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의 북 디자인 탐험기를 들려드릴게요.

일곱 번째 마티의 각주*는 <우리가 사랑한 북 디자이너 01> 입니다. 독자의 첫 눈길을 끌어오기도, 글의 생명을 마지막까지 책임지기도 하는 역할이죠. 쉽지 않은 시기에 1인출판사를 시작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멋진 분들과 호흡을 맞춰 보기에도 좋은 책을 만들어온 마티의 북 디자인 탐험기를 들려드릴게요.
궁합도 안 본다는 책이랑 디자이너랑 - 오랜 인연과 다가올 인연
by 에디터 J

결정하고 나면, 그러니까 독자들을 찾든지 만들어내든지 우짜든동 이 책(또는 원고/기획/콘텐츠 등)을 출판하겠다고 마음먹고 나면, 그 직후에 다가오는 거대한 걱정거리는 원고도 아니요 편집도 아니요 솔직히 마케팅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디자인이었어요.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모든 사례가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대단히 많은 경우에 텍스트는 디자인과 한 쌍이 되어야 그 힘이 강해집니다. 모든 글은 찰떡궁합 디자인을, 천생연분 디자이너를 꿈꿉니다.


1인출판사로 시작한 마티디자인도 혼자서

편집이며 디자인이며 제작이며 이리저리 뛰며 완성한 <혁명을 팝니다>(2005)는 원저작권사로부터 디자인 문의를 받았던 첫 책이에요. 급진적인 반문화와 저항이 결국 체제에 포섭되고 마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그러니까 록, 재즈, 펑크, 레게, 힙합, 담배, 남자의 장발, 여성의 쇼트 컷, 턱수염, 문신, 겨드랑이 털, 서핑 등의 반문화는 후기자본주의의 빅히트 상품이라고 주장하는 철학자들의 위트를 겸비한 날카로운 문화비평서인 이 책의 원서 표지는 아래 왼쪽과 같았어요.

한국어판을 출간한 직후에 Harper Perennial 디자이너가 메일을 보내왔습니다디자인 아이디어를 이용해도 되는지에 관한 문의였고저는 흔쾌히 써도 좋다고 답장했지요다음 해미국판표지가 바뀌었습니다.
디자인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제가 아이디어 하나로 밀어붙인 이 책의 표지는 어색하고 촌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인데가장 낯뜨거운 지점은 내용을 많이 많이 보여주려는 과한 사명감입니다체 게바라에서 <매트릭스네오까지정말 수다스러운 표지네요.
리커버 에디션을 출간하고 싶으나유명 브랜드로 치장하고 양쪽 손목에 두른 롤렉스가 떨어져나갈 듯 팔을 휘젓는 유명 힙합퍼들을 보며 이 책의 시효성에 자신이 없어져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답니다.
슬라보예 지젝의 <시차적 관점>(2009)도 그저 아이디어 하나로 마감을 한 표지인데한겨레 고명섭 부장님(당시 문화부 기자)이 개인적으로 그해 최고의 디자인이라고 해주신 칭찬을 두고두고 잊지 않으려 합니다그러나 누가 봐도디테일도 비율도 엉망인 상황에서저는 디자이너 가필드를 만나게 됩니다. (<생각의 탄생>(에코의 서재, 2007)을 가필드 님이 하셨답니다.)


첫 디자인 외주가필드 디자이너

1기가를 차곡차곡 담은 커다란 찬합 크기의 외장하드를 핸드백처럼 끼고 가필드 님을 만났습니다드라마 <커피프린스>를 촬영해 24시간 장터처럼 붐비던 그 유명한 카페 바로 옆 몹시 한가한 카페에서가필드 님은 저에게 1인출판사 운영에 관해 질문했고저는 쿽익스프레스 4.1은 어째서 3.3보다 더 자주 다운되는가에 관해서 토로했답니다솥밥 뜸들 듯작업 속도에 불조절이 중요한 파트너였어요궁합 좋은 원고를 준비해 다시 함께 작업할 수 있기를... 그리고, 이 편지지를 빌려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현재까지 사용 중인 "마티"의 로고는 가필드 님께서 디자인해주셨답니다. 깊이 감사드려요~ 꾸벅! (로고 변천사는 다음 기회에 더~)


오랜 인연의 시작땡스북스 스튜디오와 에드워드 사이드 선집

지금은 서점 땡스북스와 인덱스를 운영하는 이기섭 대표님만큼 명랑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디자이너(라기보다 넒은 범위에서 업계 선배)를 본 적이 없어요단단한 레몬한여름 프로세코벙어리장갑 같은 단어들이 떠올라요따뜻하고 정중하면서 서슴지 않고 친절하신 성품이신데여러 작업을 함께하는 동안 디자인 때문에 걱정하거나 시간에 쫓긴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땡스북스 스튜디오와는 여러 작업을 오래 함께했는데, 그중 사이드 선집 개정판 작업이 큰 일이었죠. 세트 작업 디자인을 할 때는 손에 쥔 원고가 단 하나뿐이어도 시리즈 전체 컬러의 채도명도를 모두 가늠하고 개별 작업을 시작한다는 것을실무에서 그것을 어느 범위까지 정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 책이기도 해요. 사이드 선집 중 저의 최애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2008; 2012)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세요!
당시 땡스북스 스튜디오에는 이기섭 대표님 이외에 함께한 디자이너들이 많았어요모두들 잘 지내는지 궁금하고 보고 싶네요. <혼자를 기르는 법>(창비, 2007)을 쓴 김정연 씨와 <클래식 음반 세계의 끝>(2013)을 작업했는데그때 그림 그리고 글을 쓰는 혼자만의 작업을 곧 시작하려고 해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그래서 <혼자를 기르는 법>이 나오자마자 교보문고에서 냉큼 집어 왔답니다.

마티의 책들과 만난 천생연분 디자이너 이야기는 만석꾼지기 곳간처럼 풍성하게 쌓여 있습니다홍은주+김형재 스튜디오베를린에서 종종 소식 전해 오는 신덕호 디자이너모든 시안이 A안인 박연미 디자이너, 워크룸성실하고 수줍던 최윤선 디자이너, (제가 경험한 바세상에서 가장 운전을 잘하는 ab 스튜디오 이원재 대표… 올해가 가기 전에 곳간 문 활짝 열어 나누어볼게요.
마티의 동네친구(1) 진부책방 스튜디오

마티는 망원동과 연남동 사이, 서교동 끄트머리에서 일하고 있어요. 아늑하면서도 감각 있는 이웃을 소개해 봅니다.ᵔᴥᵔ 첫 번째 주인공 진부책방은 매력적인 작품으로 가득찬 서가와 햇살 좋은 라운지가 있는 문학•예술서점이에요. 기분 전환이 필요한 날, 시집 한 권 사서 커피 마시며 읽는 시간과 이곳에서 열리는 낭독회, 상영회, 연주회 참가를 추천합니다.
마티의 동네친구(2) 훈고링고 브레드

빵덕후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곳이지요? 페어에서 만날 때마다 완판이라 맛보지 못했던 훈고링고의 파운드케이크와 카눌레를 사무실 코앞에서 데려올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더라고요. (복지가 +1되었습니다♥)
바닐라향이 좋은 겉바속촉 카눌레와 드립커피에 우유를 살짝 타주시는 카페오레의 조합이면 오후가 든든합니다.

마티 편집자와 디자이너는 오랜만에 마감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지금 한창 마지막 교정+표지 시안 작업을 진행중인 책은 <감정, 이미지, 수사로 읽는 클래식>입니다. 곡이 슬프게 들리고 나를 설득하려 드는지 등을 음악의 문법과 구성으로 설명하는 책입니다. 작곡가와 작품을 둘러싼 에피소드, 명연주 명음반 목록은 하나도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안으로 곧장 깊이 들어가 음악 듣는 귀가 뜨이게 해줍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각주 다는 사람들
🍏에디터S   ⚡️에디터J    🐶에디터P    🧶디자이너J    🍷마케터J 
이번 주 마티의 각주*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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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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