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 🐸 유치원 줄게 요양원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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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필요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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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뉴스레터

2023.10.20. 금요일

안녕하세요, 독자님. 이번 주 큐레이터 김지혜 기자입니다.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는 기사에 관심이 많아요.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느끼고 싶다면, 다녔던 초등학교 학생 수를 검색해보라고 하더군요. 총 651명. 저학년은 반마다 24명 정도인데, 한 학년에 4개반뿐이었어요. 1학년 8반이었던 저는 좀 벙쪘습니다. 제가 다닐 땐 전교생이 2000명이 넘었거든요.

올해 2분기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합계출산율은 0.7명까지 낮아졌고요. 사실 졸업한 학교를 굳이 검색해보지 않아도, 저출생·고령화가 만든 변화를 체감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세상은 이미 달라졌어요.

민서영 기자의 단독 기사를 보면, 지난 10년 사이 장기요양기관으로 바뀐 유치원이 전국 194곳이나 됩니다. 그중 84건이 작년과 올해 사례라고 하니, 이런 일은 점점 더 많아질 것 같아요. 산후조리원이 요양원으로 바뀐 곳도 두 군데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요양시설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지난달 서울 고덕동에 문을 연 시립 요양시설은 입소 대기 인원만 100명이 넘는다고 해요. 관련 기사를 함께 읽고, 우리가 마주한 변화에 관해 더 얘기해봐요. 읽는 데 3분도 걸리지 않는 짧은 기사입니다.

☑️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공공요양시설과 안심돌봄가정을 2030년까지 확충하기로 했다.

☑️ 공공요양시설은 서비스 수준이 높아 이용자 선호도가 높지만 부지·재원 확보와 주민 설득이 어려워 설립이 쉽지 않다.

☑️ 이에 서울시는 공공개발 계획에 노인요양시설을 필수적으로 반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 주택 정비사업에 '학교부지'로 따로 요구했던 땅들도 앞으로는 요양원 등 다른 용도로도 쓸 수 있는 '공공공지'로 바뀐다.

학교 대신 노양요양시설

2023.10.17. 김보미 기자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문을 연 시립 강동실버케어센터 전경. 고령층의 심리적 안정과 건강 증진을 위해 뒤쪽에 산책 정원이 마련됐다. 서울시 제공

지난달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문을 연 시립 강동실버케어센터는 개원 전 이미 노양요양원 정원 89명을 다 채웠다. 지금은 입소 대기 인원만 100명을 넘어선 상태다. 병설 데이케어센터 역시 28명 정원을 채우고 20명이 대기 중이다.

치매전담형인 강동센터는 고령층 인지력을 고려한 공간 설계와 돌봄로봇 투입 등으로 쾌적한 생활이 가능한 공공요양시설이라 민간 시설보다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이 같은 관심도는 2025년 만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요양시설 수요가 급증한 측면이 더 크다.

17일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2018년 전국에 3390곳이었던 노인요양시설은 지난해 4346곳으로 늘었다. 도심에서는 어린이집·결혼식장 등이 요양원으로 전환되는 사례도 잇따른다.

이에 서울시도 2030년까지 구립과 시립 등 공공요양시설 20곳, 9인 이하 규모의 안심돌봄가정(서울형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430곳 확충을 목표로 세웠다. 인구 고령화로 돌봄과 의료복지가 필요한 요양 등급 인정자가 증가했고, 간병비 부담으로 요양병원 대신 요양시설을 찾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강동실버케어센터 생활실 모습. 센터는 치매전담형 시설로 일반 요양시설보다 침실이 넓다. 서울시 제공

특히 기존 거주지에서 가깝고 지자체가 직접 운영해 서비스 수준이 높은 공공요양시설은 선호도가 높다. 문제는 서울에서 요양시설을 만들 대상지 발굴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유휴 부지 자체가 적고, 재원 확보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지역 주민 반대도 설득해야 한다.

서울에 사는 노인장기요양시설 급여수급자 2만4140명 가운데 공공이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235곳)과 서울형 공동생활가정(258곳)에 입소한 고령층은 1만6742명으로 69.4% 수준이다. 이 가운데 시립 시설은 지난 5월 말 기준 11곳에 그친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원·영등포·송파에는 시립 공공요양시설 건립을 위한 도시계획시설 결정과 투자심사 등 사전절차가 추진 중이고, 서초·관악·광진에는 구립 시설 건립 사전 절차가 완료돼 설계용역 등 사업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규모 공공·민간 개발사업에서 노인요양시설을 공공기여 등으로 우선 확보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텅 비어 있는 한 초등학교 복도. 남지원 기자

특히 서울에서 일정 규모 이상 공공개발 계획을 수립할 때 노인요양시설을 필수적으로 반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최근 서울시가 300가구 이상 주택 정비사업에 요구하는 학교부지를 용도가 확정되지 않은 '공공공지'로 기부채납 받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학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교육청이 요청하면 개발사업 초기 일부 땅을 학교용으로 분류했는데, 저출생에 따라 앞으로 학교 신설 수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선 '공공공지'로 하고 중앙투자심사 등으로 건립이 확정될 때만 학교 용지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요양원 등을 기피시설로 인식하지 않도록 문화·체육시설이나 키즈카페, 아동치료센터 등과 결합한 설계도 추진한다. 강동센터의 경우 잔디광장·중앙정원 등을 주민에게 휴식 공간으로 개방하고 있다.

자치구가 부지를 확보하면 건립비 전액을 서울시가 지원해 추진 속도를 높인다. 또 민간에서 안심돌봄가정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 시설 수준을 높일 예정이다.

일반 가정과 같은 주택에서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이 있는 고령층의 식사와 일상생활을 돕는 소규모 요양시설은 대규모 시설 확보가 어려운 서울의 해법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경영상 어려움으로 2014년 서울 시내 360곳에서 2022년 258곳으로 줄었다.

게티 이미지

서울시는 아동 수가 감소해 폐원한 관악구 어린이집과 송파구 고령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요양시설이 없는 종로구 평창동 주택 등 10곳을 안심돌봄가정으로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노인요양시설 수요자(노인장기요양시설 급여수급자) 대비 노인요양시설·안심돌봄가정 입소 정원 비율(시설충족률)을 2030년까지 81.3%로 확대한다.

이수연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시립 강동실버케어센터는 고령층 돌봄의 질을 높인 설계와 지역주민과 센터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며 "앞으로도 공공요양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시민들의 노후를 보장하고 돌봄 가족의 부담도 완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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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께서는 생의 마지막을 어디에서 보내고 싶으신가요? 저도 여러 곳을 떠올려봤는데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건 아무래도 요양시설입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에 따르면 국민 60%는 집에서 임종하길 원하지만, 실제 사망자 10명 중 8명은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숨진다고 해요. 2017년 전체 사망자 3명 중 1명은 요양시설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도 있습니다.

노년을 살기 좋은 곳에서 보내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바람일 거예요. 하지만 좋은 요양시설을 찾는 건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전국 요양시설 중 공립은 1.8%에 불과합니다. 장기요양시설 대부분은 민간이 운영하는데, 이 경우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처우 등 때문에 질 낮은 서비스가 제공될 확률이 높습니다.

서울시의 계획처럼 공공요양시설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주민 반대' '기피시설' 등 기사 속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요양시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실제로 2021년 서울 송파구에 추진됐던 치매 노인을 위한 '서울시립 실버케어센터'가 주민 반대로 백지화된 적 있어요. 이후 해당 지역구 의원이 "무산돼 기쁘다"고 밝혀 논란이 됐고요. 지난해 서울시는 이곳을 어린이집과 키즈카페를 갖춘 복합시설로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유튜브 영상 '한국은 왜 망해가고 있나'는 2100년 한국 인구의 급감을 예견하며, 노년층이 다수를 차지하게 될 인구 구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튜브 캡처

요양시설이 유치원·학교의 자리를 대신하는 현실, 착잡하지 않다면 거짓말입니다. 최근 한 독일 유튜브 채널에 '한국은 왜 망해가고 있나(Why Korea is Dying Out)'라는 영상이 올라와 화제가 됐어요. 영상은 2100년에 한국 인구가 2400만명으로 급감할 것이라 예상하면서, 문제는 '인구수' 자체가 아니라고 하죠. 진짜 우려하는 건, 평균 연령 59세의 '노인들만 있는 나라'의 도래입니다.

하지만 현실을 '반대'하고 '기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닥쳐온 변화를 인정하며, 어떻게든 더 나은 미래를 일궈야 해요. 청년 인구 급감에 대한 대안 마련과 함께, '행복한 노인의 나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노인들만 있는 나라'가 온다면, 더더욱 긴급한 일이고요.

학교와 유치원에서 들려오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요양시설의 노인들에게서도 들을 수 있기를 바라요. '공공돌봄'에 대한 논의가 더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의대 정원, 늘리긴 하는데

18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이 2025년부터 늘어납니다. 하지만 얼마나 늘릴지 구체적인 숫자는 발표되지 않았어요. 앞서 정부가 '1000명 이상' 증원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계에서 거센 반발이 나왔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지역·필수의료, 어떻게 살린다는 걸까요? 정부가 내놓은 카드, '국립대병원 강화'가 무엇인지 읽어보세요.

팔레스타인 주민과의 인터뷰

이윤정 기자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스라엘 서안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만났습니다. 그의 가족과 친지 중 상당수는 가자지구에 갇혀있어 "며칠에 한 번 걸려오는 전화로 짧게 생존 소식만 확인하고 끊곤 한다"고 해요. 전쟁의 한복판에서 "75년간 끊임없이 반복된 일"이라 자포자기하듯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탕후루는 그저 달콤할까?

독자님은 탕후루 먹어보셨어요? 요즘 인파가 몰리는 거리나 학교·학원가에서는 탕후루 가게가 눈에 참 많이 띕니다. 딸기, 귤, 멜론, 체리, 샤인머스켓 같은 색색의 과일 꼬치를 달콤한 시럽으로 반짝반짝 코팅해서 가지런히 늘어놓은 모습은 그 자체로 눈길을 끌어요.

탕후루 가맹사업체인 '왕가탕후루'의 가맹점은 2022년 43개였는데, 올해는 이미 거의 10배인 420개로 늘었다고 해요. 탕후루는 어느새 대중적인 간식으로 자리 잡았어요. 그러면서 어린이·청소년층의 '소아당뇨' 문제나, 우후죽순 생겨난 탕후루 점포 간 '과열경쟁' 실태도 함께 조명받고 있습니다.

10월25일 점선면은 탕후루 현상에 주목합니다. 탕후루 열풍을 보시며 든 생각을 들려주세요. 점선면에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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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의 다양성은 매우 중요하군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롭게 분출되는 다양한 생각들을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법 조문을 달달 외우고, 법리를 잘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법관들이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경험이 힘들면 사람들의 이야기를 두루 듣고 식견을 넓혔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하얀나라님)

📬 "좋은 내용의 기획 시리즈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몇 명의 여성 대법관이 필요하냐고 묻는 질문에 전원이어야 한다고 대답했던 미국의 여성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떠오르네요. 절반을 채우는 것도 부족하고, 전원이 여성인 세상을 경험해야 그다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익명의 독자님)

📝 "지난 점선면Lite <재판만 잘하면 되지>를 읽고 남겨주신 독자님 의견입니다. 레터라는 창구로 법조팀의 알찬 기획 시리즈를 알릴 수 있어 점선면팀도 무척 기쁩니다🥰! 기사에 대한 독자님들의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더 기쁘고요. 앞으로도 독자님들께 미처 닿지 못한 좋은 기사를 찾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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