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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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아리가또!
경향신문 뉴스레터
2023.03.15. 수요일
"국가 정체성 및 소속감을 흔들었어요. 우리가 왜 함께 같은 국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인가 하는 근본적 공감을 무시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지난주 점선면Lite에 오늘의 점선면 주제 <강제동원 '해법'이라는데, 왜 한국만 부글부글할까요?>를 예고하자 한 독자님이 이런 의견을 주셨어요.

많은 구독자들께서 강제동원 해법을 비판하는 의견을 보내셨는데, 그중에서도 자신이 발딛고 선 공동체에 회의감이 들었다는 이야기는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참 아이러니해요. 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덤덤한데, 전쟁 피해를 당했던 한국은 스스로 그 해법을 제시하고도 혼란에 빠졌어요. 이 와중에 미국은 뜻대로 일이 풀려간다며 환호하고요.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각국의 태도, 오늘 점선면은 그 배경에 깔린 맥락과 관점을 살펴보려고 해요.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김유진 워싱턴 특파원과 함께 준비했어요.
서울 용산역 앞에 있는 강제징용노동자상. 권도현 기자
피해국이 스스로 갚는 배상금

  • 외교부는 지난 6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국내 기업이 낸 기부금으로 배상금을 변제한다는 방안을 발표했어요.
  • 이 변제안은 한국 사법부 결정에 대한 조치예요. 대법원은 2018년 미쓰비시중공업·신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 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1억~1억50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어요.
  • 하지만 당시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았고요, 오히려 2019년 수출규제로 보복했습니다.
  • 문재인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를 예고하며 응수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이 갈등을 끝내겠다며 이번 변제안을 발표한 거예요.
  • 한국 기업의 자금으로만 배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이 변제안의 특징*입니다. 미쓰비시 등 전범기업은 물론 일본 기업은 아예 참여하지 않아요.
  • 국내 여론은 좋지 않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는 반발했고, 결국 정부의 변제안을 거부한다고 밝혔어요. 시민사회와 야당은 거리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어요.
  •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새로 반성하거나 사죄하지 않고 무척 건조하게 반응했습니다. 미국은 한·일 관계 개선 조짐이 보인다며 환호했고요.

    *이 같은 배상 방식을 ‘제3자 변제’라고 불러요. 문재인 정부 때 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여야 국회의원들이 처음 제안한 방식인데, 당시엔 일본 기업도 참여하는 것으로 구상했어요. 이에 관해서는 문 전 의장의 인터뷰 기사에서 자세히 살펴보실 수 있어요.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배상금을 한국 기업 기부금으로 갚는 방안을 발표하자 국내에선 반대 목소리가 분출했지만 미국 정부는 환호했습니다.
1. 미국이란 '보이지 않는 손'

"앞으로의 한국 역사가 달려있습니다. 잘못한 건 일본인데, 어떻게 한국 기업들이 돈을 모아서 낼까요? 뉴스를 볼 때마다 답답합니다."(체리님)


"전범국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도 없을뿐더러 전범국과 기업은 어디로 가고 피해국과 기업이 배상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서귀돌이님)


구독자님들이 보낸 의견이에요. 미쓰비시 같은 전범기업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일본 기업들도 아니고, 오로지 한국 기업들만 배상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강제동원 피해를 당한 국가가 굳이 이런 선택을 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3년 전 일본의 수출규제 당시 국내 반일감정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도 정부는 왜 이 길을 택했을까요?


지난 2월28일 점선면Lite <강제동원 문제가 풀리지 않는 이유>편에 인용한 유신모 외교전문기자의 설명을 다시 인용할게요.


"미국은 유럽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처럼 아시아 동맹국 간 안보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어요. 그래서 오는 5월에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의 의미가 매우 크고, 여기에서 한·미·일 정상이 손잡고 화합하는 장면이 하나 나와야 하는 거죠. 그런데 한국은 G7 국가가 아니니까 일본이 초청해야만 갈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정부로서는 강제동원 문제를 그 전에 풀어야만 하죠."


이 모든 과정을 실질적으로 추동하는 건 미국이란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조태용 주미대사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행사에서 강제동원 해법을 "한국과 일본에 관한 것만이 아닌, 미국과 한국의 관계에 관한 결정"이라고 했어요.


현장에 있었던 김유진 워싱턴 특파원은 이 발언이 "'보이지 않는 미국의 손'을 보이게 만든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지난 1월13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어깨에 손을 얹고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2. 과거사는 묻고 중국으로 가!

그럼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굳이 화해시켜서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요?


미국의 눈은 중국을 향하고 있습니다. 유신모 기자는 지난 202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국, 미국, 일본 정상이 낸 공동성명에 주목했어요.


"그때 3국이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했어요. 거기에 북한 미사일 경보 관련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내용이 있어요.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대응'을 한·미·일 협력의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미국은 눈높이가 달라요. 한반도를 넘어서 중국까지 겨냥하고 있는 거예요."


미국의 눈높이에서 볼 때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은 아주 유용한 카드입니다.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란 말 혹시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점점 힘을 키워가는 중국을 의식해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추진한 이른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말합니다.


일본은 그즈음부터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국가가 되었어요. 아베 신조 총리 집권기인 2015년 집단적 자위권(밀접한 국가가 공격을 받으면 자국이 직접 공격받지 않았더라도 무력을 쓸 권리)을 확보하고 군비 증강에 주력할 수 있었던 이유예요.


"일본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개념을 들고나왔었는데, 미국이 이것을 차용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완성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미국의 지역, 세계전략에서 일본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기도 합니다."(김유진 특파원)


유신모 기자는 이 같은 조건 속에서 한·미·일 관계를 이렇게 분석합니다.


"미국이 한·일 모두에게 압박을 가해도 한국이 느끼는 강도는 일본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강해요. 일본은 이를 잘 알고 있어서 한·일 갈등 이슈에서도 강하게 버틸 수 있는 거죠."

미국은 대중국 전략을 완성하기 위해 한국·일본과의 '삼각공조'가 꼭 필요했어요. 그래서 '전범국가'인 일본의 재무장을 허용하고, 한국이 일본과 과거사를 원만하게 풀도록 유무형의 압박을 가했습니다.
강제동원은 분명히 전쟁 범죄이자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이에요. 아직 그 피해자들이 생존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외교적 역학 관계 때문에 이 문제를 그냥 덮듯이 넘어가기는 어려워요. 현재 정부 해법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강제동원 문제 등 과거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한국과 아주 달라 보여요. 과연 그 차이는 얼마나 클까요? 또, 그 차이는 어디에서 벌어지기 시작했을까요? 이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지 판단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거예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들이 일했던 장소인 군함도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1. 일본🏯


한국 정부는 애초 한국 기업이 낸 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안을 제시하면서 일본에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했어요.


하지만 그간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새로 사과하거나, 배상에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엔 도통 관심이 없어 보였어요. 한국 정부가 배상안을 발표하자 일본 안보에 이익이 큰 지소미아 정상화만을 은근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나를 받으면 다른 하나를 내주는 '거래'가 정치나 외교의 동력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단단한 '명분'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대목이에요.


일본의 명분은 1965년 체결한 한·일 청구권 협정*입니다. 당시 이미 강제동원 문제는 양국 사이에 쟁점이었고, 일본은 그 협정으로 강제동원 등에 관한 청구권 문제를 완전히 해소했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요. 이는 한국 정부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일본은 이번에 조금도 꿈쩍하지 않았어요.


일본 사회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해요. 제도권 언론의 논조를 보면 그렇습니다. 수출규제 등 이후 쟁점을 풀어나가는 속도를 서로 다르게 잴 뿐이지, 일본이 사과 혹은 사죄하는 새로운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가령, 아사히신문은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한 다음날인 3월7일 1면에 "한국의 '해결책'과 일본의 '호응'이 모여 징용공 문제가 하나의 결착이 나게 됐다"고 보도했어요. 기시다 총리가 의회에서 한 의원의 질의에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답한 걸 '한국에 호응했다'고 본 거예요. '일본은 반응하지 않았다'는 국내 평가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아사히신문이 일본의 4대 전국 일간지(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 니혼게이자이) 중 그나마 '리버럴'한 매체란 점도 참고해야 하고요.


이런 명분과 여론을 바탕에 두고 움직이는 일본에 '성의'를 기대한 한국 정부. 외교는 확실히 그런 기대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굴복할 때 하더라도 일본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판단에 굴복하는 게 낫다"며 중재위원회 제소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유신모 기자의 관련 칼럼을 인용할게요.


"일본이 '국제법을 위반한 한국이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끝내 고수한다면 정부는 중재위원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중재위에서 승산이 높지 않다고는 하지만 한일청구권협정에 명시된 분쟁 해결 방법을 협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지더라도 중재위에서 강제동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보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일본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 국내적 갈등을 키우고 한·일 간에 앙금과 분쟁의 불씨를 남기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일 것이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일본은 당시 한국에 약 5억 달러를 지급했어요. 일본은 이 돈이 '경제협력금' 혹은 '독립축하금'이지, 배상금은 아니라고 해석합니다. 한국은 이 돈의 일부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했습니다. 2005년 한·일 회담 문서가 공개된 이후 한국 정부는 위안부·원폭피해자·사할린 동포 문제 등 3가지에 대해 일본의 추가 사죄와 배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강제동원 문제는 그 3가지에 포함되지 않았고, 한국 정부 역시 청구권 협정으로 이 문제가 해소됐다고 정리한 것으로 간주됐습니다. 2018년 한국의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이 일본의 강제동원 기업을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 미국🗽


앞서 나왔듯, 미국은 2012년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가동한 이후 중국에 대항할 한국·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섰어요. 현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이었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끌어내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한·일 과거사 갈등에 관한 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책임의 흔적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있습니다.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1951년 맺은 조약이에요. 이에 따라 일본은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등 국가들에 전쟁, 식민지 피해를 배상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세계질서를 주도하고 있었고, 이 조약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이때 한국은 태평양전쟁 시기(1941~1945)에 식민지가 된 국가가 아니라 1910년 한일병합조약을 맺었기 때문에 배상받지 못했어요. 미국이 한국을 일본과 전쟁을 벌인 국가라고 인정하지 않은 거예요. 만약 이런 조약을 통해 한국이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명확하게 밝혔다면? 적어도 강제동원 등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이 지금처럼 격하지는 않았을지도 몰라요.

일본 입장에서는 이 조약으로 한국 침략 범죄에 대해 면책받은 셈이에요. 그리고 이 조약 이후 세계질서는 냉전체제로 급속하게 재편됐고, 미국은 일본을 소련 등 공산권에 맞서는 파트너로 삼았습니다. 유신모 기자는 이런 역사를 짚은 기사 <'강제징용 해결' 미국의 환호가 적절치 않은 이유>에서 이렇게 썼어요.

"한국이 일본과 제대로 된 과거사 청산을 하지 못한 배경에는 미국이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서둘러 일본에 면죄부를 준 원인도 있다. 따라서 미국은 한·일 과거사 문제에 충고하거나 중재해야 할 제3자가 아니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당사자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균형감 없는 강제징용 판결 문제 해결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와 환호가 적절치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2019년 9월17일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위대 의장대 앞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책임 있는 당사자, 즉 미국의 당국자들은 오히려 한국이 일본의 군비 증강에 왜 반대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요. 두 번이나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유럽에서 신뢰받고 있고, 독일이 군비를 늘리는 것 또한 다른 유럽 국가들이 반대하지 않는 사례를 들면서요. 일본 역시 신뢰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입장이에요.

나치와 완전히 결별한 독일, 군국주의가 여전히 준동하는 일본을 대비하는데 익숙한 한국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시각입니다. 게다가 그 차이는 과거에서 끝나지 않고 현재의 위협으로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어요.

유신모 기자는 "일본의 군비 증강은 중국, 러시아, 북한을 자극하기 때문에 역내 군비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최대 피해자는 바로 한국이 될 것"이라며 "북핵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강제동원 피해는 인권 문제인데, 미국이 이에 관해서는 딱히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어째 부자연스러워 보여요. 김유진 특파원은 이렇게 진단했어요.

"위안부 문제는 인권 문제로 규탄받아야 할 반인륜적 범죄라는 인식이 확고했고,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국무장관 등도 그렇게 발언한 적이 있어요. 미 의회 차원의 결의안도 통과됐었고요. 반면 강제동원 문제는 미국이 보기엔 한국 대법원 판결로 촉발된 한·일 간의 갈등이고, 식민지에 대한 법률적 배상 책임 문제로 확대될 수 있어서 조심스럽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제동원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널리 알릴 방안을 찾고,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게 우리의 과제일지도 모르겠어요."


3. 중국🐼


우리는 정작 이 나라를 이야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의 마음이 당연히 편할 리가 없습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전략을 의식해 한국이 강제동원 문제를 묻고 가기로 했으니까요. 이후 중국 동향에 관한 기사가 많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한 이후 중국 안팎의 발언 수위가 높아졌다고 해요.


그저 '말폭탄'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한·미·일이 협력을 강화하면 북·중·러의 반작용이 일어나는 건 반복된 일이며,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무엇으로 응징할 것이냐는 중국의 판단만 남은 셈이에요.


문제는 한국이 중국의 대응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유신모 기자는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했을 때 한국 정부가 우왕좌왕했던 것을 지적합니다. 정부에 대중국 전략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란 거예요.


윤석열 대통령이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The buck stops here)"는 격언을 인용하며 밀어붙인 강제동원 해법, 그 파장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입니다.

태평양전쟁 이후 미국이 주도한 세계질서 하에서 일본은 한국에 대한 배상 책임을 면하게 됐으므로, 미국은 한·일 과거사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해요. 한국은 미국이 취하는 대중국 전략의 '최대 피해국'이 될 수 있으므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이를 대비해야 합니다.
☑️ 한국 정부가 최근 일본 기업은 일절 끌어들이지 않는 강제동원 배상금 변제안을 발표하자, 대중국 전략을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한 미국은 크게 반겼어요.

☑️ 미국은 과거 일본이 전쟁범죄 책임을 지지 않는 데 일정한 책임이 있는 국가이므로, 일본의 사과도 뒤따르지 않은 강제동원 해법에 환호하는 건 부적절해 보여요.

☑️ 한·미·일의 협력 강화는 동북아시아에서 북한·중국·러시아와의 긴장 관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외교적으로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요즘 강제동원 해법 관련 뉴스를 보면 자주 볼 수 있는 얼굴이 있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씨(92)입니다. 혹시 그 분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경향신문이 12년 전 양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소학교 6학년 시절 일본 헌병을 따라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의 비행기 공장으로 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강제동원 피해자 중에는 동원 당시 양금덕씨처럼 어렸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공장에서 폭력에 시달렸고, 죽어서야 공장 밖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어서 더 큰 희생을 당했고 제대로 기록되지도 못했습니다. 김유진 특파원의 말대로 강제동원 실상을 더 연구하고 더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이미 노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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