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나이키 앱 론칭 2.에이블리 미래 전망
 2023.03.29 23-012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이러니 나이키가 D2C 장인일 수밖에요
  02 에이블리, 너 정말 괜찮은 거니?
  03 뉴스 TOP5 - '아디다스의 나이키 따라 하기'

   

이러니 나이키가 D2C 장인일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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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경기만큼 눈에 들어왔던 건

지난주와 이번주,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첫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이 2차례 열렸는데요. 경기장 보드 광고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나이키의 앱 광고였는데요. '너만을 위한 나이키 앱, 나이키'라는 문구가 계속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2가지 의문점이 들었는데요. 나이키 앱이 원래 있었던 것인가. 그리고 왜 나이키는 도대체 저 비싼 광고판에 앱 다운로드를 홍보하고 있을까였습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보니 나이키 앱은 지난 3월 17일에 국내에 공식 출시 되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그 이전에는 나이키 관련 앱은 운동 및 피트니스 관련된 것만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렇기에 국내에선 드로우 및 구매를 진행하려면 나이키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방법 외엔 대안이 없었습니다. 다만 해외에서는 앱이라는 선택지가 존재했고요. 편의성 측면에서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작년부터 많은 이들이 앱 출시를 기다려 왔다고 합니다. 나이키 역시 작년 4월부터 나이키코리아와 나이키 글로벌의 계정을 통합 운영하며 론칭을 준비해 왔고요.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출시된 나이키 공식 앱. 론칭 초기부터 나이키는 상당히 공격적인 홍보 전략을 펼쳤는데요. 나이키가 이처럼 앱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건, D2C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채널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나이키는 아마존 등 플랫폼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효율적으로 재고를 관리하기 위해 D2C로 판매 전략을 선회하고, 무엇보다 디지털 채널에 많은 투자를 해왔는데요. 이에 따라 직영 디지털 매출 비중은 2019 회계연도 4분기 말 9%에서 2023 회계연도 3분기 기준으로 27%까지 성장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앱을 비롯한 디지털 채널 운영 노하우도 쌓여왔고요. 한국에서도 드디어 그동안 모아 온 기를 사용할 때가 온 겁니다.

아니 이건 정말 적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출시 직후 나이키 앱이 받은 성적표는 어땠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주 완벽했습니다. 모바일인덱스 INSIGHT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나이키 앱의 일평균 방문자 수는 불과 출시 1주일도 안돼서 최고 16만 명까지 치솟았고요. 이는 영원한 라이벌 아디다스는 물론이고, 주요 스포츠 브랜드 중 가장 디지털 전환에 앞서 있다던 뉴발란스 공식 앱 대비해서도 압도적인 실적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엄청난 성과는 나이키가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앱 탐색 경험을 세심하게 설계했을 뿐 아니라, 전사적인 마케팅을 통해 트래픽을 몰아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데요. 사실 자사몰이나 앱을 출시하는 브랜드는 보통 개발과 구축만 잘하면 끝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채널이 흥하려면 구매 경험이 매끄러워야 하는 건 당연하고, 고객이 낯섦을 감수하고도 찾아올 이유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나이키는 앱 출시 이전부터 앱 전용 상품을 별도로 준비하였고요. 관심 상품에 대한 단독 및 우선 구매 혜택, 이벤트 및 커뮤니티 활동 등 다양한 콘텐츠로 앱을 다채롭게 채워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리 잘 준비하더라도, 막상 고객이 모르면 찾아올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걸 아는 나이키는 고객들이 앱을 인지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액션도 병행하였습니다. 앞서 서두에 언급한 축구 경기장 홍보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고요. 3월 22일에는 534만 명이라는 막대한 친구 수를 보유한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앱 다운 유도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이날 바로 16만 명이라는 DAU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전환도 놓치지 않았는데요. 나이키 매장을 2곳 정도 방문을 해보았는데, 매장 곳곳에 홍보물과 태블릿을 설치하여 앱 출시 소식을 전하고 다운을 유도하였습니다. 상품에는 앱 마켓으로 연결되는 QR코드를 붙여 두었고요. 그리고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작용한 것이 앱 다운 시 발급되는 매장 전용 1만 원 쿠폰이었습니다. 계산대 앞에는 해당 이벤트 문구가 반드시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다운로드를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 아닙니까?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이러한 매장을 돌아보다 보니, 나이키의 저력이 정말 무섭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는데요. 방문했던 매장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다 직영 매장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일사불란하게 나이키가 지시하는 방향에 맞춰 행동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매장 내 구현물뿐 아니라, 직원들도 앱 설치를 유도하도록 사전 교육받은 듯하여 더욱 놀라웠고요. 나이키가 여전히 매출의 상당 부분을 도매 채널이나 대리점에게 의지함에도 불구하고, D2C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이러한 통제력에서 오는 듯했습니다.

물론 나이키가 가진 한계도 동시에 보이긴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가장 유용할 거라 예상하였던 재고 확인 기능은 아직은 온라인 몰과 직영점에서만 활용 가능하다 했고요. UI/UX도 로컬라이징이 조금 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는 아직도 백오피스 통합을 비롯하여 과제들이 남아 있다는 뜻이고요. 그래서 그런지 출시 이후 계속 올라가던 일 방문자 수 추이도 10만 명 초반대에서 정체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이키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지금처럼 꾸준히 신규 사용자가 유입된다면, 속도는 조금 느려지더라도 꾸준히 성장할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나이키는 수십만 명이 매일 방문하는 공식 앱을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큰데요. 이처럼 더 강력해진 고객 락인을 기반으로 또 어떤 새로운 혁신을 보여줄지,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에이블리, 너 정말 괜찮은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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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투자인가 대출인가

지난 3월 23일 에이블리의 신규 투자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규모는 500억 원 정도로 알려졌고요. 얼핏 소식을 접했을 땐 투자 혹한기 속 선방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요. 자세히 보니 뭔가 이상했습니다. '벤처 대출'이라는 희한한 방식으로 진행된 건이었기 때문입니다. '벤처 대출'은 보통 스타트업에게 대출을 해주고, 대출 금액의 일정 비율을 이자처럼 해당 회사의 주식으로 받는 형태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에이블리는 대출이지만 투자 방식 중 하나이고, 구글, 페이스북, 에어비엔비, 스포티파이, 우버 등도 받은 사례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요. 일각에서는 엄밀히 말해서 투자가 아니라 대출이라며, 너무 이를 포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에이블리의 새로운 자금 수혈을 어떤 성격으로 해석하느냐도 물론 중요한 문제이지만요. 결국 핵심은 과연 에이블리의 사업 전망이 앞으로 좋을 것이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의 성과만 좋다면, 대출이든 투자든 상관없을 테니까요. 반면 성장이 멈추거나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설혹 투자였다고 하더라도, 파국을 막을 순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에이블리는 현재 잘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도 하고 수익성도 개선시킬 수 있을까요?

충분히 성장하고 있진 않습니다

현재 공개된 에이블리의 지표들은 나쁘지 않습니다. 언론에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연간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했다고 하고요. 턱걸이로 도달했다고 가정해도, 22년 연간 성장률은 무려 43%에 달합니다. 이는 통계청에서 제공한 의복 카테고리 온라인 쇼핑 거래액 성장률인 11% 대비 4배나 높은 수치이고요.


하지만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솔직히 에이블리가 보여준 성과가 압도적이라 말하기 뭔가 애매합니다. 우선 가장 강력한 라이벌 지그재그보다는 성장률이 높았던 것 같긴 한데요. 최근 여성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트렌드에 힘입어 무섭게 크고 있는 29CM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고, W컨셉도 비슷한 수준으로 거래액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수년 전부터 에이블리와 지그재그는 모두 브랜드 패션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었는데요. 따라서 이와 같은 온라인 편집샵들의 질주가 달가울 리가 없습니다. 동대문 기반으로는 한계가 있고, 브랜드 확장은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니 고민이 깊어질 것 같은데요.

더 큰 문제는 그렇다고 수익성 강화를 시도하기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겁니다. 다행히 이번 추가 자금 수혈 소식과 함께 배포된 홍보 자료에 의하면, 에이블리는 월간 기준으로 손익 분기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를 유지하거나, 혹은 이익 규모를 늘려나가기엔 에이블리가 가진 근본적인 비즈니스 구조의 한계가 걸리는데요. 우선 기본적으로 에이블리는 동대문 기반의 저가 상품이 주력이기 때문에, 마진 자체가 박합니다. 더욱이 상당수의 셀러가 사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 기반 브랜드에 비해 가져가는 몫이 더욱 작을 수밖에 없고요. 설상가상으로 원가마저 상승하며 이마저도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직접 생산을 하는 데다가, 브랜드 가치 기반의 프라이싱으로 안정적인 마진을 확보한 디자이너 브랜드들과, 이들로부터 충분한 수수료를 수취하는 온라인 편집샵들과의 경쟁에서 더욱 불리할 수밖에 없고요.

특히 물류비 증가는 전 상품 무료배송을 지향하는 에이블리로써는 매우 치명적인데요. 최근 CJ대한통운을 비롯하여 주요 택배사들은 지속적으로 요금을 인상하고 있습니다. 혁신의숲이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에이블리의 평균 구매 단가는 4만 원 초반대로, 지그재그(6만 원 대 초반), 29CM(7만 원 대 후반), W컨셉(12만 원대 초반) 등 타 플랫폼에 비해 상당히 낮은데요. 이렇듯 적은 장바구니 금액으로 물류비까지 감당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여러 사유들로 인해, 아무리 허리띠를 조인다고 해도, 현재는 에이블리의 분기 혹은 연간 단위의 BEP 달성도 어려워 보이는데요.

버티기 모드를 넘어 돌파구를 찾아야

그렇기에 일단 에이블리는 버티기 모드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작년 12월에 무료 정책을 폐기하고 3%의 판매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고요. 여러 논란을 각오하고 500억 원이라는 현금을 추가로 확보한 것 역시 우선 런웨이를 어떻게든 늘리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제 중요한 건, 이처럼 어렵게 확보한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늦었지만 이제라도 무리한 외형 경쟁보다는 내실 확보, 특히 에이블리 파트너스의 운영 최적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그간 에이블리는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형 규모를 성장시키고, 지그재그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르는 걸 지상 과제로 삼은 듯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지그재그를 서서히 앞서기 시작했지만, 온라인 편집샵들이 새로운 경쟁자로 대두되었고요. 수익성을 증명하지 않고서는 투자를 받기 어려운 시기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에이블리가 플랫폼으로써의 가치도 가지고 있지만, 상품 사입부터 물류까지 대행해 주는 파트너스 운영 역량이야 말로, 에이블리만의 특장점이라 생각하는데요. 오히려 19년부터 21년까지 3년 연속으로 매출총이익률은 하락하면서, 관리 역량이 발전한다는 인식을 주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물류 관리 역량을 키워, 이 부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매출총이익률이 개선된다면, 당연히 수익성도 따라서 좋아질 테니까요.

  
나이키의 D2C 전략을 따라하기 위해서라는데요

맛에서 그치지 않고 공간 전체를 함께 브랜딩 했습니다

고객의 외연도 확장하고, 투자 대비 효과도 크기 때문입니다

불필요한 비용을 무자비하게 줄여서 가능했습니다
*같이 읽으면 좋아요: '와이즐리가 가격을 내린 이유'

에어팟처럼 생태계를 확장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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