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No. 12 | 2022.09.26
WeeklyEDGE 
한 주간 주목했던 글로벌 테크 & 스타트업 투자 뉴스를 전합니다.
금주의 트렌드 뉴스
  
미국 스팩(SPAC) 붐의 아이콘이었던 Social Capital의 차마스, 2조 원 규모의 SPAC을 청산하기로 결정

지난 7월 빌 애크먼이 5조 원 규모 스팩을 청산한 데 이어 또다시 대형 스팩이 상장폐지를 결정함에 따라 스팩 투자는 최악의 빙하기에 접어드는 형국
스팩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실리콘밸리 투자자, 차마스 팔리하피티아 (image credit: The Deep Dive)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페이스북에서 Head of Growth로 일하며 페이스북의 사용자가 5천만 명에서 7억 명으로 증가하는 초고속 성장기를 이끌었던 차마스는 페이스북의 상장과 함께 30대 초반에 이미 억만장자가 된 대표적인 실리콘밸리형 자수성가 인물입니다.

차마스는 월가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스팩 (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apny)을 유니콘 기업의 상장 도구로 재발견한 인물로도 유명합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차마스의 스팩 상장 투자는 팬데믹과 함께 전성기를 맡아 버진갤럭틱 (SPCE), 오픈도어 (OPEN), 소파이 (SOFI)와 같은 기업이 차마스의 손을 거쳐 상장기업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합니다.
Social Capital이 스팩을 이끌거나, 스팩 상장 당시 투자자로 참여한 기업
그런 차마스가 아직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한 두 개의 스팩 IPOD와 IPOF를 청산하기로 결정하고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자신의 스팩 투자를 IPO 2.0으로 호칭하며 자본시장의 혁신가를 자처했던 차마스였지만 '밸류에이션'과 '시장변동성'을 이유로 들며 손절을 선언한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2년 간 100개 이상의 기업을 검토하며 여러차례 합병을 진지하게 추진하였지만 결국 기업가치와 상장 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거래를 완주하지 못하였습니다." 
어떤 의미인가?

일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한 특수목적회사를 상장시킨 후 정해진 기간 동안 상장에 적합한 비상장사를 찾아 특수목적회사와의 합병을 통해 상장사로 탈바꿈시키는 스팩은 1) 대상 회사에게는 IPO를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상장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2) 투자자에게는 합병 부결시 원금을 돌려받고 합병 성공 시 주가상승까지 노려볼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각광받아왔습니다.

하지만 합병 성공 기업들이 하나같이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작년 11월부터 미국의 스팩합병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직도 600개 가 넘는 상장된 스팩들이 합병 대상을 찾아헤메고 있지만 잠재적 후보 기업들은 스팩을 기피하고 스팩 주주들은 합병안을 부결시켜 원금 상환을 요구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일확천금을 노렸던 스팩 운용사들은 오히려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2021년 1분기 무려 150조 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던 미국 공모 시장은 불과 1년 만에 개점휴업 상황
스팩 투자의 선구자로 수많은 투자를 이끈 Social Capital의 차마스 또한 이러한 시장 변화를 피해가지 못한 상황입니다. 2020년 10월에 상장했던 두 개의 특수목적회사 IPOD와 IPOF는 다음달이 되면 합병을 추진할 수 있는 기한이 만료되는 까닭에 무리하게 거래를 추진하기 보다는 조기에 해산 절차에 들어간 것입니다. 

차마스가 스팩을 통해 상장시킨 기업들의 주가 또한 폭락을 거듭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세 번째 합병 건이었던 Clover Health의 경우 합병 당시 회사가 미국 법무부로부터 리베이트 등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주들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차마스가 이끈 스팩 상장 모두 1년 전 대비 50% 이상 주가가 폭락하여 거래되고 있는 상황
한 걸음 더 들어가보면...

차마스가 스팩 상장에 뛰어든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차마스의 첫 번째 스팩인 IPOA가 상장된 2017년 전후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수많은 벤처캐피탈들의 고민은 '테크 기업들이 너무 상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이 비상장 단계에서 100조 원까지 기업가치를 밀어올린 후에 상장에 나서면서 한 번에 20조 원에 이르는 공모 자금을 쓸어담을 수 있었고, 그 결과 페이스북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구글과 경쟁이 가능한 '빅테크'의 반열에 올라서게 됩니다. 그 이후부터는 너도나도 '넥스트 페이스북'이 되기 위해 유니콘, 데카콘이 되어도 상장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트렌드가 된 것입니다.

그 결과 당시 우버, 팰런티어, 에어비엔비와 같은 상장 '대어'들이 기업가치를 수십조원으로 밀어올리면서도 사모시장에서 조달만 이어가자 투자자금의 쏠림 현상, 단기 수익을 노린 직원들의 이직 등 여러가지 구조적인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이베이, 아마존, 구글, 세일즈포스와 같은 1세대 테크 기업은 설립 후 5년 내에 상장을 하였으나, 2008-9년 이후 등장한 2세대 스타트업들은 10년 이상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팬데믹 이전까지 이어진 하나의 트렌드
이는 통계로도 확인되는 부분입니다.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상장했던 테크섹터 기업의 매출 중간값은 15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미국 시장 상장에 성공한 테크 기업들의 매출액 중간값은 무려 2,500억 원으로 높아졌습니다. 즉, 매출 천 억원이 넘지 못하면 나스닥이나 NYSE 상장에 명함도 못내밀 정도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입니다.

차마스는 2017년 진행한 대담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명확하게 밝힙니다. 투자자들이 IPO가 가능한 조 단위 매출 기업에만 투자하고 인재들도 이런 기업에만 몰리면서 보다 근본적으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딥테크, 헬스케어, 우주개발 스타트업은 인재를 데려오고 유지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I think bringing liquidity into companies sooner will actually allow companies to bake longer and more patiently and so a part of what this vehicle is about bringing liquidity sooner in a company’s lifecycle."
차마스의 최초 스팩 상장에 대한 Q&A (2017)
그리고 차마스의 첫 번째 스팩 IPOA는 2019년 7월 우주관광 상품을 개발하던 리차드 브랜슨의 버진갤럭틱과의 합병에 성공합니다. 미국에서도 최초로 차세대 우주 개발에 뛰어든 기업의 주식이 상장시장에서 거래가 되기 시작한 것이죠.

이 모든 과정은 팬데믹이 터지고 유동성 파티가 시작되기 이전인 2017 - 2019년 사이에 진행된 일입니다. 차마스가 팬데믹 이후 강력한 트위터 팬덤을 이용해 자신의 스팩들을 프로모션하다가 주가폭락으로 일반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게 된 부분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최소한 스팩이라는 대안을 통해 딥테크 스타트업의 상장을 돕고 실리콘밸리의 쏠림 현상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세상이 이상적인 목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매출이 미미하지만 스팩 상장에 성공한 기업들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담대한 미션을 수행한다기 보다는 사기와 먹튀로 귀결되었습니다. 팬데믹 직후 스팩상장의 바이럴이 가능하게 한 첫 번째 기업이 사기로 점철된 '니콜라'란 점이 아이러니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스팩은 불과 2년 만에 '상장의 대안'에서 '먹튀의 창구'로 전락한 것입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스팩은 사실 하나의 금융상품입니다. 한국에서도 2010년 최초의 스팩 상장이 이뤄진 이후 12년 간 매년 크고 작은 스팩 상장 및 합병이 이뤄질 정도로 대중화된 투자 기법입니다. 결국 스팩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이를 규제 당국과 시장 참여자들이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상장의 대안도 될 수 있고 먹튀의 창구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한국에서는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의 스팩 상장이 전망됩니다. 한국은 공모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일반적인 IPO에 대한 벽이 높아지자 대안을 찾는 기업들의 수요가 증가하였으며, 피합병법인을 존속법인으로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는 등 규제 당국도 스팩 활성화에 방점을 찍으면서 수요에 부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스팩 자체는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니즈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아직도 600개가 넘는 스팩이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2020 - 2021년 상장된 스팩이란 점에서 올해와 내년까지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 차마스의 스팩과 마찬가지로 청산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새로운 성공 사례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스팩 시장의 침체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차마스는 이제 스팩에서 손을 떼는 모습이지만 투자 자체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이미 버진갤럭틱과 소파이의 주가가 높을 때부터 지분을 처분해 벌어들인 수익만 5천 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퍼스트 무버'와 '역발상'이 가장 큰 투자의 성공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또 한 번 증명해낸 모습입니다.

차마스는 이번 투자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스팩을 '회사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도구 중 하나'라고 지칭하였습니다. 과연 차마스의 다음 번 프로젝트는 무엇이 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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