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각, 우크라 난민 현장에서 전합니
2022. 10. 12

✉️ 몰도바에서 전하는 인턴의 편지-2

네 번째 편지 
- 신소연 인턴

안녕하세요.

피스윈즈코리아 인턴 신소연입니다.


10월 2일에는 루마니아 국경 근처의 대학교 기숙사 난민 피난소에 방문했습니다. 사무실 안에 붙어있는 난민 어린이의 그림은 그들이 심리적으로 얼마나 불안한지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4월, 오데사에서 넘어온 한 가족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스벳라나(Svetlana/55세)씨는 남편 유리(yuri/60세), 4학년 셋째 아들 바그담(Bagdam/10) 그리고 두 언니와 함께 루마니아 국경 근처의 피난소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오데사에서 공습경보음이 하루 내내 울려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바그담은 몸이 안 좋아 하루 중 대부분을 침대에 누워 지내고, 우크라이나 내 학교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을 듣습니다.

 

스벳라나씨는 다리가 아파서 움직일 수 없었는데 의사가 방문해 친절히 대해준 일을 고마워했습니다. 사람들이 이곳에 방문해서 무언가를 주고 가는 것도 고맙고, 본인의 상황을 들어줘 고맙고, 모든 것이 고맙다고 했습니다.

 

스벳라나씨는 저희를 위해 초콜릿(몰도바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하며)과 젤리와 콜라 등 여러 다과를 나눠줬습니다. 자신의 것을 남에게 베풀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기꺼이 나누는 모습에 더욱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블라디미르 목사님이 운영하는 고아원에 방문해 식료품과 생필품을 전달했습니다. 전쟁으로 사회복지시설로 가야 할 예산이 난민에게 돌아갑니다. 국가는 자국민에게 지원해 줄 수 있는 예산이 없습니다. 몰도바는 주변국과 협력하여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유치를 원하고 있습니다. 국민소득은 낮고, 물가는 오르고 난민은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습니다. 다들 이번 겨울엔 지금의 몇십 배에 해당하는 난민이 유입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자국민도 지원하기 힘든 나라에서 조건 없이 난민을 받는 상황이라니 세상은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고아원에는 온종일 누워있는 아이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 소년에게는 할아버지가 있었지만, 또 다른 손자를 보살펴야 해서 소년을 고아원에 맡긴 겁니다. 한 사람의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전쟁.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 정말 원망스러웠습니다.

 

10월 4일에는 블라디미르 목사님과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가져갈 물품을 구매했습니다. 한 번에 80명분의 물품을 사는 일도 쉽지 않지만, 이 많은 물자를 키시나우에서 오데사까지 전달하는 블라디미르 목사님을 보노라니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목사님의 노력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피난소 아이들을 위해 한국에서 스케치북과 크레용을 구해 몰도바로 가져왔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리고 싶은 것 아무거나 그려봐”라고 했더니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친구라는 그림, 우크라이나 국기 색을 사용한 그림 등 다양했습니다.

 

한 아이가 우크라이나의 집과 아버지를 그렸는데, 우크라이나에 있는 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 아이에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버지가 어떤 상황에 부닥친 건지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습니다. 보고 싶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혼 전 임신한 상태로 오데사에서 키시나우까지 오게 된 테이샤(Teysha/29세/우크라이나), 바벡(Vavec/30세/아제르바이잔) 부부가 2개월 된 아미나(Amina/1세)와 함께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둘은 만난 지 2년 반 정도 되었는데 결혼을 앞두고 임신 사실을 알았습니다. 갑자기 전쟁이 터졌고 눈앞에서 미사일 폭격이 일어났다고 했습니다.

 

그때 가진 돈을 다 털어 몰도바행 버스를 탔는데 버스가 너무 좁았다고 얘기했습니다. 테이샤가 임신한 몸이라 이쪽으로 오는 동안 병원이 없어 불안했고, 법적으로 아직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바벡이 법적으로 지켜줄 수 없다는 사실을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테이샤에게는 이미 아이가 둘이 있었고 바벡은 테이샤와 두 아이, 배 속 아이까지 지키기 위해 옆에서 지치지 않게 얘기해주고 도와주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법적으로는 아버지가 아니었지만, 법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는 아버지였습니다.

 

부부는 무사히 몰도바에 도착했고, 병원도 있고 법적 서류도 제출하고 결혼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피난소에서 삶이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피난소에서 필요한 물품을 지원해주고, 서류 준비를 도와줘 결혼식까지 할 수 있어 고맙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에 돌아가고 싶다고 합니다. 전쟁이 어서 끝나 이들이 우크라이나에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여기에 있는 동안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습니다. 얇은 티셔츠만 입고 다니던 사람들이 하나둘 겉옷을 입고 몇몇은 패딩도 꺼내입습니다. 몰도바가 지금부터 4월까지 춥다고 하니 1년에 절반은 추운 계절입니다. 추운 계절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전쟁까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 얼마나 두려울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오늘 저녁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몰도바에 있는 동안 과거와 현재 상황,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듣고 배웠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현지 난민 상황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 또 어떤 지원을 해줘야 몰도바에서 만난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될지 고민하고 또 행동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소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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