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가 왔어요! 💌
은미씨의 한강편지 112
기형도의 샛강 안개와 김영경의 여강 안개

ⓒ 김영경
#기형도의 샛강 안개

1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읍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기형도 <안개> 부분 인용)

요절한 아름다운 시인 기형도는 더러 슬프고, 더러 음울한 시 속에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쓸쓸한 단면을 잘 담았습니다. 그의 대표작 <입 속의 검은 잎> 같은 시도 유명하지만, 저는 그의 시 <안개>를 좋아합니다.

제가 진행하는 문학의 숲북클럽에서도 읽은 적이 있는데,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책과 함께 읽었는지, 김승옥 <무진기행>과 함께 읽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이 시에서는 도시에서 공장 노동자 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외롭고 힘든 일상이 거대한 안개 속에 가려져 흘러가고 있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송전탑과 공장이 바삐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그저 부속품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죠. (시에서 언급된 샛강은 한강조합이 일하는 여의샛강은 아닌 것 같습니다. ^^) 
ⓒ 김영경
ⓒ 김영경
#김영경의 여강 안개

여주는 안개철이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깊어지는 이 시기(9~11)의 여주 아침은 안개의 세상이 된다. 여명조차 나타나지 않았던 새벽, 닷둔리(강천2)에 차를 세워 두고 뚝바위까지 가는 길은 딴 세상으로 접어드는 길이다.

물안개 속에서 뛰어나오는 것은 흰뺨검둥오리의 헤엄치는 소리, 왜가리가 날아가는 소리, 도토리가 투두둑 떨어지는 소리들이다. 이름 모를 부지런한 새들이 숲을 뚫고 내게로 안겨오기도 한다. 길을 걷다가 물안개를 헤치고 뚫어져라 쳐다보다 보면 멀리 삼합리, 도리섬과 청미천 하구의 윤곽이 한 폭의 수묵화 같아 깊은 감동을 준다.
(김영경 과장의 <여주는 안개철이다> 기사 인용)
원본 
https://blog.naver.com/yeojuhangul/222535578557

한강 여주지부 김과장은 요즘 여주시민기자로도 활동합니다. 그가 최근 쓴 기사를 읽으니 새벽같이 일어나 안개 구경을 다녀온 모양입니다.

김과장의 여강 안개는 기형도의 샛강 안개와 정반대의 지점에 있습니다. 안개는 아름답게 흐르는 여강의 자연을 감싸고, 그 안에서 온갖 생명들이 행복하게 공존하게 해줍니다. 안개 속 풍경을 슬그머니 엿보는 김과장은 여강에 깃든 생명들에 감동받습니다. 흰뺨검둥오리와 왜가리 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갈참나무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를 반깁니다. 이른 아침 안개가 덮은 강을 보며 그는 몇 번이고 마음을 씻고 강물 소리로 채웠을 것입니다.

이런 가을에 우리도 여강에 가서 여강길 따라 걸어보면 좋겠다 싶습니다. 고적한 산사에서 하룻밤 머물고 이른 새벽 길을 나서면 안개에 묻힌 강을 볼 수도 있겠지요.

#환상통
절단수술을 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환상통이라는 게 있어요. 없는 (신체) 부위가 아픈 거예요.”

그는 오른쪽 다리를 잃었습니다. 그런데 혼자 집에 있을 때면 오른쪽 종아리, 발등, 발가락이 아프다고 합니다. 그에게는 오른쪽 종아리, 발등, 발가락이 없는데 그렇습니다.

, 차라리 나를 죽여줘.”
차라리 내가 다쳤으면…”
그들은 서로 그런 말도 했습니다.

방송 인터뷰에서 환상통을 호소한 분은 김철기 선생님입니다. 지난 64일 장항습지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하다가 지뢰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분입니다. 차라리 내가 다쳤으면…. 이런 말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분은 한강조합 고양지부장이신 박평수 이사님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사고 트라우마로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6월 경기도 고양시 한강하구 장항습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 고양시와 한강유역환경청 공무원들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7일 고양시와 경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일산동부경찰서는 경기북부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를 거쳐 지난 5일 고양시 환경정책과 전 과장과 팀장, 주무관 등 공무원 3,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장과 팀장, 당시 환경정화 작업을 담당했던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등 6명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2021/10/8 한겨레신문 기사 인용)

지난 주 무심코 조간신문을 펼치다 깜짝 놀랐습니다. 고양시, 한강청에 더해 한강조합 고양지부까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기사였습니다.

한강조합은 2019년부터 장항습지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했고, 고양 시민단체들은 10년도 더 넘게 그 곳을 드나들며 환경정화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 노력 덕에 지난 5월 람사르 습지로 등록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상상도 못했던 지뢰 폭발사고가 났고, 우리 조합원이며 동료이자 친구가 다리를 잃었는데, 그 법적 책임을 저희에게 묻습니다.

저도 2019년부터 장항습지를 종종 드나들었습니다. 특히 2019년 이맘때에는 제 키만큼 자란 갈대밭을 헤치고 다니며 물골 곳곳을 걷고 조사에 참여했습니다. 우리는 그 때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꿈에서도 지뢰 사고의 가능성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목숨이 하나뿐인데 어떻게 위험한 곳을 갈 수 있나요

제가 선생님들께 괜한 걱정을 끼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인생사 사필귀정이라고 믿습니다. 다만 이런 지난한 법적 과정에서 저희가 불필요한 에너지를 써야 하는 것이 힘들긴 합니다.

이제 멀지 않아 우리 사회가 위드코로나로 어서 전환되면 좋겠습니다. 올해 내내 선생님들을 거의 뵙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갑니다. 혼자서도 좋고, 둘이라도 좋으니 샛강에는 언제라도 오셔요. 보고 싶습니다.

2021.10.13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
           Office. 02-6956-0596/ 010-9837-0825
후원 계좌사회적협동조합 한강우리은행 1005-903-602443
홈페이지 http://coophangang.kr

전국민이 참여하는 2021년 한강사진전이 시작됩니다.
올 해의 주제는 '한방울의 추억, 한줄기의 사랑, 그리고 한강에서의 행복'고,
부제는 '수려한 자연과 생태계를 품고 있는 한강',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순간의 배경이 된 한강'입니다.
대상과 최우수상에는 환경장관상과 상금이, 우수상에는 한강유역청장상과 상금이 있으며,
입선까지 포함해 총 33 작품에 시상하는 규모가 크고 전통이 깊은 사진전입니다.
특히 올 해는 휴대폰 분야를 신설하고 시민들의 일상과 한강을 담는 작품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바랍니다. 
접수 : 생태체험 통합시스템 사진공모전 안내 https://www.hanriver.or.kr/ecology/40100_info.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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