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6, 2024
아피스토의 풀-레터 S1.5-7 vol.38
안스리움 '퀸 오브 하츠'(A. Queen of Hearts)를 키우고 있는 한 식물집사의 식물방

해리포터의 마법 세계에서는 머글(인간) 태생인 헤르미온느가 말포이에게 “잡종(mudblood)”이라며 놀림을 받습니다. 마법사와 마법사 사이에 태어난 순수 혈통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순수혈통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싶기도 합니다. 지구의 모든 동식물은 태생이 잡종이 아닐까요? 


특히 식물의 세계에서는 원종과 무늬종, 변이종, 교배종 등 수많은 혈통(?)이 존재합니다. 얼마전 안스리움 덕후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약 60여 종의 안스리움을 모으고 있는 그는, 아예 방 하나에 텐트를 쳐놓고 식물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안스리움을 소개하는 그에게 제가 외쳤습니다. 


“이거 완전 잡종의 세계네요!”


그가 소개하는 안스리움 대부분이 수많은 원종끼리 교배되어 탄생한 식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원종과 교배종, 교배종과 교배종이 만나 지구상에서는 볼 수 없는 패턴과 형태와 빛깔의 식물이 존재했습니다.  


이렇게 탄생된 식물에는  교배종을 만든 사람이 잎의 모양에 걸맞는 새로운 이름이 붙인다고 합니다. ‘나이트 퀸’ ‘에이스 오브 스페이드’ ‘원더보이’ 같은 식으로 말이지요. 안스리움의 원종이 전 세계적으로 1000종이나 된다고 하니, 앞으로 교배될 식물들의 수는 그야말로 가늠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안스리움이 교배종이 많은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다른 식물에 비해 교배가 잘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더해 부모 식물의 형질에 따라 후대 식물의 형질을 예상하고 새로운 식물을 만들어내는 재미가 있는 것이지요. 한번 교배를 하면 한 꽃대에서 백여 개의 씨앗을 품게 되는데, 그중에서 특히 미학적 가치가 뛰어난 개체를 골라 이름을 부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선택 받은 개체는 그중에서도 돌연변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야말로 마법의 세계에서 말하는 ‘잡종’이 식물 세계에서는 그 가치를 인정 받는 셈입니다. 


국내에서도 이렇게 교배된 안스리움은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고퀄의 교배종을 뽑아내는 해외의 유명한 교배자의 개체의 경우는 높은 금액에 거래가 되기도 하고요. 색상 파레트에는 있지도 않은 지구상에 없는 독특한 색깔을 가진 식물이 우리를 현혹시킵니다. 안스리움 퀸 오브 허츠(A. Queen of Hearts)가 그랬습니다. 검은빛과 군청색의 중간 빛을 광택을 뿜어내는 이 식물은 ‘심쿵’할 만한 오라를 내뿜고 있었죠.


잎보기 식물에는 안스리움이 있다면, 꽃보기 식물에는 제라늄이 있습니다. 안스리움과 마찬가지로 제라늄도 많은 식물집사들에 의해 수많은 교배종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제라늄의 교배종을 만드는 식물집사님을 ‘창작자’라고 부를 만큼, 제라늄 교배의 세계도 꽤 두터운 마니아층과 저변을 자랑합니다. 안스리움도 곧 제라늄 못지 않은 교배의 유행이 번지지 말란 법도 없지요. 점점 깊어지고 넓어지는 식물의 세계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해지는 요즘입니다. 


아피스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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