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플랫 PICK

한주간 중요하게 볼 이슈는

똑같은 아줌마, 엄마는 없다

"아줌마라는 이름으로 너무 전형적으로 보여서 그렇지 실제로 30대 여자, 40대 여자, 다양한 사람이 많다. 엄청난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이 많다"

배우 염혜란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무릎을 쳤습니다. 내 말이 내 말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수많은 '아줌마' 역할을 소화한 그였기에 더 공감됐어요. 우리는 얼마나 '아줌마' 라는 단어 뒤에 숨어 인물을 납작하게 봤는가, 생각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느꼈던 불편함의 이유를 염혜란이 콕 짚어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염혜란을 임지선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더 글로리>에서 '현남 이모님'으로 기억하는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영화 <증인>에서 살인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연기한 모습이 강하게 남아 있어요. 화제작 <마스크걸>에선 억척같은 아줌마부터 무시무시한 노인 역할까지 연기했습니다.

염혜란은 감독과 상의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기도 했는데요. 꿈속에서 아들이 "내가 부끄러웠지"라고 묻는 장면에서 대본은 "그게 무슨 말이여"라고 부인했지만, 염혜란은 감독과 상의해 "미안하다"는 말로 바꿨습니다. 자신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꿈속에서나마 표현한 유일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캐릭터를 연구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뻔하지 않은' 연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따지고 보면 복수에 나선 '아줌마'는 동시에 '엄마'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겐 '아줌마'이자 또 누군가에겐 '엄마'인 여성의 스펙트럼은 얼마나 넓은가를 생각합니다. 어찌 전형적으로 묘사할 수 있을까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다양해진 '아줌마'와 '엄마'를 보는 일이 즐겁습니다. 😇

염혜란은 "더 다양하고 멋있는 아줌마, 더 많은 전사(前史)를 가진 아줌마들을 만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의 행보가 무척 기대됩니다.

이번 기사는 최근 종영된 드라마 <남남>에서 그려진 '엄마' 캐릭터를 분석한 기사와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배우 전혜진이 연기한 '엄마'는 혼자 딸을 키우고 자기 앞가림도 하는 캐릭터인데요. 독립적인 주체로서의 묘사에 그치지 않습니다. 성(性)적 욕망도 그대로 드러냅니다. "자아실현을 이루는 엄마의 서사에서 욕망하는 엄마"로 한층 더 나아간 모습을 보는 쾌감이 있습니다.🤭

'똑같지 않은' 아줌마, 엄마를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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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혐오 시대에 '젠더' '페미니즘'을 가르친다는 의미

'젠더' 관련 수업을 '필수' 교양과목으로 지정한 대학교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그렇다고 해요. 일반 대학교에서 ‘젠더’ 분야를 교양과목으로 신설한 곳은 더러 있지만,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곳은 한예종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어떤 내용을 교육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취재했는데요. 한예종에서 '예술가의 젠더 연습' '페미니즘 입문' 수업을 담당하는 오혜민 한예종 예술과젠더연구소 강사를 만났습니다. 필수 교양과목은 '예술가의 젠더 연습'입니다. 한예종은 2019년 ‘문화계 미투’ 이후 올바른 성평등 기준을 세우자는 목적으로 이 과목을 공통 필수 교양과목으로 편성했다고 해요.

오 강사는 한예종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지 올해로 어느덧 5년 차입니다. 그런데도 새로운 학생을 마주하는 일은 늘 긴장되는 일이라고 해요. 수업 자체에 반감이 있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강의를 시작한 2019년 2학기 때와 비교해 다루는 주제는 지금 더 깊어졌는데, 의견이 충돌하는 범위는 더 넓어졌다"는 데서 그가 마주하는 고민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7월 서울 서초동 초등학교 사망사건은 그에게 "타격감을 줬다"고 했습니다. 가치평가가 절하된 '여성 노동자'의 위치를 알게 된 계기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서초동 초등학교 사건도 결국 "젠더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나서 성별 갈라치기 흐름을 주도하고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는 이 시국에서 ‘젠더’ ‘페미니즘’ 교육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명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자신만의 적합한 언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오 강사의 이야기는 기사 전문으로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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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팀 ｜ 유선희 기자 yu@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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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젠더이슈

놓치지 말아야 할 뉴스

📌 지난해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9월14일)이 발생한 지 1년이 돼 가는 지금도 여성 직장인에게 '안전한 일터'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이 지난달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 3명 중 1명(35.2%)은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했습니다. 10명 중 1명(10.1%)은 직장 내 스토킹을, 4명 중 1명(24.1%)은 성추행·성폭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년, 여성들은 여전히 일터가 무섭다

📌 경찰이 성매매 업소 단속 현장에서 업소 여성의 나체를 촬영하고 수사정보라며 단톡방에 공유한 것에 대해 피해 여성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성매매 업소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문제로 국가배상청구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피해자 측은 "(경찰이) 전문장비가 아닌 개인 휴대전화로 현장을 촬영했는데 제3자에게 피해자들이 사진이 전송될 우려도 높고,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성매매 여성도 불법촬영 당하지 않을 권리 있다" 첫 국가 배상청구

📌 국내 동성커플 중 처음으로 임신 사실을 공개한 김규진(31)·김세연(34)씨 부부가 딸을 출산했습니다. 김규진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 ‘오출완(오늘 출산 완료)’이라는 메시지를 올리며 출산 소식을 알렸습니다. 딸의 태명은 '란이'입니다.

✔'두 엄마'가 딸을 낳았습니다

문화가 있는 플랫

이번주에 소개할 가수와 노래는

🎸 HAHAHA 😃 노래 불러 볼까요. 가수 자우림의 '하하하송'을 뽑았습니다.

이 곡이 2004년에 나왔으니 20년 가까이 된 노래인데요. 아마 대부분 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자우림의 노래를 다 좋아해요. '하하하송' '일탈'은 학창 시절 제 애창곡이기도 했더랬습니다. "머리에 꽃을 달고 미친 척 춤”을 추면서 "하! 하하! 하~ 하!" 하고 외치면 뭔가 스트레스가 뻥 뚫리는 기분이었거든요.🤣

새삼 ‘하하하송’을 뽑은 건 요즘처럼 웃을 날이 없는 때에 이 노래로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어요. (ㅎㅎ) 최근 자우림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도 했는데요. 그의 소신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또 생각이 났습니다.

"모든 게 그대를 우울하게 만드는 날이면
이 노래를 불러보게
아직은 가슴에 불꽃이 남은 그대여
지지 말고 싸워주게

비굴한 인생은 그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네
당당히 고개를 들게 친구여
지금이 시작이라네"

첫 소절부터 버릴 게 없는 명곡입니다. 울지 말고 웃어버리자고요. 오랜만에 옛 추억도 떠올리며 노래 들어보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