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영화제 성적으로 보는 주목할 만한 아프리카영화>
No.9(20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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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영화제 성적으로 보는 주목할 만한 아프리카영화>

칸국제영화제(프랑스), 베를린국제영화제(독일) 등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아프리카 영화가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다가오는 제96회 아카데미상(미국)에도 상당수의 아프리카 영화가 후보작으로 선정된 만큼, 아프리카 영화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본 위클리에서는 주목할 만한 최신 아프리카 영화를 소개하고 지난 2월 이집트에서 개최된 룩소르 아프리카영화제(Luxor Africa Film Festival: LAFF)를 다루어본다.

포 도터스 ©Tanit Films

+ 세계가 주목하는 최신 아프리카 영화
1. 다호메이(Dahomey): 베냉, 세네갈, 프랑스
세네갈, 베냉, 프랑스가 합작하여 제작한 마티 디오프(Mati Diop)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2024 제7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Golden Bear for Best Film)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프랑스 박물관에 보관되었던 다호메이 왕국(Kingdom of Dahomey)* 보물 26점이 프랑스에서 베냉으로 반환되는 과정과 그에 대한 베냉인의 반응을 그리고 있다. 해당 보물들은 프랑스 식민통치 시절 베냉에서 프랑스로 건너간 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께브랑리 박물관(Musée du Quai Branly)에 전시되어있었으나 반환 운동을 펼친 끝에 베냉으로 반환되었다.

*1600년부터 1904년까지 번성했던 왕국으로 현재의 베냉 남부 해안지역에 위치했다. 대서양 노예무역 시기, 노예무역에 개입하며 강력한 전제국가로 성장했으며,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정예부대인 다호메이 아마존(Dahomey Amazon)으로 유명하다. 다호메이 왕국은 19세기 말 프랑스와 두 차례 전쟁을 치른 끝에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었고 1904년 프랑스령으로 편입 되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영화제에서 아프리카 영화가 황금곰상을 수상한 것은 2015년 마크 돈포드메이(Mark Dornford-May) 감독의 남아공 영화 <유카르멘 에카예리차(U-Carmen eKhayelitsha)>(2005) 이후 두 번째이다. <다호메이>의 메가폰을 잡은 마티 디오프 감독은 세네갈 출신 프랑스인으로 세네갈 청년 문제를 다룬 첫 장편 연출작 <애틀랜틱스(Atlantics)>(2019)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최초의 흑인 여성 감독이며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2. 포 도터스(Four Daughters, Les filles d’Olfa): 튀니지, 독일,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카우테르 벤 하니아(Kaouther Ben Hania) 감독의 튀니지를 배경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유수 국제영화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3 제76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다큐멘터리상(L’Oeil d’Or)을, 2023 제40회 뮌헨 국제영화제에서 최고국제영화상인 아리어워드(Arri Award)를 수상했다. 다가오는 2024 제96회 아카데미상에서도 장편 다큐멘터리상 부문(Best Documentary Feature)의 후보작으로 선정되었으며 한국에서는 2023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다.

이 영화는 튀니지에 사는 미혼모 올파(Olfa)와 네 딸에 관한 이야기이다. 네 딸 중 첫째 딸과 둘째 딸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기 위해 리비아로 떠났는데, 영화는 이 올파 가족의 비극적인 가족 이야기를 복기한다. 실제 2015년 튀니지에서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으며,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들과 배우들이 함께 출연하는 독특한 재연 드라마 방식으로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특히 어머니 올파의 경우, 올파 본인과 배우 헨드 사브리(Hend Sabri)이 함께 출연하며, 당사자인 동시에 관찰자로서 자신과 과거 딸들의 행적을 돌아본다.

3. 그 모든 거짓말의 어머니(The Mother of All Lies, Kadib Abyad): 모로코,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스매 엘 무디르(Asmae El Moudir) 감독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로 제76회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Un certain regard) 부문에 초청되어 감독상(Directing Prize)과 다큐멘터리상(L’Oeil d’Or)을 동시에 수상했으며, 2023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다. 감독 자신의 할머니를 중심으로 가족 역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1981년 모로코 정부의 식량 정책에 맞선 민중 항거 등 모로코 현대사를 다루며 개인적인 역사와 국가적 역사를 융합한다.

엘 무디르 감독은 모로코 출생 감독이다. 모로코 국영방송 SNRT, BBC, 알자지라(Al Jazeera) 등 방송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경험이 있고 중편 다큐멘터리 영화 <더 포스트카드(The Postcard)>(2020)에서 어머니를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업을 한 바 있다. 이후 동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그 모든 거짓말의 어머니>에서 이 정체성을 찾는 작업은 할머니로 연결된다.

4. 하운즈(The Hounds / Les Meutes): 모로코, 프랑스, 벨기에,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카말 라즈라크(Kamal Lazraq) 감독의 액션 느와르 영화로, 2023 제76회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Un certain regard) 부문 심사위원상(Jury’s Prize)과 2023 제34회 스톡홀름국제영화제 각본상(Best screenplay)을 수상했다. 모로코 카사블랑카(Casablanca) 교외지역에서 경범죄를 저지르며 지역 마피아에 결탁해 살아가던 하산(Hassan)과 이삼(Issam) 부자(父子)가 한 남성을 납치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하지만 일이 잘못되어 그를 죽이게 되고, 영화는 이들이 시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여준다.

라즈라크 감독은 2011년 <드라리(Drari)>(2011)로 칸영화제 학생영화상인 시네파운데이션(Cinéfondation) 2등을 수상한 후 약 12년 만에 첫 장편 영화 <하운즈>로 칸에 복귀해서 수상까지 하는 쾌거를 얻었다.

5. 굿바이 줄리아(Goodbye Julia / Wadaean Julia): 수단, 이집트, 스웨덴,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모하메드 코르도파니(Mohamed Kordofani) 감독의 첫 장편영화로 2023 제76회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Un certain regard) 부문 프리덤상(Prix de la Liberté)과 2023 시카고국제영화제 신인감독부문(New Directors Competition) 로저에버트상(Roger Ebert Award), 싱가포르국제영화제 관객상(Audience Award) 등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룩소르 아프리카영화제에서도 상영되면서 주요 아프리카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이 영화는 수단 북부(Northern Sudan) 출신*의 은퇴한 가수 모나가 살인 사건을 은폐한 후 망자의 아내인 줄리아와 아들 다니엘을 자신의 집으로 받아들이는 이야기이다. 죄책감에 쌓인 모나는 줄리아에게 남편 죽음에 대한 자신의 책임 소재를 털어놓지 못하고 과거를 뒤로 하고 현재에 집중하려고 하지만 수단의 국가적 혼란이 그녀의 가정에도 덮치게 된다. 계급, 성별, 인종 문제에 직면한 두 여성 모나와 줄리아 간 의외의 유대감이 나타나지만 북부와 남부 사회의 긴장이 폭력으로 번지면서 이 두 가족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맞게 된다.

*영화는 남수단이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2011년 직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 제13회 룩소르 아프리카영화제로 들여다보는 다채로운 아프리카 영화
비영리기구(NGO) 독립샤밥재단(Independant Shabab Foundation: ISF)에서 주최하는 제13회 룩소르 아프리카영화제가 지난 2월 9일부터 15일까지 이집트의 역사도시 룩소르*에서 개최되었다. 룩소르 아프리카영화제는 이집트 시나리오작가이자 배우인 사이드 푸아드(Sayed Fouad)와 이집트 배우이자 감독인 아자 엘 호세니(Azza El Hosseiny)가 구상한 범아프리카 영화제로 2012년에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동 영화제가 개최되는 룩소르는 나일강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4천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번 제13회 룩소르 아프리카영화제의 슬로건은 “모든 색채의 아프리카(All Colors of Africa)”로, 엘 호세니 감독은 이 영화제가 세계에서 문화·인종·언어·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대륙인 아프리카를 잘 보여주는 축제라고 강조했다. 모든 아프리카 영화의 목소리를 담고 있으며, 특히 북아프리카, 남아프리카, 서아프리카, 동아프리카, 중앙아프리카 등 아프리카 지역이 골고루 드러나도록 노력하고 심사위원단도 이를 고려해 공평하게 구성한다고 언급했다.

룩소르 아프리카영화제는 매년 한 아프리카 국가를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조명하는데, 올해는 말리가 선정되었다. 엘 호세니 감독은 말리의 경우 영화 산업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최근 아프리카 영화사에 기록될 만한 영화인을 배출했다며 2023 칸영화제 감독주간(Cannes’ Directors Fortnight)에서 황금마차상(Carrossse d’Or)*을 수상한 아프리카 영화의 거장 술레이만 시세(Souleymane Cissé) 감독을 대표적인 예로 언급했다.

*프랑스영화감독협회(La société des Réalisateurs: SRF)가 칸에서 열리는 감독주간 개막식에서 수여하는 상으로 혁신성, 독립적 자세, 대담함 등을 갖춘 감독이 선정된다.

술래이만 시세 감독은 50년 이상 활동하면서 칸에 여러 차례 초청되었다. 1987년 가족 영화 <밝음(Yeelen)>(1987)으로 당시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는데, 이 영화는 2016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1995년 <와티(Waati)>로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프랑스영화감독협회는 “시세 감독은 말리의 다종교 문화에 뿌리를 두고 여러 차원에서 시와 정치, 사회 비판과 신화를 버무려 작품을 세상에 내보였다. 가난한 자, 여성, 반체제 인사에 대한 억압에 목소리를 내고 종교적, 경제적, 가부장적 보수주의에 맞서면서도 이데올로기를 앞세우지는 않았다. 시세 감독은 인간 본성이 갖는 모호함과 모순을 우아하게 포용해왔으며 시공간을 초월한 가치를 표현했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동 영화제는 세네갈 영화인들도 비중 있게 소개하였는데,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서 상업 장편영화를 찍은 최초의 여성감독 고(故) 사피 파예(Safi Faye)에게 특별한 경의를 표했다. 파예 감독은 여성과 농민의 삶에 주목하여 탁월한 작품들을 만들어 낸 바 있다. 영화제 측은 “파예 감독은 아프리카 여성 최초로 영화를 제작할 용기를 냈으므로 그녀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은 동 축제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아프리카 영화의 아버지(Father of African cinema)”로 일컬어지는 고(故) 우스만 셈벤(Ousmane Sembène)* 감독의 탄생 100주년을 축하했다.

*1923년 세네갈에서 출생한 아프리카 영화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이자 프로듀서, 작가로 프랑스와 아프리카를 오가며 활동했다. 1956년 첫 소설 <흑인 부두노동자(Le Docker Noir)>를 발표하며 평단의 찬사를 얻었고, 데뷔작 <흑인소녀(La Noire de...)>(1966)로 세계의 수많은 영화제에 초청 되었으며 이후에도 수많은 역작을 남겼다. 특히 할례 폐지를 위해 투쟁하는 여성을 그린 영화 <물라데(Moolaadé)>(2004)는 2004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2024 제13회 룩소르아프리카영화제에서 장편영화 최우수상은 앞서 소개된 <굿바이 줄리아(Goodbye Julia)>가, 단편영화 최우수상은 케냐 영화 <사랑의 행위(Act of Love)>가 차지했다. <사랑의 행위>는 작가인 셸리 기통가(Shelly Gitonga)가 자신의 이야기에 기반해 쓴 내용으로, 산후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 PPD), 모성애의 이면 등을 보여준다. 위태롭게 생계를 이어가던 어린 엄마 줄리아나는 유명 회계회사 최종 후보까지 오르지만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떨어지고 이에 절망한 줄리아나는 자신의 모성애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에릭 음완기(Eric Mwangi) 감독의 <사랑의 행위>는 몸바사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단편영화상(Best short film)과 최우수각본가상(Best scriptwriter)을 수상한 바 있고 잔지바르국제영화제, 헐리우드 아프리카 시네마 커넥션(Hollywood African Cinema Connection) 등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룩소르 아프리카영화제에서 케냐 단편영화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에서 한국과 미국 영화 관객 점유율의 합이 83.5%를 차지한다. 2023년 전체 상영작 중 한국, 미국, 중화권, 유럽, 일본을 제외한 여타 국가 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겨우 0.3%에 불과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상영작들은 특정 국가에 편중된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지역의 영화는 낯선 세계를 쉽게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세계가 아프리카 영화의 다양성과 우수성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이번 주말에는 영화를 보며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는 기쁨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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