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시대의 중요한 특성은 1등 기업이 모든 것을 독점하고, 그 1등 기업을 중심으로 다른 기업들의 지형과 질서가 재편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된 메타버스는 미래 비즈니스에서 살아남아 1등이 되려는 기업들 간의 치열한 전쟁이 낳은 결과입니다. 기술과 비즈니스에서의 선점 경쟁은 실제 수익이 창출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됩니다. 앞으로 펼쳐질 4차 산업 세상의 심층기반이 될 가능성이 매추 큰 메타버스 선점을 위한 본격적인 전쟁이 이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형 기업들이 1등 기업은 물론 미래에 안정된 수익도 보장하지 않는데도 메타버스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는 것은 자기 회사의 기술과 거버넌스가 표준이 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야 1등을 차지할 확률이 높이지기 때문이지요. 대기업들이야 그만한 자본력이 있기 때문에 몇 년이라도 순수 투자를 결단할 수 있지만 왠만한 규모의 기업들은 그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왠만한 기업들은 대기업들이 벌이는 전쟁의 양상을 주목해서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동시에 핀테크나 의료계 같은 특정 영역에서는 메타버스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기술들 중 특정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단이나 교회가 먼저 알아둘 것은 메타버스를 통해 실제 수익이 나기 시작하는, 다른 말로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되어서 사회를 작동시키는 영향력을 가지기까지는 최소 5년에서 10년은 걸릴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꾼 페이스북도 자신들이 제시라는 새로운 비전이 가시화되는 시점을 5년 이후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기술 측면에서도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기술이 준비되었다 해도 그것을 이용해서 실제 기업 이익이 발생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이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더욱 늘어납니다.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숙제는 사실 사회 작동 체계에 있습니다. 현재 메타버스라고 불리는 디지털 세상이 인간 사회와 똑같이 작동하여 또 하나의 진짜 세상으로 인정받으려면 경제 시스템은 물론 현재 인간 사회가 작동하는 윤리와 규범, 법체계 같은 통칭 거버넌스가 전세계 규약으로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아직 시작조차 못한 단계입니다.
목회적 의사결정 관점에서 볼 때, 메타버스를 당장 교회를 파고들 실제 영향력으로 판단해서 목회가 이루어지는 플랫폼을 메타버스로 바꾸려고 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그 시점이 아닙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오면 생활 영역 대부분은 대면으로 돌아갑니다. 어떤 경우에도 대면의 효율과 효과를 비대면이 대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교육 영역이 그렇습니다. 교육에서 대면이 가지고 있는 효과를 비대면이 대체하려면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과 상상을 초월하는 투자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교사와 학생이 만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기본적인 교육효과도 그렇습니다. 대면교육의 효과를 비대면교육이 대체하려면 기술적 측면만 보더라도 인공지능의 발전, 인터넷통신망의 확보(대략 6G 이상) 같은 필수 인프라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곳저곳에서 교회가 메타버스 목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엄밀하게는 메타버스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설명들도 있습니다. 메타버스 이슈 이전부터 존재하던 기본적인 개념들과 방법, 도구들을 메타버스의 핵심으로 소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존재하던 VR, AR, MR, XR 기술이나 비대면 플랫폼 전체를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다시 설명하려는 흐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기술들이 메타버스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메타버스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미래목회 차원에서 바르게 대응하려면 그보다는 심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메타버스의 가장 결정적인 특징(DNA)는 3D와 상시접속된 생활입니다.
지난 호에서 정리한 것처럼 지금 교회가 할 일은 교역자 그룹이 "미리-공부하고-참여해서-역량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목회 플랫폼을 메타버스 형태로 전면교체 하거나 2022년부터 바로 중요 목회전략으로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적정 목회는 적정 시점(때)을 맞추는 것에서 시작할 때가 많습니다. 과거 현재 메타버스와 거의 같은 개념과 기술로 시도했던 세컨드라이프가 시기와 상황 판단에서 실수하여 결국 실패한 것을 기억하면 좋습니다.
메타버스 이후 이어지는 유바디 칼럼은 미래목회와 관련하여 중요하게 보아야 할 주제들을 골라 현상을 설명하고, 목회적 관점을 제시하는 형태로 준비할 것입니다. 2022년은 4차 산업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의 틀로서 생태학적 분석틀(현상-유행-트렌드-심층원동력-심층기반, STEEPS)과 세부주제로서 인공지능을 다루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