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1월 동안 서울 예술인 지원센터를 통해 집단 심리 상담을 받았다. 


총 4회차의 만남이 있는 상담이었고, 대략 30명 정도의 예술인들이 모여 자신의 성격 유형을 알아보고 자신이 힘들었던 점을 공유하며 나아갈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칼 융의 성격 유형 분류를 바탕으로 새로운 검사 방식을 도입해 상담 전에 인터넷 링크로 성격 유형 검사를 하고 각각 주도형, 우호형, 분석형, 표출형 등으로 분류해서 같은 유형을 사람들끼리 대화도 하고 다른 유형의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내 경우, 주도형으로 나왔는데 30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6명 정도의 주도형 사람들을 만나보니 예술가 중에서 주도적 성향의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도형에 대해 설명해 보자면 체 게바라나, 잔다르크같이 사람들 앞에서 이끄는 사람이 주로 많은 유형의 성격이라고 한다. 옳고 그름에 민감하고 비합리적인 일에 있어서 앞에 나서서 사람들의 권리를 찾으려는 성향의 사람들이 많고, 그 과정에서 불도저 같은 일 처리로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거나 말을 직설적으로 해서 상처를 주기도 하는 유형의 사람들이기도 하다. 일에 관심이 많고 효율적인 체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유형이라 실제로 같은 테이블에 만난 사람들끼리 상담 시간 동안 일 이야기만 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주도형이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는 것은 그것이 효율적이라서는 이유도 알게 되었고, 사람과의 관계는 효율보다 과정이 중요다 하는 다른 유형의 조언을 받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이 상담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의 성향을 알아보려 했으나, 사람을 생각보다 복잡하고 완전히 특정한 유형인 사람이 별로 없다는 부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특정 행동은 사람에 따라 좀 더 쉽게 상처받을 수 있다는 점을 배우게 되어 실제 관계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운 좋게 같이 앉았던 사람들과 장기적인 관계로 발전을 했다. 배우, 감독, 연극, 디자인, 회화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고 서로 만나면 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서 서로의 분야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맛있는 것을 먹는 즐거운 모임이 된 것이다. 내 경우, 주로 그림 그리는 작가들 위주로 만나보니 완전히 다른 예술 분야에 대해 알지 못했는데 간접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롭게 알게 되는 지점이 많아서 이 만남이 늘 기대되고 즐겁다. 


이런 만남과 집단 상담을 통해 배운 것이 하나 있다. 동료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며 나의 성격이 늘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고 관계를 곤란하게 해서 힘들었는데 대학교를 가니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 많아 인간관계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졸업 후 삶의 관점이 비슷한 사람을 기준으로 만나니, 직종이 같지 않은 점이 오히려 이점으로 다가왔다. 학창 시절 나의 성격이 소수 중의 소수라 어려웠던 반면 사회에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보니 내 성향이 다수가 되는 시점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되었다. 


내 존재가 다수가 될 수 있는 모임을 찾는 것. 그것이 동료이고 연대의식이라고 생각한다. 튀고 싶지 않아 평균값이 숨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혼자가 아님을 인지시켜주고 편을 들어주는 존재는 살다 보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말이다. 


독특한 특징의 존재들도 모이면 평균값이 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적절하게 안정을 찾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