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캠페인을 하지 않고 '캠페인'을 하는 방법
 
Newsletter Issue 79

9 July, 2021  1230 Subscribers
 
 
 

그럴 수 없단 걸 알면서 집을 나설 때 내가 가진 좋은 면만 따라나오길 바라곤 한다. 나의 별로인 점은 집에 고스란히 남는 것이다. 집에 돌아오면 생각난다. 그 말, 그 행동 굳이 했어야 했나. 물론 이런 면모도 ‘나’임을 알고 있다. 알고 있으니 집에서만 하면 되지 않을까. 나와 우리 개만 알고 있도록. (이것이 결혼이 가져오는 곤란함 중 하나 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양면을 함축한다. 에어컨은 안을 식히지만 실외기로 밖을 데우며, 운동은 건강한 신체를 북돋지만 체내 수분을 앗아간다. 언행과 성격도 좋은 점과 별로인 점의 공생이 당연한 속성이며 퍼즐처럼 조각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럴 수 없단 걸 알면서 집을 나설 때 내가 가진 좋은 면만 따라나오길 바란다니까.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도큐 season & work
 
 
 

1. Food by ClubComb
캠페인을 하지 않고 '캠페인'을 하는 방법 [Sweden/Stockholm]
2.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Night Lights by Noriki
3. Movie by 단편극장
The Black Hole
4. Novel by 단편서점
카페, 커피그림  (6/8회)
5.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캠페인을 하지 않고 '캠페인'을 하는 방법 [Sweden/Stockholm]
바로 comber
스웨덴 업계 1, 2위를 다투는 슈퍼마켓 체인 <코프(Coop)>는 약 75년 전, 취급하는 상품에 원자재 표기를 의무화해 세상을 놀라게 한 적 있는 브랜드다. 그 코프가 이번에도 다시 획기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웨덴 최초 ‘코프 지속가능성 신고제(sustainability declaration)’다.

앱을 다운로드하고 상품을 구입할 때 바코드에 스캔하면, 그 상품의 지속가능성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표시 지표는 UN의 2030 어젠다인 SDGs의 17개 목표를 기준으로 10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상품이 생산됨에 따른 기후나 환경,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이를 테면 생물다양성에 대한 악영향의 리스크나 상품 생산 공정에서의 노동조건의 결점 등 소비자가 알고 싶어도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를 알 수 있다. 물건을 구입할 때는 조금 손이 가고 바쁘더라도 집에 돌아가서 차분히 물건을 따져 볼 시간도 생겨 다음 구매에도 도움이 된다.

코프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 근거하여 탄생한 이 서비스는, 소비자의 SDGs에 대한 의식 및 지식을 높이는 일에 기여할 것이다.
콤버노트
국제기구(UN)에서 행정기관(외교부)이 합의한 지표를 일개 유통, 소매업체가 자사의 서비스에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에 많이 놀랐다. 그것은 단순히 “SDGs에 동참합시다!”와 같은 캠페인도 아니다. 자신들이 다루는 상품에 대해 관련 지표를 만들고 이를 시각화했을 뿐이다. 그런데 동참을 유발하고 있다.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가치를 판단하는 사고가 어떻게 의미 있게 융합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바코드 스캔 시 사전에 등록된 카드정보로 결제까지 해결된다는 점은 팬데믹 시대에 탄생한 ‘덤’이다.

 

Night Lights
by Noriki
양의 아주 아주 주관적인 감상
장마가 시작됐다. 생각보다는 견딜 만한 날씨라고 생각이 드는데, 그 이유는 아직은 밤이 선선해서 그런 듯 하다. 최근에 성수동에서 저녁 약속 때문에 잠시 걸었는데 땀으로 샤워한 건 비밀이다.

바다가 보고싶다. 요즘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건 참 아쉽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까지 보고 있다니 트래블 버블이고 뭐고 동해바다도 못보러 갈 기세다. 그래서 쨍한 바다가 느껴지는 커버의 앨범을 꺼내들었다.

기분 좋은 연주들로 시원한 기분 가득이다. 건반연주자인 ‘노리키 소이치’가 메인인 만큼 건반소리가 일품이다. 악기가 너무 다양해서 풍성한 사운드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특히 후반부에 일렉기타 솔로는 시원 그 자체. 노리키 연주보다 더 인상적이다. 미안 노리키상…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Noriki’ 노리키 소이치의 이름을 따서 만든 밴드다. 소이치는 57년생. 아버지도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였고, 74년도에 아버지가 속한 밴드밸아미 올스타즈에서 연주를 하면서 데뷔했다. 소이치는 건반연주자로 야마시타 타츠로, 아가와 야스코 등의 앨범과 투어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번에 소개한 <Night Lights>는 84년에 발표한 노리키의 두 번째 앨범 [DREAM CRUISE]의 수록곡. 앨범을 보면 ‘VOCAL : 고쿠부 유리에’ 라고 쓰여있는데 반가운 이름이다. 타츠로의 앨범이나 라이브에 건반연주자로 참여하다보니 곡에서부터 야마시타 타츠로의 영향이 느껴지기도 한다. 멜로우한 감각의 곡들과 신선하고 감각적인 사운드로 가득하다. 

season & work

 

The Black Hole

감독  Philip Sansom, Olly
개봉  2008
러닝타임  3
스트리밍 서비스  Philip Sansom's website
에이비의 감상 노트
세금 없이 깨끗한 1억이 내 통장에 있었으면 좋겠다.” 클라이언트와 계약금 문제로 서로 조율이 잘 되지 않을 때, 너무 많은 작업들로 잠잘 시간조차 부족할 때, 새로운 촬영 장비들이 필요한데 돈이 부족할 때, 나는 이런 생각을, 아니 입 밖으로 이 말을 자주 내뱉는다. (가끔은 누구나 이런 상상은 해보지 않을까?)

1억의 돈이 있다면, 눈치보지 않고 클라이언트들과의 계약에서도 아쉬울 것 없이 당당히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며, 내가 창작 활동을 하고 생활하는데 돈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행동할 수 있는 금액이지 않을까? 1억은 내 나름대로의 물질적 이상향인 것이다. 그런데 과연 정말로 저 금액이 있으면, 나는 만족할까?

이 단편영화는 짧지만 아주 강렬하게 인간의 욕심에 대해서 말해준다. 늦은 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야근 중이던 한 남자는 복사기에서 나온 이상한 종이를 발견한다. 종이에 인쇄된 검은 구멍의 비밀을 알게 된 남자는 공짜 초콜릿을 먹더니 이내 더 큰 것을 탐내고 만다. 그리고 이어지는 불행.

복사기에 나온 종이의 원이 검은 색이라 제목이 ‘The Black hole(블랙홀)’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간의 욕심이 블랙홀처럼 끝이 없다는 것, 그 블랙홀에 빠지면 그 욕망 때문에 끝없이 빨려 든다는 것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아주 센스가 넘치면서 내가 가진 욕심의 크기와 깊이를 직면하게 되는 영화이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영국의 필립 샌섬(Philip Sansom)은 유명 CF 감독 답게3분도 안되는 짧은 러닝타임에 이런 기발한 영화를 만들어서 2008‘Virgin Media Award’ 그랜드상을 수상했고, 2009년 칸 영화제 ‘SFC(Short Film Corner)’ 부분에 초청되는 등 단순한 상업 CF 감독이 아닌 예술 영화 제작에도 재능이 있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 작품의 성공 뒤로 자신감을 얻었는지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패션위크 사진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였고, 그 활동들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의 홈페이지에 모든 작업들이 업로드 되어있으니 한번 방문하는 것을 강추한다!)
 
에이비

 

카페, 커피그림
6/8회

8월 18일 - 상민

카페, 커피그림 앞에는 고등학교가 있었다. 고등학생들은 방학 중에도 자습을 위해 등교했다. 저녁 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집에 가거나 밥을 먹으러 나왔다. 담장 너머로는 밥 대신 뛰노는 것을 선택한 남학생들의 공차는 소리가 오갔다. 저녁 시간이 지나서 학생들이 다시 교실로 들어가면 함성소리도 사라졌다. 이제 골목은 손에 부채를 들고 나온 할머니들과 어린아이들의 세상이 되었다. 그제야 상민은 공책을 펼치고 펜을 꺼냈다.

골목의 모습은 상민이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 어딘가에서 보았던 풍경 같았다. 실제로 보았는지, 착각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이 골목이 머금은 풍경들 속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고민으로부터 숨을 수 있었다. 상민은 마지막으로 글이라는 것을 한 번만 더 써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양이는 상민의 곁으로 다가와 몸을 기댔다. 그는 손으로 고양이의 꼬리 끝이나 발바닥을 몰래 만지작거렸다. 그러면 고양이는 살짝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상민은 자기도 모르게 고양이와 친해져 있었나 보다.

 “고양이 이름이 뭐예요?”
 고양이의 발을 만지던 상민이 물었다.
 “이름이 없어요. 그게, 갑자기 카페 안에 와서 살기 시작한 애라….”
 카페 주인이 말했다.
 “그럼, 고양이가 아직 이름을 안 알려 준거네요?”
 “네, 뭐 그런 셈이죠. 근데 뭘 쓰고 계신 것 같은데 물어봐도 될까요?”
 “아, 이거요? 공모전이 있어서 조그맣게 뭐하나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사장님께서는 어떤 거 만들고 계신 거예요?”
 카페 주인에게 질문에 답을 한 상민은 자기도 평소에 궁금했던 걸 하나 물었다.
 “네, 옷들을 리폼해서 팔고 있거든요.”
 “혹시 미술을 전공하셨나요?”
 “어떻게 아셨어요?”
 “여기 안에 인테리어로 작은 그림들도 많고, 우선 카페 이름이 커피‘그림’이잖아요.”

어느덧, 상민은 편안하게 풍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 ‘커피그림’이란 공간을 좋아하고 있었다.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준 고양이, 더위를 식혀주는 에어컨 바람과 차가운 카페라테, 첫사랑을 생각하게 하는 아기자기한 그림들, 그리고 이 공간을 만든 사람까지도…….

(6회 끝. 7회 계속)

최현승

+작가소개: 작은 조약돌과 같은 글을 꿈꾸는 최현승입니다.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01 -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 6.28(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데 온 거야 만거야"

02 - 김얀 작가 / 7.1(목)
"사회초년생! 오늘부터 '돈'독하게 모아보자!"

03 - 김찬호 교수 / 7.5(월)
"나는 왜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01 - 유형곤(우리동네세탁소) / 7.8(목)

02 - 조수형(싸군마켓) / 7.12(월)
"파도가 칠 때는 업종변경을, 유통의 힘"

03 - 홍미선(땡스롤리) / 7.15(목)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면"

04 - 코보리모토무&최영미(시:시밥) / 7.19(월)
"두 사업자가 만나면"

05 - 장건희(육곳간) / 7.22(목)
"이 시국에 정육점에서 소세지집까지 사업 확장"

*해당 날짜에 업로드 됩니다.


 
 
 
FEEDBACK : 이번 뉴스레터는
제철과일 season & work
heavyfeather.docu@gmail.com
서울시 중구 을지로 157 대림상가 5층 575호

뉴스레터는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30분에 발송됩니다.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