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번째 편지 : 실패, 낙관적 사고, 초코칩 쿠키

대학원서에도, 인턴 자소서에도 항상 빼놓지 않고 쓰던 말이 있었어요. ‘저는 빠른 판단력과 도전정신으로 낯선 일도 쉽게 시도하고, 회복탄력성이 높아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멋들어지게 처리합니다!’ 솔직히 그때는 제가 정말 그런 사람인 줄 알고 당당히 나의 강점에 기재했던 그 문장은 이제는 유효하지 않아요. 저는 어렸었고, 인생을 겪어본 적도 없었기에 회복할 것도 없었지요.

하나둘씩 크고 작은 실패들을 경험하고 좌절을 맛보면서 움츠러들수록 나의 강점이라고 자랑스럽게 썼던 문장들이 우스워지는 순간들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특히 근 일년 동안은 쌀을 이용한 양조를 배우면서 집에서 이런저런 술을 만들어 보고 있는데 가끔 이건 망했군. 하는 술들이 나오곤 합니다. 쌀로 빚는 술들은 효모를 잘 보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한 효모가 증식하고 당화와 알코올발효를 할 수 있도록 소독하고,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고, 가끔 저어주는 일들은 생각보다 섬세한 일이더라고요. 실패가 두려워 술 빚는 일을 미루고 있던 어느 날, 술 빚는 것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술도 많이 망쳐봐야 한다고, 그리고 술의 단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키면 된다고 했을 때 비로소 용기를 가지고 이것저것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술이 실패했을 때, 의기소침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전에 빨리 제게 남아있는 낙관적 사고를 최대한 발휘해 신 술은 신대로 맛있고, 단 술은 단대로 맛있고, 쓴 술은 쓴대로 맛있다 하고 넘겨버리려고 해요.

망치는 것의 두려움과 실패를 건강하게 이겨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위에 쓴 낙관적인 사고에 곁들일 유머입니다. (자조적인 블랙유머라도... 유머인게 어디에요.) 실패를 인정하고 현실을 직시한 사람들에게서만 나오는, 제게는 블랙유머와도 같은 노래들을 추천합니다
🎧 나이트오프 - 오늘의 날씨는 실패다

🎧 김뜻돌 - 사라져 (Feat. 사뮈)

구독자님, 저는 종종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달다구리로 스트레스를 풀곤 해요. 가끔은 머리가 찌르르 해지는 단맛이 맥주 한 캔이나 와인 한 잔 보다도 더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초코가 들어가 있는 디저트는 저를 배신한 적이 없어요. 최근에 초코칩 쿠키랑 브라우니와 관련썰 몇개를 읽고 나서 초콜릿 디저트에 대한 사랑이 더욱더 커졌지 뭐예요. 브라우니는 사실 초코케이크 반죽에 베이킹파우더를 넣는 것을 깜빡한 바람에 찐득찐득해진, ‘망쳐버린 초코케이크’ 였다는 유래가 있어요. 한편, 초코칩 쿠키는 초코 반죽이 다 떨어져서 급하게 초콜릿 칩을 넣었는데, 당연히 녹을 거라고 생각했던 초콜릿이 송송 박힌 채로 구워진 '실패작' 이었다는 소문도 있대요.

그동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문장은 귀에 박히게 들어서 내성이 생긴 탓인지 저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하지만 ‘실패는 브라우니! 실패는 초코칩쿠키!’ 라고 읊조리니까 묘한 용기가 솟아나는 거 있죠.

인생이 생각처럼 술술 풀리지 않아도, 스스로를 너무 닦달하지 않겠어요! 그러다가 초코칩 쿠키나 브라우니가 탄생할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뚜레쥬르 브라우니 하나 사먹어야겠어요.

화이트초코 마카다미아, 라즈베리 치즈케이크 쿠키 / 출처: SUBWAY 상세페이지
'실패는 초코칩쿠키!'라지만, 구독자님께서 절대 실패하지 않을 쿠키 맛집을 고민하다 이제야 첫 문장을 씁니다. 사실 저는 쿠키를 막 사먹는 편이 아니거든요. 유일하게 돈을 주고 사먹는 쿠키는 서브웨이화이트초코 마카다미아 쿠키나, 라즈베리 치즈케이크 쿠키 정도? 그마저도 야채 섭취를 위해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주문할 때 세트로 주문하니까 시키는 거지, 굳이 왜 그 돈을 주고 밥도 술도 아닌 쿠키를 사먹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답니다.

키커피컴퍼니 쿠키 / 출처: 키커피컴퍼니 상세페이지
하지만 그런 제가 유일하게 "여긴 진짜 맛있어요!"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쿠키 집이 한 곳 있으니, 바로 왕십리에 본점이 있는 키커피 컴퍼니예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쿠키 맛집인데요. 앞서 언급했던 서브웨이의 화이트초코 마카다미아 쿠키 업그레이드 버전인 말차 화이트 초콜릿 마카다미아라던가, 통 마시멜로가 들어간 딥 블랙 스모어, 실패할 수 없는 시나몬 애플 크럼블 등등 특색있는 쿠키 종류들이 다양해서 금방 유명해진 곳이랍니다.

키커피컴퍼니 쿠키아인슈페너 / 출처: @alexthefood
그리고 키커피 컴퍼니를 방문하시게 된다면 꼭 바로 위의 사진처럼 아인슈페너를 같이 주문해서 쿠키를 아인슈페너 크림에 푹 찍어 드셔주세요! 달달하면서도 퍼석할 수 있는 쿠키쫀쫀하면서도 부드러운 크림의 조합, 거기에 당도 초과된 입 안으로 씁쓸한 커피 한 모금의 그 맛까지 공유하고 싶거든요.

터프앤쿠키 / 출처: 터프앤쿠키 상세페이지
아 혹시 서울이 아닌 부산에 살고 계셔서 키커피컴퍼니의 쿠키를 맛보지 못해 슬퍼하고 계시다면, 제가 최근 관심있게 보고 있던 터프앤쿠키에서 배달해드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먹어본 적은 없지만, 위의 사진 보시면... 이게 맛이 없을리가 없잖아요...? 오프라인에서는 '도시농가 코페 도코'에서도 판매 중이라니 방문하셔서 커피와 함께해도 좋을 것 같아요.

도시농가 코페 도코 / 출처: 도시농가 코페
제 취향인 쿠키를 파는 곳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게 보여 행복한 요즘, 구독자님의 요즘은 어떤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혹시 실패를 겪는 중이라고 느껴지신다면, 카페에서 쿠키 한 입 먹으며 이렇게 생각을 바꿔보세요. '난 지금 성공으로 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나나와 같이 현실을 직시하고 고쳐나가며, 동구리처럼 '실패는 초코칩 쿠키!'라고 주문을 외우다보면, 어느새 그 실패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쌓여 성공으로 변하고 있는 마법을 보게 되실 거라 믿습니다.

스모어 쿠키 / 출처: 터프앤쿠키 상세페이지
일단 저부터 읊조리며 이번 한 주를 시작해보려구요. 실패는 말차 화이트 초콜릿 마카다미아 쿠키! 실패는 스모어 쿠키! 구독자님의 실패는 어떤 쿠키일지 기대됩니다. 구독자님만의 쿠키 맛집이 있다면 아래의 '냠냠편지 답장하기'를 눌러 알려주셔도 좋아요. 그럼 부디 쿠키 같은 달달한 하루 되시길 바라며, 이번 편지도 이만 줄이도록 할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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