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이야기
OUTSIGHT Newsletter #1.1

 ✏ EDITOR'S NOTE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방긋 웃고, 평범한 길을 걷다가도 수십번씩 멈췄던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사람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 가득했던 우린 어느덧 나와 비슷한 사람만 찾고, 도착지만 바라보며 빠르게 걷기 바빠진 게 아닌가 싶어요. 외부로부터의 시선을 뜻하는 OUTSIGHT는 세상에 대한 그 호기심을 다시 찾아보고자 해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여 우리가 지나쳤던 가치를 궁금해하고, 서로 공감하는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첫 만남으로는 세 번의 뉴스레터를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의 힘을 전달하고 있는 분들의 시선을 전해드릴 예정이에요. 새로운 시선에 위로와 용기 얻고, 나만의 즐거운 가능성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득 담아 찾아갈게요.

 과학적으로 증명된 이야기의 효험!
출처 Teo Zac on Unsplash
왜 우리 어릴 때는 '재밌는 이야기 해주세요!' 라고 졸라대면서, 어른들의 세상을 그토록 알고싶어 했잖아요. 📖

어떤 이야기를 보고, 듣고, 읽으면서 손에 땀이 나거나 혹은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거나 눈물을 흘린 적이 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 이야기에 대한 우리의 신체적 반응, 뇌과학에서도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이야기의 과학적인 효과를 증명해주고 있어요.


뇌과학자들이 뇌 MRI 촬영을 해보니, 이야기에 노출된 뇌는 '신경 회로'에 자극이 있었고 감정을 처리하는 부분이 활성화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심리신경과학 교수인 우리 하센(Uri Hassen)은 연구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과 전달받는 사람의 뇌 활동 패턴이 동일화된다는 결과도 발견했습니다. 뇌신경과학이 발견한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사람들이 새로운 가치관과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되고, 행동의 변화로도 이어진다!라는 결과입니다.


어린 시절, 그토록 "재밌는 이야기 해주세요"라고 졸라대던 우리들. 잠들기 전 베겟머리 이야기로 하루를 마무리하던 때를 떠올려봅니다. 이야기를 통해 마음과 마음이 닿고, 상상이 시작되고, 공감과 변화가 일어나는 그 시작에 오늘의 OUSTSIGHT가 있습니다. 
(출처: How Stories Connect And Persuade Us: Unleashing The Brain Power Of Narrative, NPR, 4/22, 2020)

위로 한 권이 기다리고 있는, 소심한 책방
이번 호에서는 수많은 이야기가 모여있으면서, 수많은 이야기가 찾아오는 책방의 시선을 가져왔어요. 동네 책방이 아직 흔치 않았던 2014년의 제주, 위로, 설렘, 재미, 안정 등 지금 나에게 필요한 감정을 채워줄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소심한 책방>이 생겼습니다. 소심한 책방의 두 마스터*에게 이야기와 책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이야기와 위로가 가득한 공간을 어떻게 운영해 나가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마스터는 소심한 책방의 주인장을 의미하는 특별한 호칭이에요)
출처 소심한 책방
Q. 소심한 책방과 두 마스터분의 소개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소심한 책방에 가면 숨어있는 근사한 책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알록달록한 종이에 책 소개와 추천이 곳곳에 적혀있는데요. 소심한 책방과 두 분을 소개하는 종이에는 뭐라고 적을 것 같나요?

안녕하세요. 제주 동쪽 끝 마을 종달리에서 소심한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마스터 J 장인애, 마스터 H 현미라 입니다. 2014년 종달리에서 걱정스러운 마음 반, 기대하는 마음 반으로 작은 책방을 열고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왔습니다. 때도 지금도 소심한책방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우연히 집어 든 책으로부터 작은 위로와 안도의 마음을 얻어 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방을 열어둡니다.


마스터 J : 우연히 집어 든 책은 나를 기꺼이 저편의 세계로 데려다줍니다. 텍스트에 빠져들 때의 여러분을 행복의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마스터 J입니다. J는 소심한책방에서 안정을 맡고 있어요.


마스터 H : 소심한책방에서 무한 질주와 충동을 맡고 있는 마스터 H입니다. 저의 이런 부산함은 다행스럽게도 마스터 J의 안정으로 적당한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소심한 책방의 소개를 보면 '위로'라는 테마는 빠질 수 없는 것 같아요. 책은 왜 우리에게 위로와 치유가 되어준다고 생각하나요? 위로 외에도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어떤 장르의 책을 읽더라도 결국은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우리는 누구나 사랑을 받기 원하고, 사랑하길 원하잖아요. 따뜻하기를 원하고.


"수많은 이야기 속에는 각자의 존재가 결국 혼자가 아님을, 당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함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통해 위로받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요."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또 타인을 발견하며 멀게 느껴진 거리를 좁혀나가는 것. 그래서 ‘우리’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기를 바라며 책방을 운영하는 중입니다. 그 마음을 잘 전달하는 것이 저희 몫이겠지요 😊
Q.  책방을 찾는 손님 한 분 한 분도 각각의 삶 자체가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란 것도 한 방향일 때 보다, 양방향일 때 그 영향력이 더 크다고 생각되는데요. 혹시 손님의 이야기에 영향을 받은 적은 있나요?

맞는 말씀이에요. 책방을 운영한 지 8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손님분들을 보면 마음이 콩닥거리고 어떤 이야기들을 가지고 계신 분일지 궁금해질 때도 많거든요. 가끔 손님과 이야기를 길게 나누게 될 때도 있어요. 보통은 마스터 둘 다 좀 소심해서 먼저 다가가는 일이 많지 않지만 저희가 특히 좋아하는 책을 골라오셨거나 하면 자연스레 이야기를 이어가게 되는 일들도 있지요. 


그러다 보면 낯선 서로에게 오히려 마음이 편해져서 이야기를 나누고는 하는데 대부분 따뜻한 말씀을 많이 해주고 가세요. ‘사실 제주에 올 때마다 들리는 곳이다’라는 고백이나 사랑하는 자녀들의 사연을 들려주시고 그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손수 고르고 싶어서 오셨다는 이야기, 부재라는 슬픈 이야기 등 책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이야기들로부터 서로 작고 따스한 힘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책방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따뜻함이 분명히 있어요. 그럴 때면 ‘책방, 오래오래 하고 싶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하고 싶다’하고 욕심의 마음이 생깁니다.

Q. 최근에 서점이 이전했어요. 소심한 책방이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공간이길 바라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바라는 책방이라는 공간의 분위기나 의미가 있나요?

예전의 오랜 세모 지붕 집이 새로운 건물로 바뀌게 되면서 이전하게 되었어요. 오랜 제주 집의 느낌을 참 좋아했지만 워낙 작은 공간이라 책을 편히 보고 가시지 못하는 점이 늘 아쉬웠거든요. 현재의 자리에서는 그 부분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마음이 듭니다. 


저희가 조금 욕심내었던 부분이 있다면, 책을 읽는 순간에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는 것이었어요. 마스터 두 명 다 책을 읽으면서 술을 곁들이는 일을 좋아했거든요. 약간의 알코올이 책 읽기의 몰입도를 조금 높여주기도 하잖아요? (핑계일까요 ㅎ) 그래서 책방을 찾는 분들께 그 즐거움을 공유해 드리고 싶어서 현재 공간에서는 도수가 낮은 와인과 맥주를 함께 판매하게 되었어요. 이 부분 역시 책 읽기의 재미를 느끼셨으면 해서 시도한 일이에요.

책을 읽음으로써 나를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놓는 즐거운 여행을 하는 거잖아요. 소심한책방이 그 여행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Q. 살면서 겪은 또는 겪을 여러 이야기가 있을 텐데, 내 인생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가 남는다면, 어떤 이야기로 기억되고 싶나요?

마스터 J : 와! 이런 질문 처음이에요. 깊이 생각하게 되는데요 – 바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네가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내 존재가, 혹은 소심한책방이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고 그렇게 기억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아아. 쓰고 있자니 왠지 울컥해지네요. <같이 있으면 안심이 되는 사람이 있었다>로 기억될래요.


마스터 H : 언젠가 마음이 지쳤던 날이 지속되었던 적이 있어요. 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이 안 보였는데, 책에서 이런 글귀를 봤어요. ‘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의 얼굴을 볼 때, 나 자신을 본다. 내 약점과 실패와 연약함을 본다. 인간 영혼의 힘과 우주의 힘을 본다. 이미 내 깊은 존재 안에서, 우리 각자를 이어 주는 접착제가 곧 사랑임을 잘 알고 있다. 언젠가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의 종교는 다름 아닌 친절입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곧 나의 종교가 되었다.’


몇 달을 괴롭히던 번뇌가 이 글 몇 줄로 바로 정리가 되었어요. 때때로 친절은 오해나 실망을 가져오기도 해요. 그래도 내 인생에 하나의 이야기가 남는다면 “결국 그곳의 친절은 천천히 물결처럼 퍼져나갔지“에요. 그 책을 읽은 이후로 저의 종교도 친절이 되었지만, 자꾸 악마의 소리가 들리긴 해요 ㅎ (책 출처 :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제임스도티/판미동) 

* 이 콘텐츠는 <소심한 책방>의 시선 중 일부일 뿐이랍니다. 이야기에 더 깊숙이 빠져보고 싶다면 위 링크를 눌러보세요.
🍋 EDITOR 하영 어쩌면 나에게 가장 큰 위로는 내가 스스로 '책' 속에서 발견하는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찾아내는 과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EDITOR 화진 평범하지만 또 애쓴 하루를 축복하며 위로하는 힘은 책 한 권 너머에 있네요. 공감의 힘은 하루살이가 아니랍니다.
🍃EDITOR 승영 치열한 사회 속에서 친절에 집착하면 괜히 '나만 손해 보는 건가?' 싶었는데, 소심한 책방처럼 누군가에게 친절한 친구, 시간이 되어주고 싶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이야기의 힘에 대해 더 깊숙히 알아보고 싶다면
다음 뉴스레터는 5월 20일, 도전과 용기의 메세지를 이어 줄 청춘, '유다은'님의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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