 소지현 지음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왜 '극한' 식물이지? 궁금했던 저는 서문을 읽고 가슴이 뛰었어요. 39층 건물 높이로 자라나는 식물부터 땅에 600km에 달하는 뿌리를 내리는 식물, 43kg의 열매를 맺는 식물까지. 정말 말 그대로 '극'이구나! 이들이 퇴화하고 극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식물이 '생(生)'존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목차를 읽으시면 궁금증은 더 증폭될 거예요. '극한'에 맞추어 빠르거나/느리거나, 오래되거나/최신이거나 이런 식인데 분류가 명확할수록 마음이 편안해질 때가 있잖아요? 이제 쭉 따라가기만 하면 돼요. 글을 읽는 맛도 있어요. 'OO식물의 잎은 양배추처럼 먹음직스럽고 크게 자라는데, 식물 전체에 독이 있어서 생으로 먹으면 안됩니다' 같은 설명의 다음 문장은 '이 식물의 꽃말은 "내버려 두세요"입니다' 이런 식이에요. 눈길을 확 사로잡는 형형색색의 일러스트와 사진들도 포함되어 살면서 가까이 누릴 수 없을 뻔했던 식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답니다. 역사와 계보는 단지 증명해야 할 때 이외에도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잖아요. 이름의 유래나 현재 자리 잡게 된 서식지 같이 이 식물을 지금 우리가 알아볼 수 있기까지의 끈들도 단단히 연결되어 있어요.
캐럴라인 줍 지음, 메이 옮김, 캐럴라인 아버 사진

사실 이 책은 '자연' 그 자체에 관한 책은 아니에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버지니아 울프가 22년간 살았던 몽크스 하우스와 그 정원을 주제로 한 책이거든요. 울프 부부가 몽크스 하우스를 발견한 1919년부터 현재까지 그곳 정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려줍니다. 1980년 이후 몽크스 하우스를 소유, 관리하고 있는 내셔널트러스트의 세입자로 들어간 캐럴라인 줍이 썼고요. 그러나 아름다운 정원 속에 속속들이 피어있는 식물들과 엮인 일화들 속에서 찰랑대는 울프의 초상을 함께 만날 수 있어요. 과수원과 연못, 테라스 그리고 향기제비꽃, 튤립, 수련, 금붕어, 잉어들을 조명하며 그들이 어떻게 버지니아 울프의 삶에 깃들어 있었는지 궁금하시다면 펼쳐보세요. 내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생생한 사진과 문장이 정원으로 잘 안내해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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