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2021년 10월, 나란히 섬 40
여러 나라에서 온 이주민이 다양한 이유로 쉼터를 찾습니다. 이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해프닝은 일상입니다. 이 해프닝이 사고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부득이 관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손이 필요하지 않은 거주자가 있습니다. 바로, 허가된 체류 기간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갈 날을 앞둔 이주노동자입니다. 이들이 쉼터를 찾으면 저희로서는 되려 한시름을 놓습니다. 거의 5년에서부터 길게는 10년 가까이 한국 생활에서 베테랑이 된 이들의 손길은 쉼터를 넘어 함께 거주하는 입소자들에게 도움을 줍니다. 우리는 이러한 수고에 감사하며 귀향길 선물을 소개하곤 합니다. 쉼터와 가까운 창신동 문구완구거리에 아이들을 위한 물품 또는 가족을 위한 인삼 등 약재가 있는 경동시장을 알려주고 동행합니다. 그렇게 마음과 몸, 모두 건강하게 고향길에 오른 이주노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여러 이주민을 둘러싼 문제들을 잊게 됩니다.
   같은 상황에 놓여있지만 다른 선택을 한 이들이 있습니다. 여느 귀환자와 달리 비행기 티켓팅이나 선물 등의 준비가 없습니다. 주로 한국생활을 정리하며 쉼터에 머무는 이들과 달리, 새로운 직장이라도 구하는지 외출이 잦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아래의 초대장을 받아든 건지 인사 한마디 없이 쉼터를 떠납니다.

[오징어 게임 초대장 - 출처: 인터넷]

   위의 초대장은 456억이 걸린 '오징어 게임'을 참가하기 위한 티켓입니다. 영화는 이 초대를 받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목숨을 걸고 경기에 오르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게임에 참가하는 것은 이주민이 미등록 체류 상태를 선택하는 것과 유사해 보입니다. 미등록 체류자는 앞으로의 생활 가운데 자신의 인권이 침해받을 수 있고, 건강권이 보장되지 못하여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일을 구하더라도 그들 자신의 노동권 보호가 취약하여 임금체불이나 산재 등 문제가 빈번하고, 이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각오해도 번의 단속, 불심검문, 신고 등을 통해서 강제추방될 두려움은 줄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처럼 빈곤과 실업 등 경제적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는 고향 대신 소위 '불법 체류'라는 게임을 선택합니다.
   '오징어 게임' 영화 안에서 주최자들은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영화 밖 우리는 그들이 사회로부터 게임으로 내몰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쉼터에 머물던 이주노동자가 초과 체류를 선택한 배경은 어떠할까요? 우리나라 외국 인력정책은 이주민의 이 땅에 머무름, 정주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전제는 '코리안 드림'의 기원이라 할 '아메리칸 드림'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미국은 체류허가를 받고 온 미등록자는 벌금과 세금을 납부하면 영주권을 받을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구제 제도를 생각하여 미등록자 신분으로 세금을 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초과 체류자 구제는 커녕, 10 넘게 선주민이 꺼려 하는 3D 업종에서 일을 하며, 세금을 내고 살아온 이들이 체류 기간을 연장할 방법조차 찾기 힘듭니다. 아메리칸 드림은 '기회의 땅'에서 행복을 그리는 꿈인데, 코리안 드림은 꿀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주민의 미등록 체류가 자발적이라 할 수 있을까요?
   미등록 체류 중인 이주노동자가 오징어 게임에  등장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알리의 얼굴을 한 여러 이주노동자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알리는 탈북민과 같은 소수자와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 오징어게임에 내몰렸습니다. 영화 속 캐릭터들 덕분에 알리와 같은 사람들이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상황을 걱정하고 동감하며 "미등록 체류 중인 알리의 산재가 보상 가능할까?"란 뉴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알리를 두고 불법체류자를 칭하는 "몰래 숨어들어 선주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를 저지른다"라고만 할 수 있을까요? 1시즌 종영을 맞은 오징어 게임와 달리, 또 다른 알리들이 오늘도 게임과 같은 삶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산재 노동자로 가족을 부양하려 게임에 참가한 알리와는 또 다른 이유들로 이주노동자가 미등록 체류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영화 속 착하기만 하던 알리위에 다양한 사연을 지닌 이름의 얼굴들이 겹쳐져 입체적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이들과의 인터뷰를 여러분에게 소개할 기회를 갖고 싶었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 이미, 우리의 이웃으로 존재하는 미등록 체류 중인 이주노동자를 소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9월 후원자 명단
단체후원금
공덕교회, 삭개오작은교회, 서울제일교회 루터회, 아산에이전시, 우리정공, 청암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 향린교회, 트립티

개인후원금

- CMS
Gudgeon Dan George, 강정범, 고유화, 권진관, 길재형, 김경곤, 김광래, 김귀주, 김명종, 김미란, 김민호, 김병관, 김병호, 김봉미, 김연숙, 김영선, 김영옥, 김영희, 김유석, 김은숙, 김익곤, 김준환, 김지원, 김현택, 김희숙, 남기창, 남혜정, 노미경, 명노철, 명노현, 박경태, 박상필, 박선희, 박우동, 박정미, 배창욱, 서동옥, 서미란, 서미애, 서은주, 석철수, 신광일, 신기호, 신상석, 신정민, 심영택, 안세원, 안은미, 염영숙, 오민석, 오상철, 오선희, 오수경, 유광주, 유희영, 이명주, 이상임, 이애란, 이에리야, 이용관, 이용자, 이은아, 이은진, 이정희, 이준호, 임창헌, 장근혁, 장형진, 장혜진, 전창식, 전현진, 전혜향, 정금주, 정동영, 정영진, 정재헌, 조성근, 조성백, 차경애, 차현숙, 채향숙, 최광수, 최은선, 최의단, 최헌규, 한상희, 한수연, 한정숙, 현정선

- 통장입금
김수곤, 김영미, 이수빈, 이형재, 채수일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는 
이주노동자와 함께 서기 위해 1997년 9월 2일 창립된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smcw28@gmail.com
서울 종로구 창신8길 13, 2층 / 02-3672-9472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