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금) / No.16
 👕 가성비 옷,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나요
가성비 의류브랜드 하면 어디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유니클로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데요. '어떻게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이렇게 퀄리티 높은 옷을 뽑아내냐.' 업계 종사자들도 혀를 내두르게 만들고 좌절감을 준다고 할 정도로 유니클로의 명성은 자자합니다. 올해는 회사 설립 당시 35세였던 야나이 타다시가 유니클로 1호점을 연지 40년이 되는 해입니다. 히로시마 시내의 뒷골목에 있던 작은 캐주얼 의류점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상상한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요.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올해 8월로 끝나는 이번 회계연도에 매출 3조엔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하는데요. 현재 시가총액은 13조4000억엔을 훌쩍 뛰어 넘었고 '자라(ZARA)'를 운영하는 스페인의 인디텍스와 경쟁하는 세계적인 의류 기업이 되었습니다.
일본 도쿄 긴자 쇼핑지역의 유니클로 의류 매장.  ⓒ 뉴시스
 👗 "우리는 옷을 바꾸고, 상식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 패스트리테일링의 기업 이념을 나타내는 문구인데요. 한낱 패션 회사의 철학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거창한 말 같지만, 야나이 사장은 이 말을 매우 진지하게 추구해 왔습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기본인 의식주, 이 중 한 부분을 차지하는 옷은 라이프스타일 문화의 주요 요소입니다. 유니클로는 의류 문화를 어떻게 바꿨을까요?

지난 2005년 9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당시 신동빈 롯데 부회장(오른쪽 세번째), 야나이 타다시 FR사 회장(오른쪽 네번째), 이인원 롯데쇼핑 대표(오른쪽 다섯번째) 등이 런칭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fn DB
 📈 30년 내다본 혜안, 결국 맞았다
  • 야나이 사장은 1990년대부터 '만든 것을 파는 사업에서 팔리는 것을 만드는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 정보와 수요를 바탕으로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는데요. 일찍부터 정보와 유통업을 함께 생각해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 스마트폰도 없던 그 시절에 말이죠.
  • 매장 수가 아직 30개도 채 되지 않았던 1991년. 야나이는 가족 기업인 '오고리 쇼지'에서 패스트리테일링으로 사명을 바꾸고 "일본 제일"을 자처했습니다. 버블 붕괴의 대불황이 일본 전역을 휩쓸던 때도 매년 30개나 되는 점포를 출점하는 공세를 펼쳤고 '팔리는 물건을 만드는 사업으로의 전환'을 현실적으로 구상했습니다. 1998년 도쿄 중심부로 진출하면서 상황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인 '플리스(Fleece)'가 큰 인기를 끌었고, 2년 만에 매출이 4배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호황은 오래 가지 못 했죠. 1년 만에 매출이 2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각오로 시장에 뛰어든 영국, 중국, 미국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 그러나 오랜 기간 침체를 겪었던 해외 사업이 드디어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되는데요.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이 가져온 빅데이터가 리테일 업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입니다. 30년 미래를 내다 본 야나이의 구상이 실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옷은 도시락만큼 싸야 한다"
  • "나는 일찍부터 '옷이나 편의점의 도시락이나 같다'고 말했습니다. 조금 과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그 본질은 같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습니다." 야나이 사장이 최근 일본의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미국과 유럽에 대한 동경 탓인지 오래 전부터 일본에서는 브랜드나 패션성, 참신함 만이 강조돼 소비자는 옷의 가치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해 왔다는 게 그의 지론인데요. 옷도 도시락도 같은 상품이니 소비자들은 품질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살 권리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 삶은 풍요로워지고, 모든 젊은이들이 유행을 추구했던 1980년대. 곧 이어 터진 버블, 그리고 잃어버린 30년의 시작. 일본 의류 단가는 2010년대에 40% 이상 폭락했습니다. 이 틈을 유니클로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유니클로는 중국 위탁 공장을 축으로 폭발적인 생산에 고삐를 당겼습니다. 대량 생산은 '가격 파괴'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당시에 여전히 백화점에서는 몇 만엔이나 하는 의류들이 즐비했지만, 실제 매장은 파리만 날렸는데요. 반대로 값 싸고 질 좋은 유니클로 옷들은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지금도 회사는 기본적으로 자체 공장을 보유하지 않고 아시아의 파트너 공장에서 위탁 생산하고 있습니다.
  • 효율적인 생산 체계는 유니클로의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으로 치환됐습니다. 가격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유니클로는 유행을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업계에서 고안한 연간 트렌드와 스타일을 따라잡기 위해 소비자들이 노력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본 것입니다. 그보다는 안정적인 품질의 스테디셀러 제품을 다른 브랜드와 자유롭게 조합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는 일상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야나이의 철학이었습니다. 또 유니클로는 스포츠 의류 이외에 보온이나 신축성 등 과학적으로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기능성 의류도 최초로 판매했습니다. 역발상, 도전, 혁신이 지금의 유니클로를 만든 것이겠죠. 
서울 시내 한 유니클로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뉴시스
 🛍️ 다 같은 박리다매 브랜드 아니야?
  • SPA 브랜드 하면 유니클로 말고도 여러가지 브랜드가 떠오르실 겁니다. 유니클로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패스트패션의 대표 주자인 ZARA나 북유럽의 H&M은 유니클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격 파괴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는 철저하게 유행을 따라간다는 점에서 유니클로와 결이 다릅니다. 그럼 미국 SPA 브랜드인 '갭(GAP)'은 어떠할까요. 갭의 '청바지 판매를 대중화한다'는 창업 이념은 '옷을 싸게 팔아야 한다'는 유니클로의 가치와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 런데 야나이 사장은 "그들은 미국의 라이프스타일, 우리는 전 세계에서 팔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모두를 위한 옷'이라는 야나이의 선언은 계급의 개념 뿐만 아니라 민족의 개념마저 없애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히트텍의 따뜻함과 같은 기능성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도 그것이 세상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는 가치여서입니다.
지난 3월 패스트리테일링 본사에서 열린 입사식에서 야나이 타다시 사장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 X 캡처
 🌏 "직원들이여, 해외로 나가라"
  • 유니클로의 해외 전략은 매우 선명합니다. 그러서일까요. 유니클로의 직원이 되면 해외 근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데요. 실제로 지난달 1일 패스트리테일링 도쿄 본사에서 열린 입사식에서 야나이 사장은 약 270명의 신입사원들에게 "빨리 해외에 나가라"고 주문했습니다. 입사 1일차 신입사원들과 첫 대면식 자리에서 말이죠.
  • 올 봄에는 전년보다 약 40명 늘어난 총 400명의 신입사원이 유니클로로 입사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날 입사식에는 '글로벌 리더 후보'로 뽑힌 신입사원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야나이 사장은 "힘과 의지만 있으면 조속히 해외에 나갈 수 있다"며 "세계 제일의 팀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유니클로 매장은 전 세계 27개 국가 및 지역에 걸쳐 뻗어 있습니다. 유니클로 전체 매출에서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벌어들인다고 합니다.
written by Kyeongmin Kim(The Financial News)
edited by Jaekyoung Kim(The Financial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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