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불안한 걸까?
불안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불안에 대해 이해해야 해요. 불안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생존 본능에 기인해요. 인류의 조상들은 맹수의 습격 한 번이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환경에서 생활해야 했어요. 자연스레 우리 뇌는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위험 신호를 크게 해석하도록 진화해 왔어요.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평온하게 지냈던 사람들은 아마 살아남기 어려웠을 테고, 위험을 민감하게 인식하며 살아남은 사람들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우리는 자연스레 위험을 크게 해석하고, 실패와 변화에 두려움을 느끼게끔 최적화된 거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급속히 변했지만 우리 뇌의 작용은 과거와 비교해서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뇌는 실제로는 전혀 위험하지 않은 수많은 자극들을 위험신호로 인식해서 경고를 보내고 불안을 부추겨요. 과거에는 생존에 도움이 되었던 뇌의 작용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오히려 스트레스와 불안증을 야기할 수 있는 거죠.
불안한 마음에서 도망가기 쉬운 시대
사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건 불안한 마음을 관찰하는 거예요. 우리가 하는 걱정의 90%는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걱정이라는 말처럼, 불안한 마음의 대부분은 우리 마음의 왜곡된 인식에 의해 만들어졌어요. 어두운 밤에 멀리서 검은 봉지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귀신으로 착각하는 것처럼, 불안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지 않으면 두루뭉술하고 실체 없는 불안을 진짜라 여기며 두려움에 잠식당할 수 있어요.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가 불안을 만났을 때 가장 자주 하는 행동은 불안한 마음을 회피하기 위해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거예요. 스마트폰 게임이나 소셜미디어 무한 스크롤, 콘텐츠 소비는 불안을 회피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에요. 무한정 시간을 쓸 수 있는데 재미까지 있으니 회피는 점점 심해지죠. 일시적인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고, 폭식을 하기도 해요. 우리가 이렇게 회피하며 불안을 직시하지 않을수록 불안은 점점 더 왜곡되고 커지게 되죠.
불안에서 도망가지 말고, 불안과 친해지기
불안한 마음이 전혀 들지 않게끔 할 수는 없어요. 불안은 인간이라면 느낄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니까요.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불안한 마음이 들 때 회피하거나 도망치는 대신 불안을 직시하며 관찰하는 거예요. 불안이 가지고 있는 속성을 알아차리면, 사실 종이호랑이처럼 실체가 없는 허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그럼 불안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오늘 밑미레터에서는 구체적인 방법 두 가지를 소개할게요.
첫째. 불안을 느끼는 이유를 파고들어가 봐요. 이를테면 ‘왜’라는 질문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하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는 거죠. 예를 들어 ‘미래가 불안하다.’라고 느낀다면 ‘왜 미래가 불안하다고 느끼지?’라는 질문에서 시작할 수 있어요. 나오는 답변에 꼬리를 물며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아주 구체적으로 들어가는 거죠. 이때 글로 쓰며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해요. 생각은 중간에 길을 잃을 수 있거든요. 글로 쓰는 행위는 그 자체로 관찰의 효과가 있어서 훨씬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게 해줘요.
둘째. 자연의 변화를 관찰해요.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잘 모르거나 예측 불가능한 것에 대해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에요. 이런 본능은 변화를 두려워하게 만들고, 미래에 대해서도 막연한 불안을 느끼게 만들죠. 우리는 자연을 관찰하며 고정된 것은 없다는 것을,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야말로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어요. 특히 산책하며 자연을 관찰한다면, 몸을 움직일 때 나오는 좋은 호르몬이 더해서 우리가 불안에 휩싸이지 않고 불안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