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감독 임선애)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25 〈69세〉
9월 9일 오늘의 큐 💡
Q. 765, 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

오늘의 인디즈 큐는 조금은 힘든 이야기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765. 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765원'이라고 한다면 적은 금액이 되겠지만, '765명'이라고 하면 결코 적은 인원 같진 않은데요. 경찰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접수된 60대 이상 노인 대상 성범죄 건수가 765건이라고 합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성범죄 피해자인 69세 '효정'의 시간을 그린 영화, 임선애 감독의 <69세>입니다. 
이 영화는 개봉도 하기 전부터 온라인 평점에 가해진 '별점 테러'로 화제가 됐어요. '영화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이 영화를 둘러싼 외부적 논란까지도 마치 우리 사회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분명 쉽지만은 않은 소재이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본 인디즈는 영화를 보기 전, 너무 미리 겁을 먹지 말라고 권합니다. 분명 그안에서 반짝이는, '봄볕'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더불어 현재 많은 여성들에게 가장 가까운 공포일 디지털 성범죄의 현실을 통렬히 다룬 영화, 정혜원 감독의 K_OO닮음_93년생.avi〉를 함께 소개합니다. 69세의 효정과 26세의 혜원의 싸움,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을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해보입니다. 그렇다면 그곳을 향해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너무 막막해지지 않도록, 여성영화인과 여성관객을 이어주었던 시간 'It's MY Turn! stage 1.' 김일란 감독의 강연 후기까지 함께 보내드려요. 우리는 이어져있다는 마음으로 힘을 내는 수요일이 되시길 바랍니다🤝

 〈69세〉 리뷰:
69세를 마주하는 당신에게

이 영화를 응원하고 싶지만 너무 힘든 장면을 마주하게 될까 두려워지는 당신을 위해 미리 말해둔다. 이 영화는 당신의 트라우마를 자극하지 않는다. 뜬구름 잡는 결말로 당신을 맥 빠지게 만들지도 않으며, 현실만으로도 이미 가뜩이나 부담스럽고 피로한 당신을 절망에 몰아넣지도 않는다. 선정적이지도, 함부로 목소리 높이지도 않는 이 영화는 단지 맑은 거울처럼 고요하게 당신을 비춰낼 것이다.

영화 〈69세〉는 병원을 찾은 노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젊은 간호조무사의 성폭행과 그에 맞선 여성의 투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안고 있다. 누군가는 이 영화가 개봉 전부터 의문의 평점 테러를 받았다는 소식으로 〈69세〉를 처음 만났을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기도 전부터 기이하리만큼 집요하게 깎아내리는 손은 누구의 손일까. 그들은 이 거울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 

다양한 사람이 효정의 세상을 스쳐가지만 든든한 도움의 손길은 없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기동력이 점점 떨어져가는 두 노인만이 싸움의 전선에 서 있을 뿐이다. 약자와 약자의 연대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물처럼 담담하게 흐르는 감정과 생각은 나직한 힘을 갖고 있다그렇게 영화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노년층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이중 층위를 세심하게 담고, 그러한 폭력에 가리워 사회에서 잘 보여지지 않았던 이들의 강인함까지 비춘다.

용기를 내는 게 당연한 나이 69. 69세가 된 효정 안에는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순간이 나이테처럼 얽혀 있을 것이다. 행간마다 효정이 봄볕에 눈물도 반짝이는 삶을 살아왔음을 가늠하게 해주는 전사가 녹아있다. 결국 이 영화에서 비춰낸 것은 효정이라는 한 인간, 피해를 입고 괴로워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인간, 비틀대면서도 맞서는 인간의 강인한 의지일 것이다.

제 이야기가 여러 사람을 불쾌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보는 건 아직 살아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 말을 자박자박 적어보면서, 효정은 멍들었던 손목과 손가락을 다시 펴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이 영화에서 진흙탕 같은 현실과 함께 이러한 용기, 그리고 연대의 힘도 보았다. 그래서 영화관에 들어갈 때는 마음이 무거웠지만, 새로운 힘을 받아 나올 수 있었다. 당신은 이 영화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 나는 당신의 거울에 어떤 생각과 마음이 비춰질지 궁금하다.

-인디즈 14기 정유선
26세, 혜원의 세상
26살 혜원은 전 남자친구와 함께 한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됩니다. 혜원은 전애인을 고소하고, 이사를 하고,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여전히 엄중한 범죄보다 가벼운 일탈 정도로 취급되는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뼈아픈 현실이에요. 동영상으로 끝나지 않는, 실존하는 여성들의 삶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게 만드는 단편영화 K_OO닮음_93년생.avi입니다.

 〈K_OO닮음_93년생.avi〉:
어떻게 싸울 것인가

성범죄 피해 이후 생존자의 삶을 다룬 영화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여기서 무게를 두고 읽어야 하는 부분은성범죄가 아닌피해 이후의 삶인데, 사실 성범죄 그 자체는 각종 장르(범죄, 추리, 스릴러, 액션 등)에서 오히려 아주 쉽게 사용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성을 서막으로 전개되는 극영화를 우리는 상당히 많이 봐 왔다. 하지만 극 속의 그 여성은 대개 극의 결말부 즈음 결국 죽거나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리고는 한다

따라서, 지금껏 비가시화된 성범죄 피해 생존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조명하는 영화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 최근 개봉한 임선애 감독의 <69>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29세 간호조무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고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69세 효정의 삶을 사려 깊게 다루었다. '어떻게 싸울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또다른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 정혜원 감독의 <K_OO닮음_93년생.avi>. 아마 제목을 보면 원치 않아도 바로 눈치채게 될 텐데, 맞다. 이 영화는 불법 촬영물 피해자 혜원이 성범죄를 겪고 난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숨김 없이 그린 작품이다

'숨김이 없다'는 수식을 사용한 이유는 영화 속 주인공 혜원의 삶이 지독하게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가해자인 전 애인을 신고해 벌금과 집행유예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에서도 그녀가 찍힌 촬영물은 계속해서 퍼져나간다. 끊임없이 재유포되는 촬영물을 완전히 삭제하기 위해 혜원은 사설 업체를 찾고 거액의 삭제 비용을 대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가해자의 범죄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이미 마음도 몸도 다 상했지만 영상이 언제 더 퍼질지 모른다는 불안까지 떠안고 살아가는 혜원을 보며 관객은 자연히 분노하며 현실의 혜원들과 함께 싸울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다
-인디즈 14기 박유진
💡 〈K_OO닮음_93년생.avi〉은 퍼플레이에서 감상 가능합니다.
모순의 세계에서 파도 타기
오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소 막막하고 우울해지셨을 인디씨커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언제나 함께라면 힘이 되는 법! 지난 'It's MY Turn! 여성영화인을 만나다 stage.1'의 마지막 시간, 김일란 감독과 함께한 <우리들> 상영 후 강연 후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립니다. 여성영화를 마주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관객들에게 김일란 감독은 그 복잡함이 우리에게 영화를, 사회를 바라보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말해줍니다. 머릿속이 다소 복잡했다면, 이 후기가 고민은 덜어주고 희망은 틔워줄 거예요💪 이 모순의 세계에서 험난한 파도를 헤쳐나갈 우리를 위해!
❗️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인해 9월중 예정된 'It's MY Turn! stage 2.' 일정은 전체 취소 및 연기되었습니다. 향후 재개되는대로 인디스페이스와 퍼플레이 SNS 및 홈페이지에 공지될 예정입니다. 우리 다시 안전하게 만나요😷
약간은 아님 말고의 태도로, 조금씩 나대지 마라는 목소리와 싸우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과 저항의 언어를 말할 것인가.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을 하고, 노력하고 애써서 일군 성과는 나의 성과로 인정하는 것. 혼란스러운 시대에서 절망하지 않고,우리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새롭게 만나갈 수 있는 시간이라 평가하며 다시 힘을 내는 것. 그것은 강의 제목대로 시선이고, 태도였고, 선택이었다. 
(...) 우리는 이런 식으로 서로에게 힘을 주고, 이렇게 함께하면서 더 강해지는구나. 그건 정말 행복한 깨달음이었다.
-인디즈 14기 정유선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실행에 따라 더욱 강화된 방역지침을 지켜주세요. 모두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협조 바랍니다. 극장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극장에서 만날 수 있도록!
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
1. 인디스페이스는 음식물 반입 금지 영화관입니다. 더불어 음료 섭취 또한 가능한 자제 부탁드립니다.
2. 영화 관람시에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세요.
3. 티켓 발권시 전자출입명부 QR코드 등록 혹은 수기명부작성은 필수입니다. (매회차 발권마다 진행)
오늘의 이야기가 재밌었다면, 구독페이지를 친구에게도 소개해주세요!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 인디스페이스
indie@indiespace.kr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 13, 서울극장 1층 02-738-0366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